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나신입니다.
고분탐방 그 8번째, 이번에는 경상도와 수도권만 다루다가 처음으로 전라도 지방으로 넘어가 봅니다. 제가 사는 곳이 서울이랑 창원이라서 여기 둘만 왔다갔다하느라 전라도 지방은 사실 갈 일이 좀 드문 편입니다. 작정하고 여행하려고 가는 정도? 그러다가 우연히 갈 기회가 생겨 간 김에 근처에 있는 익산하고 진안을 쭉 여행하고 왔습니다. 익산은 아주 어릴 때 가보고 오랜만에 오는 거라 뭔가 반갑습니다.ㅎ
그런 익산이지만 이번에는 익산에서 정말 처음 가보는 곳, '쌍릉'입니다.
'쌍릉'은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백제시대 왕릉입니다. '쌍릉'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무덤이 총 두 개 있는데 크기가 큰 '대왕릉'과 비교적 작은 '소왕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다만, 이름과 다르게 현재 발굴된 정황에 따르면 각각 왕릉과 왕비릉으로 보는 게 전반적인 의견입니다.
오랫동안 주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여러 말이 있었습니다. 한 때 서동요 설화의 주인공인 '선화공주'의 무덤이다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발굴조사를 통해서 완전히 틀린 거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음... 거의 도굴에 가까운 발굴을 하고 유물 조사도 대충해서 참 난감했는데 이번 발굴로 유골 및 부장품 등에 대해 정말 조사를 한 결과 백제 30대왕 '무왕'의 무덤인 걸로 사실상 결론이 났습니다. 백제 왕릉 중에서는 공주에 있는 '무령왕릉'에 이어 두 번째로 확실한 주인이 보장된 무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의 무덤 위치를 알기 힘든 백제 왕릉사에 아주 기념비적인 사건.
근데 크기를 봐서는 '왕릉'이라고 볼 수밖에 없긴 했고 익산에 각별한 애정과 투자를 아끼지 않은 무왕의 성격을 봤을 때 이미 무왕의 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긴 했습니다. 그 다음인 의자왕이야 백제가 망하면서 당나라로 끌려갔으니 무덤이 있을 턱이 없고...
암튼, 상당히 중요한 유적인데 아쉽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에는 아직 발굴이 다 된 시점이 아니라서 그런지 목록에서는 제외됐습니다. 대신 같은 동네에 있는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백제문화역사지구에 포함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되었습니다.
저의 생각이지만 제대로 정비가 끝나고 발굴 성과를 좀 더 알린다면 확장하는 형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송산리 고분군, 능산리 고분군과 함께 백제 유적을 대표하는 고분으로 당당하게 이름이 남을 듯.
주차를 한 후 고분군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대왕릉이 보입니다. 이름 그대로 큰 무덤. 여기는 발굴조사를 끝내서 주인인 '무왕'의 정체가 드러난 상태. 무왕릉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왕비릉하고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외로워 보이는 느낌도 들지만 왕릉 특유의 양지바른 위치선정 덕분에 따뜻하고 아늑한 기분도 듭니다. 고분 크기는 확실히 거대한 편. 물론 백제 왕릉 특성상 신라나 가야처럼 어마어마하진 않습니다. 애초에 이 시점에서는 고분을 크게 만드는 게 좀 유행이 지난 시점이기도 했고.
'무왕'은 백제의 마지막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왕입니다. 백제는 특이하게 쇠퇴기가 아닌 한창 부흥하던 시기에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케이스. 신라가 정말 거의 막바지까지 허덕이며 버티다 사실상 나라를 갖다바친 것으로 끝낸 것에 비하면 나름 장렬한 최후이면서 참 아쉬운 결말이기도 합니다.
'무왕'은 특히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서동요' 설화로 유명한데 최근 쌍릉과 미륵사지 발굴조사를 통해 완전히 허구의 전설로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그냥 과거의 이야기로 남게 되어 조금 아쉬운 부분. 역시 괘릉도 그렇고 발굴하면 괜히 전설 깨지는 게 조금 아쉽긴 합니다.
대왕릉인 무왕릉을 보고 반대편 숲에 있는 소왕릉으로 가봅니다. 왕비릉, 아마 미륵사지 석탑에서 나온 사택씨의 무덤으로 추정될 수 있겠는데 제가 갔을 땐 아직 발굴 중이라 막아놓은 상태였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오는 걸로.
이렇게 보면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쌍릉 탐방 끝.
쌍릉은 규모가 크지 않은데 아마 차를 타고 이동할 경우 미륵사지를 본 후 왕궁리 유적으로 가는 길에 들르기 딱 좋은 위치입니다. 익산에는 백제 고분이 드문 편인데 그래도 상태가 매우 좋은 쌍릉이 있어 공주나 부여에 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소왕릉 발굴이 다 끝나면 다시 오고싶습니다.
이상! 익산 쌍릉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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