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가 아니라 중국여행기를 세 번째 쓰고 있는 중.
중국 베이징까지 왔는데 환승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기는 너무 아깝습니다. 제 블로그 제목 보이시죠? 이번 여행의 테마는 고생이자 바쁨인데 어딜 호텔에만 박혀 있으려고 하는 겁니까, 바로 지하철 타고 중국 시내로 갑니다. 베이징은 10년 전에 단체여행으로 와봤지 생각해보니 자유여행은 처음.

거대한 지하철역을 보니 대만 타이베이에서 봤던 중정기념당역이 생각납니다. 이 웅장한 역에 사람들도 가득 차 있으니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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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베이징 환승여행 첫 번째 목적지는 '천안문광장'입니다.
천안문광장
天安门广场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베이징, 나아가 중국의 랜드마크라 불리우는 천안문광장입니다.
자금성의 대문인 천안문(톈안먼) 앞에 펼쳐진 거대 광장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광장이랑 성격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곳. 물론 생긴 순서로 따지면 여기가 훨씬 원조입니다.
중국에서는 얘기했다가는 어디 으슥한데로 잡혀갈지 모르지만 1989년 6월 4일, 후야오방의 죽음으로 촉발된 민주화 항쟁이 벌어진 곳으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규모로만 따지면 단연코 세계사에 길이 남을 민주항쟁이자 시민운동이었지만 결국, 중국의 가혹한 탄압으로 끝을 맺은 슬픈 사건이기도 하죠.
중국 여행하면서 외부인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이 드는 곳입니다. 물론 2019년 현재는 과거의 민주화운동 시절 흔적은 당연히 찾아보기 힘듭니다.

'전먼역'에서 내리면 천안문광장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전에 다운 받아둔 바이두맵 쓰면 중국에서 길 찾기는 우리나라만큼 쉽죠.
주변 경치를 한 번 둘러보면 기차역처럼 생긴 베이징 도시계획 전람관이 보입니다.

진짜 기차역처럼 생겼죠? 옛날 서울역 같은 느낌도 납니다.
그냥 예뻐서 찍은 곳이고 저기는 목적지가 아니니 사람들 따라서 쭉 걸어가봅시다.

걷다보면 공항에서나 볼법한 보안검색대가 나옵니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기억 때문인지 정말 철저하게 보안검사를 진행하는 중. 다만, 꼭히 천안문뿐만 아니라 중국은 규모가 있는 랜드마크나 박물관, 심지어 지하철역에서도 보안검색대가 있어서 이런 보안검사 자체가 거의 일상인 곳입니다. 상하이 갔을 때도 이미 지겹게 당한 거라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넘어가면 드디어 천안문광장 도착. 오른쪽에는 중국국가박물관이 보입니다.

박물관보다는 무슨 중국 당의회같이 생기긴 했네요.
그리고 6시방향으로 바라보면 마오쩌둥 기념관이 있습니다. 여기 들어가면 마오쩌둥이 미라로 박제된 걸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제가 갔을 땐 시간이 좀 늦어서 문을 닫았습니다. 전에 난징에서도 비슷한 걸 보긴 봤는데 솔직히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뭔가 차가운 관 아래 박제된 상태로 만나면 좀 기분이 오묘해져서 굳이 가고 싶진 않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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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강남 여행 6일차.드디어 6일차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제 여행 일정도 딱 절반을 넘긴 시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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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기념당이 바라보는 방향에는 거대한 인민영웅기념비가 보입니다.

크기도 큰데 붉은 깃발이 휘날리는 걸 보면 여기가 확실히 공산주의 국가가 맞긴 하구나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줍니다. 상하이 여행 할 때 너무 자유롭게 싸돌아다녀서 그런 기분을 좀 못 느꼈어요,,,

(펄럭펄럭)
중국이 내세우는 랜드마크 답게 뭐든지 참 웅장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공산주의 중국의 위업을 한 눈에 전시하는 거대한 홍보장 같은 곳.

어렸을 때 여기 왔을 땐 그냥 너무 덥다라는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았던 곳입니다. 이 날도 8월 말이라 좀 덥긴 했어도 해 다 지고 와서 그런지 그럭저럭 선선한 편이었어요. 웬일로 미세먼지도 거의 없는 청명한 하늘도 만날 수 있었구요.
그리고 천안문광장의 주인공인 천안문이 정면에 보입니다....


만,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제가 왔을 땐 자금성 입장시간도 끝나서 뒤늦게라도 천안문 보겠다고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 낑겨서 저도 어떻게든 인증샷 하나 남기겠다고 발악했습니다. 멀리서 봤으면 저도 그냥 중국인으로 보였을 듯.ㅋ
늘 느끼는 거지만 성문 자체는 정말 멋있는데 중간에 있는 마오쩌둥 초상화와 현대식 문구가 너무 깨는 조합이에요. 마오쩌둥이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고풍스러운 문하고 너무 안 어울립니다. 광화문이나 숭례문에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존경하는 세종대왕 영정이 거대하게 걸려있어도 대부분 사람들은 반대하겠죠? 그런 느낌이에요.

