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나신입니다.
고분탐방 9번째, 다시 경상도로 돌아왔습니다. 역시 고향 근처에서 많이 다닌 덕분에 경상도 지방에서 소개할 유적이 특히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날 날씨가 좋아서 김해 이곳 저곳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블로그에는 김해 지역 대학들만 잔뜩 소개해놓고 유적지는 정작 등한시... 그래서 오랜만에 다뤄보고자 합니다.
경전철에서 내린 후 김해 시민의 종과 국립김해박물관을 차례로 지납니다. 김해 시민의 종은 우리나라에 있는 여러 시민의 종 종각 중 제일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곳. 간지가 철철 넘칩니다. 김해가 은근히 인구도 많고 돈도 많아서 여러 시설 투자가 꽤나 깔끔해서 올 때마다 부럽다...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역사를 다룬 박물관 중에서는 당연히 최고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무슨 사생대회? 같은 걸로 가본 기억이 있는데 음... 암튼, 괜찮았던 걸로 기억. 꽤나 볼만하기 때문에 가보는 걸 추천합니다. 물론 오늘의 목적지는 다른 곳이기에 국립김해박물관 뒷 편으로 일단 올라갑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위치선정이 아주 좋은데 바로 금관가야의 시작인 '구지봉' 바로 밑자락에 있다는 것. 국중박이 워낙 동떨어진데 있어서 그렇지 다른 박물관들은 그래도 다 나름대로? 그 지역 역사를 대표하는 관광지랑 잘 붙어 있는 듯합니다.
일단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구지봉'.
'구지봉'은 가야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단군왕검이 내려온 태백산의 신단수 같은 곳이라 보면 될 듯.
설화에 따르면 가야가 건국되기 전 이 주변 9개 지역 촌로들이 이 언덕에 올라왔는데 하늘에서 왕을 내려준다며 다 같이 자기가 알려주는 노래를 따라부르라고 했다고 합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내밀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뜬금없이 살벌한 이 가사를 아홉 촌로들이 떼창을 했고 그러자 하늘에서 상자에 담긴 자주빛 알 6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엄청나지 않습니까? 당연히 오오옹 하면서 귀중히 모신 결과 알에서 여섯 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10일만에 폭풍성장에 청년으로 자라납니다. 그렇게 생후 10일만에 각각 6가야의 왕으로 추대돼 제일 먼저 태어난 아이가 현재 김해를 중심으로 한 '금관가야'의 첫 왕 '김수로'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당연히 설화인 만큼 진짜 그럴리는 없으나 이를 통해 여러 가야들이 연맹이라는 느슨한 연합체제였다는 걸 대체로 알 수 있습니다. 다만, 6가야는 후대에 만들어진 이야기인 게 현재 발굴을 통해 6가야 외에도 최소 3~4개 정도가 더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니면 그땐 없었는데 알에서 안 태어난 사람이 세운 건가? 흠....
그런 구지봉은 지금도 김해를 지키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남아 있습니다. 낮아서 등산하기도 매우 쉬워요.ㅎ
구지봉 꼭대기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구지봉 고인돌'이 보입니다. 한자로 크게 '구지봉석(龜旨峯石)'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바위 자체는 대략 2,500년 전 만들어진 고인돌로 보입니다만, 글씨는 이후 조선시대에 한석봉이 썼다고 전해집니다.
한석봉의 명필인가는 그냥 소문이니 넘어가고 이 구지봉이 확실한 건 가야 건국 이전부터 지역 유력자의 무덤이거나 제사를 주관하는 기능을 하는 고인돌이 있었다는 점에서 신성하게 다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정말 알상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가야가 생겨나진 않았을 것이므로 가야 이전 '변한' 단계나 더 이전의 지역 공동체 흔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고인돌 보고 뒤로 돌면 나오는 구지봉 정상은 참 평범합니다. 중간에 이름 없는 바위 하나가 서 있습니다. 정상 주변은 뻥 뚫려있어서 알상자 내려오기 딱 좋아보이는 위치.
