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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2달이나 여행하기/여행 준비

유럽 2달 여행 준비기, 유럽 처음 가보는데 뭐부터 해야하죠? : 2달 간 유럽 여행 경비 지출

대학교 2학년, 인생에 부질없는 회의감을 느끼고 교수님의 진솔한 권고도 만류한 채 1년 휴학을 때렸습니다.

 

남들은 휴학하면 취업준비다, 자격증 준비다, 하다못해 못한 공부라도 한다고 하지만 저는 솔직히 휴(休)학 아닙니까, 살면서 1년이나 시간이 꽁으로 비는 때가 과연 40~50년 후 은퇴하기 전까지 있을까 싶어 꽁으로 빈 시간, 꽁으로 낭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럼 뭐다? 답은 여행이다.

 

한국 대학생의 여행지는 뭐다?

 

근데 유럽은 넓잖아요? 시간이 1년이나 있는데 일주일, 10일 이렇게 다녀오면 아깝잖아요?

 

그렇다면 2달 가면 되지. 기왕 하는 거 66박 67일!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유럽 봤다고 하지

 

허허허허헣 생각만 해도 행복해라

 

 

 

 

 

???: 근데 유럽 가 본 적 있어요?

 

아뇨

 

???: 프랑스나 러시아도 갈 건데 프랑스어, 러시아어 할 줄 아세요??

 

아뇨??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요?

 

(근데 대학생이 영어도 할 줄 몰라?)

 

 

이렇게 생각했을 때가 휴학이 막 시작됐을 때 쯤.

 

그럼 이제 블로그들을 서칭해봅시다. 보자... 2달 가려면 한 500만원 정도면 21세기 부르주아로 유럽에서 펑펑 놀다 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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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한 달에 580?? 근데 또 어떤 사람은 두 달에 600을 쓰기도 하고 음...

 

천차만별이지만 넉넉히 500을 예상했던 저에게는 지금 통장을 탈탈 털어도 암튼 빠듯하다는 현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경비부터 막히기 시작하는 유럽 여행 준비, 대충 준비했다가는 대충 다 털려오기 딱 좋은 유럽. 이제 각 잡고 한 번 준비해보기로 합니다.


1. 유럽 여행 경비는 얼마나 들었나요?

 

저도 유럽 여행 준비를 하면서 제일 궁금했던 부분이기에 가장 성실히 답변해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사실 여행의 패턴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1박에 얼마, 2박에 얼마 같이 정가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숙소, 좋은 음식을 가까이 할 수록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니까요.

 

다만, 제 블로그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저는 호캉스, 호화여행, 힐링 이런 거 없습니다. 2달 안에 빡쎄게 보고싶은 걸 다 보고 오겠다는 그 집념 하나로 숙소와 식비에는 큰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왕복 비행기를 제외하고 숙박비, 식비, 입장료, 내부 이동비 등등을 고려해 하루 7~10만원 정도를 일단 예산으로 잡았습니다.

(물론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진 않지)

여기에 왕복 비행기값, 미리 지불할 예정인 내부 이동 교통비 등을 대충 150만원 정도로 산정하여 67일 간의 여행경비를 630~650만원 정도로 잡았습니다.

 

사족은 뒤에 붙이기로 하고 분야별 얼마를 지출했는지 먼저 결과만 보여드리겠습니다.

 

1. 부산 ~ 모스크바 경유 항공편(중국국제항공): 359,600원

2. 부다페스트 ~ 인천 직항 항공편(폴란드항공): 503,786원

3. 유럽 내 이동 교통비(기차, 선박, 버스, 비행기): 1,553,066원

4. 64박(야간버스, 기차 제외) 숙박비: 1,641,658원

5. 65일 간 식비: 1,171,375원

6. 각종 관광지 입장료 및 패스권: 881,627원

7. 기타(물품구입, 여행자보험 등): 473,919원

 

= 658만5,031원

+ 유럽 내 카드사용으로 인한 수수료 + 해외계좌인출에 따른 수수료 부과

 

최종지출액: 682만5,841원

 

정리하면 모스크바로 in, 부다페스트에서 out하는 왕복 비행기는 대략 86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만약 in out이 같은 도시이고 대학생이시라면 국제학생증을 이용해 싸게 나오는 항공권을 잡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여행이 길어져서 그건 실패. 대신 폴란드항공이 부다페스트 ~ 인천 취항 기념으로 할인행사를 해서 비교적 싸게 직항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 내 교통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습니다.

