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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세르기예프 파사드 Сергиево-Посад

[모스크바 근교 여행] 동화에 나올 법한 곳이 눈앞에. 세르기예프 파사드 여행 '트로이체 세르기예프 수도원' : 성스러움이 흘러넘치는 곳 - DAY.3

유럽 여행 3일차. 모스크바... 가 아니라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도시들을 가봅시다. 처음으로 가볼 곳은

 

세르기예프 파사드(세르기예프 포사드)

Сергиев Поса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대략 북동쪽으로 70km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시골마을입니다. 서울로 치면 한 춘천 정도 쯤 위치해 있는 도시로 보면 비슷하겠습니다.

 

작은 시골 도시지만 모스크바 주변으로 둘러쳐진 이른바 '황금의 고리' 도시 중 가장 대표적인 곳입니다. '황금의 고리'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마치 고리 모양처럼 역사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이 몰려있다는 것에서 비롯된 말. 그 중에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는 얼마 없는데 세르기예프 파사드는 거기에 속해있죠. 대단한 곳입니다.

 

가볼 곳은 딱 한 군데, 엄청난 규모의 수도원인 '트로이체 세르기예프 수도원'.

기차역에서 대략 걸어서 20분 정도면 닿는 곳입니다. 버스가 있는진 모르겠는데 도시가 작아서 버스가 그렇게 자주 다니진 않으니 그냥 산책한다고 생각하고 걸어가는 걸 추천.

 

그렇게 걷다보면 도착하는 작은 언덕.

도시 700주년? 같은 걸 기념한 곳인가 봅니다.

 

여기가 바로

트로이체 세르기예프 수도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처음 봤을 땐 러시아 정교회 기준으로 만약 꿈꾸는 이상향 같은 게 있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는 현실에 구현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웅장하기보다는 아늑하면서도 화려한, 그러면서도 격식이 갖춰지진 않은 정갈한 수도원이 언덕에 저렇게 몰려 있으니 와... 진짜 아름다웠습니다. 처음 봤을 때 크 인상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하나하나 놓고보면 여기만큼 예쁜 성당이야 러시아에서 못 본 건 아니지만 저렇게 수도원으로 존재하는 곳 중에 세르기예프 수도원을 능가하는 곳은 못 본 것 같네요.

앞에는 웬 공작 장식도 있습니다.

 

언덕에서 보면 빨리 근처에 안 가고 뭐하나 싶을 정도의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뛰..어가진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가봅시다.

가까이 가면 느껴지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요.ㄷㄷ 괜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아닙니다.

 

러시아 정교회는 저렇게 수도원을 크렘린 성벽처럼 거대한 성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게 많습니다. 처음 보면 왕궁인 줄 알 듯. 과거에는 수도원이 군사적인 기능도 가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도착한 매표소. 매표소마저 예뻐,,,

한산해보이지만 갔을 때 관광객이 정말 바글바글합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조용한 분위기는 아닌 듯. 근데 절반 가까이가 중국 사람들이여 세상에

(푸드덕)

사람 많은 곳은 늘 많은 비둘기들.

아니 이게 된다고?

 

비둘기 구경 하다가 매표소로 가서 입장권을 사옵니다.

입장권은 500루블(약 8,000원). 러시아답게 입장권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니까... 인정하고 넘어갑니다.

 

'트로이체 세르기예프 수도원(Свято-Троицкая Сергиева Лавра)'은 1330년에 세워진 7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수도원. 러시아 역사에는 러시아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표트르 대제가 어린 시절 피난을 왔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다만 현재 보이는 모습은 18세기에 크게 불탄 후 다시 세워진 거라 러시아 양식과 유럽 양식이 서로 섞여있는 형태라고 합니다. 저는 그냥 너무 러시아인데? 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유럽풍도 좀 가미가 됐다나봐요? 역시 보는 눈과 배운 것에 따라 달리 보이나봐요.

 

안으로 이제 들어가 봅시다.

입구부터 화려합니다.

정교회 특유의 엄근진 벽화.

아까 언덕에서 봤던 하늘색 지붕의 성당. 러시아는 흰색과 단색 조합을 진짜 잘 맞춘다는 생각을 성당 볼 때마다 합니다. 아마 흰색 이 만큼 건물에 바르기 좋아하는 나라도 드물 거야.

안에서 봐도 규모가 꽤 큰 편.

러시아 정교회 신부...님?

사람이 많긴 해도 몰려있는 곳은 정해져 있으므로 의외로 내부는 그냥저냥 한산합니다.

작은 무덤.

