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우우럽 여행 6일차. 러시아 모스크바입니다.
오늘이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중간중간 세르기예프 파사드나 블라디미르, 수즈달 같은 도시들을 들르느라 비우긴 했어도 6일이나 여기 붙어있으니 정이 들긴 하네요. 모스크바보다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솔직히 더 기대했지만 여기도 좋은 도시였어요. 러시아는 역시 여행하기 참 좋아. 교통만 해결된다면.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2박 편하게 지내다간 숙소도 오늘로 끝. 모스크바는 유일하게 한 도시에서 숙소를 두 개나 잡게 되었네요. 처음에 잡은 숙소가 너무 거지같아서 여긴 확실히 선녀같았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 모스크바 시내에서 좀 멀리 떨어진 '콜로멘스코예'와 '짜리찌노'를 가보려 합니다. 여행객들에게 엄청 인기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런 곳만 다니면 재미가 없잖아요? 안 가는 곳도 가봐야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스크바 지하철을 타고.
콜로멘스코예 도착.
아침부터 제일 먼저 모스크바에서 가볼 곳은 '알렉세이 미하일로비치 궁전'입니다.
알렉세이 미하일로비치 궁전
Дворец царя Алексея Михайловича
모스크바하면 흔히 떠올리는 '성 바실리 대성당' 같은 관광지들이 몰려있는 곳으로부터 대략 11km 정도 남쪽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서울로 치면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했을 때 강남 코엑스 가는 것보다 살짝 먼 정도겠죠. 그렇게 따지니까 왤케 가깝게 느껴지지?
이름이 굉장히 긴 궁전인데 별 뜻은 아니고 이 궁전을 지으라고 한 '알렉세이 미하일로비치' 러시아 제국 황제에서 그냥 따온 것입니다. 누군지 모르시겠지만, '표트르 대제'의 아버지라고 하면 좀 아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네요. 17세기인 1672년 완공했었습니다.
러시아 제국을 강대국으로 키운 표트르 대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표트르 대제는 모스크바를 버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옮겼지만. (저런)
약간 별궁같은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일단 가면서 더 얘기하죠.
요렇게 입구가 있는데 콜로멘스코예 공원 입구도 겸합니다. 콜로멘스코예 공원 규모가 지도로 보면 정말 장난 아니게 넓은데 오늘 여기를 다 봐야돼요. 허허허헣 내 체력 괜찮겠지...
오른쪽 끝에 슬슬 궁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황제가 살던 곳이니 왕관 조형물은 필수.
그리고 조금 있으면
굉장히 독특하게 생긴 궁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궁전, 세계 8대 불가사의 등등 여러 별명으로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대칭형태로 반듯하게 짓는 세계의 수많은 궁전과 다르게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한데 모아 비대칭적으로 지은 것이 특징. 정말 내가 꿈꿔온 궁전을 내 마음대로 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첫 인상입니다. 아니 이런 곳이 현실에 있다니.
다만, 여긴 17세기에 지어진 그 모습 그 대로는 아닙니다. 궁전이 낡았다는 이유로 1782년 예카테리나 여제가 철거해버려 거진 100년밖에 안 쓰고 사라졌거든요. (인경궁도 아니고...) 그렇지만 스케치가 남아 있어서 그걸 토대로 최근에 완벽하게 다시 복원해냈습니다.
복원해서 다행입니다. 이 예쁜 걸 스케치로만 보면 사람들이 안 믿을 거잖어. 무슨 상상화인 줄 알 듯.
놀이동산 같기도 하고 정말 러시아 동화에 나오는 궁전이 이렇게 생겼을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도 정말 이런 게 있다고?? 라는 생각이었는데 실물로 보니 더하네요.
빨리 안으로 들어가봅시다.
입장료는 1인당 400루블(약 6,400원)이지만, 국제학생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무료입장권 개꿀!)
옆에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은 돈 내고 들어갈텐데 헿헿
이제 진짜 안으로.
내부는 신발을 신고 다니되 이런 신발감싸개...? 같은 걸 신발 겉에 씌워야 합니다. 유럽에 있는 궁전 탐방하다보면 자주 만나게 됩니다. 아무래도 슬리퍼보다는 싸게 치이고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거니. (위생적으로도 나아 보이고)
입구부터 벌써 화려합니다. 러시아는 정교회 성당들도 화려한데 역시 궁전은 더 하네요. 죄다 황금빛.