 

최대한 싸게 가려고 대부분 버스를 타고 다녔으나 20만원이 넘는 스위스패스(ㅎㄷㄷ), 네덜란드에서 아일랜드,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 핀란드 가는 배 예약했다가 놓치는 바람에 다시 구매한 가격 등등이 더해져 생각보다 많이 나왔더군요.

 

유럽은 버스가 싸고 기차가 비싸지만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타야하는 상황이 오는 편입니다. 많이들 쓰는 '유레일패스'는 짧게 여러 도시를 갈 때 유용한 편이라 이번 여행에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숙박비의 경우에는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아끼자'가 모토.

 

예약은 전부 '아고다' 사이트를 통해 진행하였고 한 달은 게스트하우스, 한 달은 2인이 머무는 숙소가 필요해서 저렴한 호텔을 잡았습니다.

 

때문에 1박 당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쌀 땐 8,000원에서 비쌀 땐 인당 6만6,000원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주로 러시아, 동유럽이 숙박비는 저렴하며 악명 높은 스위스와 프랑스, 베네룩스 3국이 좀 비싼 편이었습니다. 숙박은 최대한 싼 걸 잡되 거리가 너무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빈대(매우 중요!!!!) 후기가 있는 걸 거르고 걸러 정했습니다.

 

근데 그럼에도 베를린에서 한 번, 파리에서 한 번 베드버그에 물렸습니다. 하...


식비는 정말 아끼려고 노력을 했는데 흠... 생각만큼은 뜻대로 되진 않은 것 같아요.

 

유럽은 외식 물가가 좀 비싼 편입니다. 원래 물가가 비싼 나라도 그렇지만 비교적 물가가 싼 나라들도 물가 대비 외식비는 좀 비싼 편. 반대로 마트 물가는 저렴하기 때문에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할 수 있다면 해먹는 게 싸게 치입니다.

 

그리고 이동이 자유로운 나라인 만큼 미리 저렴한 나라에서 식재료를 잔뜩 산 다음에 물가 비싼 나라에서는 그걸로 버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스위스에서는 7일 중 카페에 간 걸 포함해 딱 3끼만 외식을 했습니다.

(스위스는 맛도 없으면서 가격은 더럽게 비싸...)

 

궁상맞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래도 중간중간 맛집도 나름 찾아서 들르고 프랑스는 음식 제대로 먹고 싶어서 한 끼에 3만원이나 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전체를 나누니 대략 하루에 2만원 꼴로 쓴 것 같아요.


 

유럽에서 또 우리 착한 한국인 여행자들의 뒷목을 잡는 건 바로 입장료.

 

각종 패스권이 있긴 하지만 그 패스권도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파리 뮤지엄패스, 베를린 웰컴카드, 런던패스 등등....

 

가장 사악한 곳은 러시아인데 물가는 저렴하면서 입장료는 제일 비쌉니다. 한 가지 예로 우리나라 '경복궁' 입장료가 3,000원일 때 러시아 여름궁전 전체 입장권은 약 3만5,000원 정도입니다.

궁전 내부하고 정원 입장료를 따로 받는 사악한 놈들... 마음 속 깊이 입장료값 안 내고 몰래 들어가서 보고 올까 했지만 그게 될리가 있나요. 허허

 

여행 계획을 하면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니 가기로 확실히 정한 곳들은 입장료가 대충 얼마인지 미리 파악해두는 게 좋습니다. 아니면 패스권을 산 뒤 정말 패스권 뽕을 다 뽑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빡쎄게 하루를 보내든가. 저는 빡쎄게 하루를 보내는 걸 택했습니다.


