#6. 도쿄 근교여행 가마쿠라 '장곡사(長谷寺, 하세데라)' 여행 - 가마쿠라 전망대 추천. 동굴부터 관음석상까지.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
도쿄여행 6일차, 가마쿠라입니다.
가마쿠라에서 반나절도 채 있지 못했는데 벌써 해가 지려하는 낌새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에노시마도 포기했는데 여기마저 포기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빨리 목적지로 향합니다. 저번에 소개한 '고토쿠인'에서 대략 걸어서 10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절,
'장곡사(長谷寺, 하세데라)'
입니다.
참고로 구글지도에 그냥 '하세데라'라고 치면 나라현에 있는 하세데라가 먼저 나옵니다. 차라리 '하세역'을 검색한 후 근처에서 찾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실 두 절은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서로 연관도 있습니다.
하세데라(장곡사)는 가마쿠라를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로 721년 나라현의 '하세데라'에서 관음보살을 2개 만들었는데 하나는 자기 절에 모시고 나머지 하나는 많은 사람을 구원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바다에 실어 보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황룡사 전설하고 비슷한 느낌...?)
그 이후 몇 년 뒤 바다를 건너 여기에 도착했고 736년 가마쿠라에도 같은 이름의 '하세데라'를 건립했다고 합니다. 1300년이나 되는 유서깊은 사찰. 아까 다녀온 고토쿠인보다도 오래되었습니다.
역사에서 알 수 있지만 관음보살을 모시는 사찰입니다. 우리나라 관음도량?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세데라의 입장료는 300엔으로 고토쿠인보다 100엔 비쌉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일본 정원이 먼저 보입니다. 갔을 때는 겨울이라 좀 황량하긴 하지만,,, 봄에 꽃이 피면 더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겨울도 나름의 운치는 있지만서도.
고토쿠인과 다르게 여긴 산을 깎아 만든 절이라 위까지 계단을 타고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흐어어...) 그래도 올라가는 길 자체는 예뻐서 힘들다는 생각은 잘 안 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다보면 진짜 귀여운 지장불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하세데라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계단을 올라가 제일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지장당'. 이름답게 지장보살을 모신 전각입니다. 전각 자체는 작고 아담한데 주변이 반대로 화려합니다. 100개는 확실히 넘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양의 지장보살이 있는 게 포인트. 고토쿠인이 거대한 불상 하나로 승부를 본다면 여기는 아기자기하고 작은 불상 여러 개로 승부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장당 본 다음에 위로 올라가려면 진짜 표정이 심드렁한 보살이 하나 있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든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심드렁 보살까지 보고 위로 올라가면 본당인 '관음당'과 '아미타당'이 보입니다. 절 자체가 작아 보여서 큰 기대를 안 했었는데 생각 외로 건물이 크고 화려해서 놀랐습니다. 지붕이 마치 겹겹이 쌓여 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장관입니다.
관음당 안에는 참고로 높이가 9m나 되는 거대한 관음보살상이 있습니다. 가마쿠라 대불 급으로 거대하고 화려한데 사진을 못찍게 해서 못 보여드리는 게 아쉽습니다.
관음당을 지나 더 오른쪽으로 가면 '해광암'이라는 작은 식당이 보이고 그 근처에 전망대가 있습니다.
하세데라가 절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진짜 여기 전망대가... 멋집니다. 가마쿠라에서 아마 경치가 가장 좋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고토쿠인을 빼더라도 저는 이것 때문이라도 여긴 꼭 가야한다!! 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 김에 더 뒤에도 뭐가 있나 올라가 봅니다. '윤장대'라고 해서 한 바퀴를 직접 돌리면 불경 한 권을 다 읽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수레를 지나 산책로 쪽으로 갑니다. 대나무 숲도 있고 돌계단이라 우리나라 산사에 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가마쿠라의 '유이가하마 해수욕장'이 한 눈에 보입니다 오오옹
이런 경치는 예상을 못했는데 좋습니다. 그 외에는 딱히 뭐가 있진 않네요. 혹시나 위에 뭔가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느나 작은 탑과 불상이 전부. 그래도 경치 하나 보기 위해 올라가볼만 하긴 합니다.
다시 관음당과 아미타당 근처로 내려오면 '카키가라 이나리 신사(かきがら稲荷)'라는 작은 신사가 나옵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일본은 큰 신사나 절 안에 작은 신사가 딸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이 제 몸보다 작을 정도로 진짜 작은 신사인데 여기는 굴의 신을 모시다보니 특이하게도 굴 껍질에 소원을 적어 매달아 놓습니다. 이런 건 처음 봐서 진짜 장관입니다. 근데 굴은 누가 다 먹는 건가??
여기까지만 봐도 하세데라는 300엔 표값 이상의 가치를 하지만 아직 하나 더, 꼭 가야할 곳이 남았습니다. 그건 바로 '변천굴(弁天窟)'. 본당에서 내려오는 방향 기준 왼쪽으로 가면 나옵니다.
지금까지 우에노 공원이나 쓰루가오카하치만궁에서 몇 번 보았듯 불교의 신인 변재천을 모시는 신사인데 호수 한 가운데에 신사를 만들던 다른 곳과 다르게 여기는 산에 굴을 뚫어서 신사를 만들었습니다. 즉, 동굴신사. 이런 건 진짜 하세데라에만 있지 않을까 싶은 특이한 곳입니다.
동굴은 제가 177cm인데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할 정도로 낮은 편. 다만 불상이 모셔져 있는 공간은 꽤 높은 편입니다. 인공으로 동굴을 뚫어서 이렇게 기도 드리는 공간을 만드니까 뭔가 신비감이나 경외스러움? 이런 게 몇 배는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이런 하이라이트가 있을 줄이야... 보통 신비로운 게 아닙니다. 진짜 꼭꼭 들어갔다 나오시는 걸 추천. 너무 좋습니다.
볼 게 정말 많아서 덕분에 절에 오래 있다가 가는 것 같습니다. 만약 시간이 더 있었으면 여기 더 머무르다 갔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절 마칠 시간이 다 되기도 해서 밖으로 나옵니다. 나오는 와중에도 귀여운 지장보살이 저를 반겨줍니다.
저는 진짜 가마쿠라에 와서 가장 만족스럽고 가장 다시 가고싶은 장소로 여길 늘 꼽습니다. 물론 쓰루가오카하치만궁이나 고토쿠인도 좋긴 한데 여기만큼 경치도 좋고, 절도 아기자기하고, 볼거리도 풍부하면서 신기하고 독특하진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고토쿠인만 보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데 진짜 꼭! 반드시! 무조건! 하세역에 내렸다면 여기도 보고오는 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300엔이 아깝지 않은 절.
이상! 가마쿠라 하세데라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25
Outspread New
NAS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