크렘린처럼 황금 빛으로 빛나는 지붕. 오늘 날씨 흐렸으면 진짜 두고두고 후회했을 거에요. 날씨운은 러시아에서 특히 몰빵한 것처럼 좋았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날씨의 신님

엄청난 높이의 종탑. 이반대제의 종탑 급으로 높은 것 같은데?

솔직히... 그냥 대충 찍어도 러시아 배경으로 만든 화보마냥 사진이 나옵니다. 아니 세상에 이런 곳이 모스크바에서 기차 타고 30분이면 간다니.

높은 종탑. 직접 위로 올라가보고 싶었는데 직원 분한테 물어보니 안 열어준다네요.ㅠㅠ 근데 또 종탑에 누가 올라가 있는 걸 봤는데 구경 좀 시켜주지 아쉽.

 

비둘기 떼가 날아드는 세르기예프 수도원.

안으로도 한 번 들어가 봅니다.

 

내부는 사진을 아예 못찍게 막아두었는데 러시아 정교회 성당들이 그렇듯 빽빽하게 수놓은 이콘이 여기저기 그려져 있어 역시 밖보다 안이 더 화려한 정교회 성당인 걸 보여줍니다.

 

사실 내부 장식보다 마침 들어갔을 때 그냥 앉아있던 것 같은 아주머니들과 신부님이 성가를 부르기 시작하시는데...

믿지도 않는 종교심이 일어날 것 같은 성스러움이 뿜어져 나옵니다. 아니 성가대 출신이세요??? 아주머니들 보통 실력이 아닙니다.ㄷㄷㄷㄷㄷㄷㄷ

 

영상을 찍고 싶으나 사진을 찍지 말라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소리만 대충 녹음한 영상입니다.


성당 나와서 다른 곳도 둘러보다 보니 기념품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

안으로ㄱ

성스러움이 넘쳐나는 러시아 달걀.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ㄷㄷ 저 달걀장식은 솔직히 마트료시카보다 더 사고 싶은데 언제나 너무 비싸...

우리나라도 절에 가면 불경 CD 팔던데 비슷한 느낌?

그밖에 이런 저런 전시물들이 있습니다. 별 건 없네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다른 수도원.

혹시 현찰이 없는 분을 위해 친절하게 ATM까지.

 

밖으로 나와서 좀 더 돌아다니다보면

성수? 같은 게 나오는 식수대가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데

우리나라 약수터마냥 사람들이 통을 여러 개 들고와서 물을 떠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등산하다보면 너무나 익숙한 광경. 역시 세상 사는데는 다 똑같아... (그 와중에 러시아 사람들만 물 떠가는 데 열성적이고 중국 사람들은 구경 중)

 

저도 궁금해서 살짝 마셔봤습니다. 물은 그냥 물입니다.

제일 처음 봤던 하늘색 지붕의 성당으로 가봅시다.

역시나 와... 화려해

여기는 그래도 사진 찍어도 괜찮아서 눈치껏 몇 장 찍었습니다. 러시아는 정말 성당 안이 걸작인데 사진 못찍게 막아두는 곳이 많아서 늘 아쉬워요. 그러므로 찍을 수 있는데서는 필사적으로 찍어서 남깁니다. 역시 남는 건 사진 뿐.

오오오 성스러워... 여기도 곳곳에서 성가가 울려 퍼집니다.

유달리 마음에 드는 러시아 정교회 촛대.

다시 밖으로.

엄청 작은 성당이 있길래 들어가보니

여기도 러시아판 약수터가 안에 있군요. 근데 물 색깔이 레모나 탄 것도 아니고 왜 저래?

높은 천장.

 

여기 물은 색깔이 저러니 좀 찜찜해서 안 마셨습니다. 떠가신 분들 부디 집에 가서 끓여드세요.

나가는 길에 본 수도원의 오래된 석판.

놀랍게도 설명은 러시아어와 중국어 뿐이라 영어조차 없어서 아직도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아니 중국인이 많이 오긴 하지만 영어를 무시하고 중국어만 적어놓다니,,, 새삼 유럽에서 커진 중국인의 힘을 느낍니다.ㄷㄷ

이제 밖으로.

나갑니다.

모스크바에서 시간을 내서 여길 올 때만 해도 약간 걱정되는 부분이 없진 않았는데 날씨도 흐렸던 게 여기 오자마자 기적처럼 맑아지는 것도 그렇고 안 왔으면 정말 후회했을 곳. 근교 도시 여행지로 딱 맞습니다. 대략 하루는 너무 길고 반나절 정도 둘러보기에 적당한 편. 모스크바랑은 확실히 다른 시골 정취가 있으면서도 거대한 성당이 마치 도시를 지키듯이 서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상, 세르기예프 파사드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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