구지봉 자체는 고인돌 말고는 별 거 없으므로 반대편으로 내려갑니다. 김해는 유명 관광지를 다 걸어서 다닐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멀리 복원한 산성인 '분산성'과 다른 고분군인 '백운대 고분군'이 살짝 보입니다. 저기는 나중에 가보기로 하고 일단 두 번째로 갈 곳은 '수로왕비릉'.
가야고분은 저번에 대가야의 고분인 고령의 '지산동 고분군'을 다룬 이후로 두 번째입니다. 나중에 함안 '아라가야'와 창녕 '비화가야' 고분도 차례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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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왕'비'릉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금관가야 초대왕인 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의 무덤이라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물론 음... 확실한 역사적 증거가 없는 만큼 여기가 진짜 수로왕비릉인지는 알 수 없긴 합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조금 더 큰 크기의 '수로왕릉'이 있긴 하고 금관가야의 지배층 고분군인 '대성동 고분군'이나 가야왕궁 터 등등도 있으므로 진짜일 가능성이 높긴 할 듯?
수로왕의 왕비인 '허황옥'은 여러모로 미스터리한 인물인데 잘 알려져있듯이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로서 배를 타고 가야에 도착해 결혼했다고 하는, 진짜라면 한국사 최초의 기록으로 전하는 국제결혼이란 엄청난 타이틀을 가지게 됩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씨가 이 둘의 결혼으로 갈라져 나온 후손인 '김해 김씨'인 걸 생각하면 한국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1,000만 명이 인도 혼혈이라는 결과도 나올 수 있겠습니다.
역시 한국인들이 카레를 좋아하는 건 숨겨진 인도인의 DNA가 아닐까?
...그런 전설을 빼면 아마도 인도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항해술이 어느 정도 발달한 시기이긴 하나 일단 '아유타국'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불확실하고 왕족 공주가 위험한 해로를 뚫어 굳이 방금 전 건국한 나라랑 결혼하러 간다는 것도 조금 말이 안 됩니다.
그래도 아니라는 증거도 없으니 믿으면 뭐 어때? 인도에서도 나름대로 유명해져서 매년 인도에서 총리가 우리나라에 방문할 때마다 꼭 한 번 씩 언급해줍니다.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인도 관계의 다리.
그런 이유로 왕비로서 한국사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수로왕비릉을 저는 정문은 아니고 구지봉하고 연결된 문을 통해 들어갔습니다. 고분은 왕릉...치곤 조금 작은 수준? 구성은 확실히 수로왕릉과 매우 닮았습니다.
수로왕비릉은 아늑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수로왕릉처럼 후대에 만들어진 석상도 없어서 더 부드럽고 진짜 고대의 무덤 같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석하고의 비율도 잘 맞아 수로왕릉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 정도.
수로왕비릉 앞 쪽에는 또 '파사석탑'이란 유물이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허황옥이 가야에 도착했을 때 같이 가져온 돌로 만든 석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나지 않는 돌이라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별명으로는 '진풍탑'이라 하여 폭풍우를 잠재우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봐서는 너무 마모가 심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런지 그냥 돌탑 아닌가? 싶은 비쥬얼이지만 확실히 돌 모양은 특이하긴 합니다. 이건 성분 분석 할 수 있을텐데 이 돌이 나는 곳을 찾으면 진짜 허황옥이 온 곳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인도랑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외에는 수로왕릉처럼 앞에 수로왕비에게 제사를 지내는 작은 사당이 있습니다.
이렇게 수로왕비릉 탐방도 끝 묘역이 그렇게 넓은 건 아니라서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곳. 김해가 갈 때마다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더더욱 다시 찾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하루를 잡고 근처에 있는 수로왕릉과 봉황동 유적, 대성동 고분군, 국립김해박물관 등등과 함께 가면 꽤 알찬 역사탐방이 될 듯?
이상! 김해 수로왕비릉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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