그 외에도 유럽 여행 때 필수품인 유심칩, 여행자보험(이건 정말 들어놓기 잘했습니다. 여행 중 휴대폰 액정이 박살나서...), 소매치기의 천국인 만큼 각종 보안장치 등등 기타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행자보험은 메리츠 여행자보험을 들었는데 저렴한 가격대비 쓸만한 혜택은 괜찮은 편이라 추천합니다. 여긴 나중에 따로 한 번 더 포스팅을 해볼게요.

 

그리고 위에 카드사용 수수료, 인출로 인한 수수료가 추가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유로화 지역만 다닐 거면 유로화만 가지고 다니면 되지만 러시아는 루블, 폴란드는 즈워티, 영국은 파운드, 스위스는 스위스프랑 등등 아직까지도 유로화가 통하지 않는 곳들이 몇몇 있습니다.

 

게다가 유로화를 제외하고는 환율우대도 거의 없고 환전해주는 곳도 많지 않아 해외사용이 가능한 카드를 쓰거나(유럽 국가 거의 대부분은 우리나라만큼 카드 사용이 잘 됩니다.) 그 국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해 쓰는 편이죠.

 

이게 단순히 환율 문제뿐만 아니라 한 번에 많은 돈다발을 미리 한국에서 들고 왔다가 소매치기나 분실 등으로 잃어버릴 위험으로부터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커서 저도 이렇게 다녔습니다.

 

근데 제가 여행 다니면서 가계부를 정말 꼼꼼하게 썼고 그 내역으로 계산을 했는데 막상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은 그거보다 20만원 가량이 더 추가되었더군요...

 

나름 하나 비바체크카드를 미리 받아서 수수료를 줄인다곤 했지만 완전히 제거하는 건 불가능. 게다가 제가 계산하는 환율과 은행사에서 계산하는 환율의 차이도 있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은행 체크카드의 단점 중 하나가 실시간으로 계좌에서 얼마가 빠져나갔는지 알 수가 없어서 환율이 얼마로 적용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수수료가 덜 붙는 카드이긴 하지만 이 점을 유의해서 발급받는 걸 추천.


여행자보험, 카드 문제는 나중에 다른 포스팅을 통해 좀 더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이번 포스팅은 경비만.

 

전반적으로 아껴서 다녀온 축에 속하긴 합니다. 보통 두 달 가려면 다른 블로그들을 열심히 염탐한 결과 800은 기본으로 잡고 가긴 하더라고요. 어후,,, 근데 대신 많은 사람들이 코스에 넣는 남유럽 지방을 빼고 동유럽을 넣은 게 여행 경비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경비지출도 있습니다. 배를 놓쳐서 새로 예약한다든가, 요금 내는 법 몰라서 버스에 있다가 무임승차로 벌금을 맞는다든가, 빈대에 물려서 병원치료를 받는다든가... 2달 여행하다보면 별의 별 사건은 다 겪습니다. 그나마 용한 건 소매치기로 털린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 정도?

(이것도 털리긴 했는데 옆에 있던 중국인 관광객이 도와줘서 되찾아서 겨우 살았습니다.)

 

암튼 결론 여행 경비 계획을 짜는 건 중요하지만 뜻대로 되진 않는다. 늘 여유돈을 예상 경비의 10% 정도는 잡아두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치안이 불안한 유럽인 만큼 늘 돈을 분산해서 보관하고 지갑과 스마트폰은 소중하게 간직하기!

 

여행이 행복한 것은 자본에서 시작합니다. 원치 않는 지출은 괜히 여행의 행복을 망치는 주 원인.

 

모두 플렉스까진 아니더라도 행복한 여행 되길 바라며 다음에는 여행 경로 및 기타 사항 등에 대해서 차례로 다루겠습니다.

 

이상 김나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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