태양신 가호가 가득한 첫 번째 방.
자잘한 유물도 전시돼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만 보여주는 화려함. 이게 뭐라고 해야되지, 서유럽의 화려함과는 격이 다른, 중국이 생각나는 마치 황금빛을 떡칠한 것 같은 극한의 화려함이 늘 특징입니다. 진짜 이보다 더 사치스러울 수 없다!를 보여주는 게 러시아 황실의 문화인 듯.
샹들리에도 늘 그렇듯 화려합니다.
세상 힙한 옥좌. 앉기만 해도 부가 셈솟을 것 같은 비쥬얼.
양 옆에 사자도 하나씩 거느리고 있습니다.
근데 이거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거 따라가니까 사자가 움직입니다. 사자가 눈빛이 번쩍거리면서 고개를 까닥까닥 거립니다. 무섭다 러시아제국...
(복원을 왜 이따구로 한 거야)
기이한 사자상은 이콘으로 정화
궁전답게 방이 정말 많은데 보통 일렬로 쭉 이어진 다른 유럽의 궁전과 다르게 구조가 정말 복잡합니다. 나중에 간 곳이긴 하지만 '성 바실리 대성당'도 이렇게 방이 이곳 저곳에 있고 길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던데 유럽문화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 러시아의 고유한 문화가 아닌가 싶어요.
묘하게 소박한 침실도 있고
복원한 티가 좀 많이 나는 복도도 지나갈 수 있습니다. 아직 복원한지 정말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새로 지은 펜션 같아
유물도 드문드문 보입니다. 일단은 박물관이긴 하니.
러시아 제국의 세종대왕 같은 존재인 표트르1세. 여기서 태어났습니다.
표트르1세 하면 역시 나침반과 지도.
하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랑 입장시간이 겹쳐져서 너무 어수선해서 혼자 동선에서 좀 이탈해 다른데 이곳 저곳 돌아다녔습니다. 단체로 오는 게 아니면 러시아 사람들도 그렇게 많이 오는 관광지는 아닌 듯.
덕분에 어느 방을 들어가든 직원 말고는 저 혼자였습니다. 역시 여행은 여유롭게 돌아다닐 때가 행복합니다. 아무리 유명한 곳이라도 사람에 치이면서 사진 찍고 인증샷 남기고 하고 있으면 세상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루브르박물관이라든가 루브르박물관이라든가...
여자 방은 황금색으로 칠한 남자 방과 다르게 유리로 장식된 샹들리에가 있었습니다. 나름 디테일.
요렇게 돌아보는데 한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미로처럼 여기 저기 돌아다닐 수 있어서 가이드 없이 다니면 놓치는 곳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비밀통로까지 막 뚫고 다녔지만.ㅋ
나가는 길.
마지막은 역시 기념품샵.
러시아 제국 뽕이 차오르는 기념품들이 있지만 다들 가격이... 너무 쎄서 전 아무 것도 사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제가 안 사도 아까 본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열심히 사줄 테니 상관없겠지.
생각해보니까 입장료도 무료였으니 제가 여기에 경제적으로 기여한 게 한 푼도 없네요. 흠
밖으로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컷
밖에 나가니까 진짜 진짜 동화에 나올 법한 모습으로 한상 거하게 차려져 있습니다. 이런 거 맨날 디즈니 만화에서만 봤는데 실물로 한상 차려서 먹어보고 싶다... (사진에 저건 당연히 모형)
다시 봐도 아름다운 알렉세이 미하일로비치 궁전. 오늘 날씨가 또 엄청 좋아서 더 그런 듯.
이제 복원된 거 말고 진짜 유적인 콜로멘스코예 성당들 찾으러 갑니다.
어우 멀어
모스크바에서 이제 막 복원된 거라 슬슬 뜨고 있었던 관광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볼 수 있는 여름궁전 같은 유럽형 궁전하고는 분명 차원이 다른 곳입니다. 거긴 정말 아름다운 궁전의 전형이라면 여긴 내가 꿈꾸는대로 막 만든 것 같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 완전히 다른 유형의 궁전이 러시아에 이렇게 있으니 모스크바랑 상트페테르부르크 둘 다 여행할 분들은 서로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적어도 그랬고.
이상, 모스크바 알렉세이 미하일로비치 궁전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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