암튼, 거대한 인파와 함께

좀 무서울 정도로 촘촘한 CCTV를 보고 있으면 천안문광장 여행도 끝.

다 가려서 못 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지하철 타러 가는 와중에 한 장 건졌네요. 다음에 코로나 끝나면 제대로 관광해주마 베이징.
놀랍게도 천안문광장 다 보고 나니 오후 7시. 배도 많이 고프고 너무 늦게 호텔 가면 안 되니 빨리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이번에 가볼 곳은 저번 상하이 때 시간이 없어서 못 가본 중국 최대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海底捞)'

하이디라오 지점은 베이징 곳곳에 있고 대체로 이런 백화점 같은 건물에 입점해 있습니다.
연 매출이 조 단위가 넘어간다는 전설적인 프랜차이즈. 우리나라에도 매장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든 중국이든 가격이 꽤 만만치 않은 곳.
하이디라오는 유명한 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 단 첫 번째,

심각하게 긴 대기시간.
어느 지점을 가든 최소 1~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그것도 24시간 운영이라 그런지 오후 10시에 가도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진풍경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날도 7시반에 가서 9시반까지 무려 2시간을 내리 기다렸습니다.
그렇지만 그 기다림마저 명물로 바꾸는 하이디라오의 유명한 점 두 번째,

기다리는 중에도 서비스가 나옵니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릴 수 있도록 의자랑 간단한 탁자(없으면 의자 하나 더 줍니다)를 주고
거기에 입이 심심하지 않도록 간단한 과자랑 방울토마토, 음료수, 차를 무한으로 리필해줍니다. 이거 먹다가 배 불러서 훠궈 못 먹을 것 같어.
게다가 네일아트 서비스도 있다고 하니 하고 싶은 분들은 받아보는 걸 추천. 이런 서비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도 못 받아본 건데ㄷㄷ 중국 같지가 않아...
암튼, 9시가 넘어서 겨우 입장하면 유명한 것 세 번째가 나옵니다.

최첨단 서비스.
주문은 태블릿PC로 합니다. 원하는 고기랑 채소(보통 모둠을 시킵니다), 음료 등등을 시키고 제일 중요한 걸로 훠궈의 육수를 정할 수 있습니다.
보통 백탕, 버섯탕, 마라탕, 토마토탕 중 고르는 편. 개인적으로 먹었던 것 중에 제일 맛있었던 건 토마토탕이었습니다. 마라탕도 맛있긴 했는데.... 이건 좀 있다가 더 얘기할게요.

이렇게 주문을 완료하니 세팅을 해주시고

혼자 왔다고 하니

외롭지 않게 큰 인형을 하나 앉혀 줍니다.
.... 뭐지
수저까지 세팅해주지 않는 걸 보니 제 먹방을 지켜볼 1인 시청자라도 되는 모양입니다. 흑흑 정말 외롭지 않다
이쯤되면 부담스러워지는 서비스란 느낌이 드는데 이 타이밍에 바로 육수 투척.

3가지 육수가 나왔고 왼쪽 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토마토탕, 백탕, 마라탕입니다. (비극의 시작)
매운 걸 좋아해서 마라탕을 시켰는데 생각 이상의 매운 맛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기에 이런 매운 맛에 절대 쫄지 않고 끓기 시작할 쯤 국물 맛부터 봅니다.
훔... 마라탕, 너무 매운데?

잠깐 육수를 뒤로 하고 소스 가지러 갑시다.

매장 내부는 굉장히 넓은데 또 굉장히 깔끔합니다. 중국에서 위생걱정없이 식사하고 싶다면 하이디라오가 제격.
복도 중간중간 소스코너가 있습니다.

요렇게.
원하는대로 소스를 배합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대만에서도 그렇고 이렇게 소스칸을 따로 만들어놓는 건 훠궈집 국룰인 듯.

배고파서 오이랑 토마토도 조금 들고왔습니다.

소스와 함께 서빙된 스프라이트.
그리고 조금 있으면 제가 시킨 게 나오는데

무려 서빙로봇이 배달을 해줍니다. 와 세상에...
우리나라에서도 제 기억으로는 한 번? 정도밖에 못 본 서빙로봇을 중국에서 보게 되네요. 근데 어차피 옆에 직원 분이 오셔서 하나하나 세팅을 다 해주십니다. 뭐지 기술력 과신가?

각종 채소

그리고 고기.
사실 뭔지 잘 모르고 시켰습니다. 다행히 맛있었어요.

고대로 육수에 투척.
육수마다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게 훠궈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처음에는 매운 걸 좋아해서 마라만 먹다가 배가 좀 아파오는 걸 느끼고 뭔가 잘못된다는 걸 깨달은 후 백탕과 토마토탕 위주로 조졌습니다. 중국 마라는 매운 맛 자체는 비슷한데 속 쓰린 레벨이 좀 이상하게 다른 것 같어...
한창 먹고 있으니 옆 테이블에서 면을 시켰는지 갑자기 면쇼가 시작됩니다.

하이디라오의 독특한 장점 중 하나가 사리로 면을 시키면 눈 앞에서 면을 직접 뽑아서 주는 엄청난 서비스를 발휘해 주십니다.

(휘리릭)
저는 면 안 시켰는데 옆 테이블 덕분에 공짜로 구경했네요. 헿
그렇게 혼자서 215위안(약 3만7.000원)어치나 먹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별로 많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왤케 비싸...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서비스였다...
위안화 환전을 많이 해오길 잘했습니다.
자, 여기까지가 행복한 환승여행이었고 지금부터 고생여행기 들어갑니다.
마라가 정말 몸에 안 맞았는지 밥 다 먹고 나온 시점부터 위장이 틀어질 듯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여러 분 정말 매운 거 잘먹는 사람도 중국 본토마라는 조심합시다. 매운 맛이 문제가 아니라 속부터 천천히 조지는 게 무서운 점이에요.
식은 땀까지 나는 심각한 상황이 되자 불현듯 집 나서기 20분 전 어머니가 혹시 모르니 챙겨가라고 준 한약 소화제가 생각나서 입에 털어넣으니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 안 챙기려던 거 그냥 주시길래 챙겼는데... 어머니 감사합니다.ㅠㅠ
이렇게 위장 문제는 해결했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겼으니
막차가 끊겼습니다.
다 먹고 나오니 대략 오후 10시40분. 숙소에서 그나마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가는 지하철은 딱 한 대 남았고 지하철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버스는 9시반쯤에 이미 끊겼습니다.
이때부터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기 시작했고 디디추싱으로 택시를 애타게 불러봤지만 그 먼 숙소까지 태워다줄 택시는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여행 0일차에 중국에서 미아가 되긴 싫어서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란 마음으로 지하철 탑승.

(베이징 막차 체험)
막차를 탈 때도 이미 저의 머리 속은 어두운 공항 근처에서의 미아, 중국에서의 실종 사건 등등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이때 사놓은 유심의 데이터도 거의 다 닳은 상황이라 연락이라도 될까 걱정이 되던 순간.

내렸더니 택시도 별로 없는 깜깜한 길거리.
숙소까지는 걸어서 3.4km, 대략 40분이나 걸리는 상황이라 딱히 안전하지도 않아서 걷기에는 무리인 상황.
근데 하필 또 디디추싱은 잡히질 않습니다. 아니 택시는 멀쩡하게 다 돌아다닌던데 대체 왜??
결국.... 길에 있는 택시를 잡아서 호텔로 가기로 결정.
여기서 세 번째, 문제 발생. 택시가 심각한 바가지를 시전하기 시작합니다.
택시가 가격을 얘기 안하고 자꾸 협상하려 하길래 주머니에 위안화가 별로 없다는 걸 알려주자 "그럼 못 태워주지"라는 식으로 택시를 멈춰 세웁니다.
이러다간 길거리에 버려질 상황이라 결국 유럽에서 쓸 비상금으로 쟁여놓은 달러가 있다며 재협상 시작, 문제는 편도 8000원도 안 하는 거리에 달러를 무슨 20달러, 30달러, 아니 그냥 일단 가지고 있는 달러를 다 내놓으라하기 시작합니다.
이쯤되니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 일단 더 뺐길 순 없기에 100달러 짜리는 숨겨두고 대충 60달러밖에 없다고 뻥을 치니 그거 다 달라고 하고 안 그러면 출발할 수 없다고 하니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다 내놓았습니다.
하....
중국에서 20분 택시거리를 무려 60달러 + 45위안에 탈 상황이라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돈을 챙긴 택시기사는 기분 좋게 저를 호텔에 데려다 주었는데
이 택시기사, 돈을 주머니에 챙기지 않은 채 싹다 조수석에 그냥 고스란히 올려놓았더군요.
어차피 트렁크에 짐도 없어서 저는 내리는 동시에 조수석에 있는 달러는 죄다 집어들었습니다. 그러자 진짜 저랑 싸울 기세로 뭐라뭐라 소리지르길래 알아듣든 말든 영어로 20달러도 많은 거라고 저도 빽빽 소리 지르며 싸우다가 결국, 상황이 진짜 험악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대충 30달러 정도만 안에 던져주는 걸로 합의하고 겨우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암튼, 원래 뜯길 것보단 덜 뜯기긴 했지만 생각할수록 억울한 상황. 지금 생각하면 그냥 달러 다 들고 호텔 안으로 도망가서 호텔 주인장한테 어떻게든 얘기해보는 건데... 호갱도 이런 호갱이 없어요 진짜
여기까지 유럽 여행 66일 중 0일차가 제일 힘들고 괴로웠다는 이야기. 택시 호갱은 유럽 내내 한 번도 당한 적이 없는데... (당연하지 유럽 여행 내내 택시를 한 번밖에 안 탔으니)
거기에 막차끊김, 속쓰림 등등 수많은 고통을 압축해서 한 탓에 호텔 가서는 그냥 정말 씻자마자 바로 잠들었습니다.
여러 분, 외국에서 길가다 택시 잡는 건 정말 일본, 대만 등 검증된 나라에서만 합시다. 무조건.
우버나 디디추싱, 얀덱스택시가 역시 정답. 물론 저는 애초에 이게 안 잡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이상, 극한 중국 환승여행의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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