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5일차, 모스크바입니다.
열심히 시간을 때운 끝에 드디어
밤이 찾아왔습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둘 다 유명한 게 있다면 바로 야경이죠. 밤에도 숙소에 들어가지 않고 열심히 돌아다녀야 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같은 곳을 보더라도 밤이랑 낮이랑 느낌이 천지차이에요.
당장 낮에는 큰 감흥이 없었던 니콜스카야 거리도
이렇게 아름답게 변합니다. 9월인데 분위기는 무슨 크리스마스
진짜 크리스마스 느낌.
사실 유럽은 밤에 다니는 게 조금 무섭긴 합니다. (특히 프랑스랑 벨기에) 그래도 러시아 모스크바 정도면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치안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니콜스카야 거리를 다니다보면 예쁜 비둘기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가끔 있는데 절대 사진도 찍지 말고 눈길도 주지 맙시다. 비둘기 만지거나 사진 찍었다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는 사기꾼들. 의외로 유럽을 돌아다니다보면 종종 만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저도 외교부 경고사항에서 보고 반신반의했는데 진짜 돌아다니더라고요.
암튼, 야경을 보러 제일 처음 가볼 곳은 '굼 백화점'. 낮에도 예뻤지만
밤엔 더 예쁩니다. 사람은 줄어들어 한산한 편.
백화점 중에는 여기보다 예쁜 곳은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수박분수도 그대로네요.
굼 백화점.... 그냥 아무 것도 안 사고 있기만 해도 뭔가 호화로워지는 기분이 드는 곳입니다. 그냥 평범한 백화점들은 돌아다니다보면 좀 피곤하고 답답한 기분이 느껴지는데 여긴 그런 게 없어요. 신기.
굼 백화점에서 나오면 진짜 야경으로 물든 붉은광장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늘 예쁜 거 봐...
군악대 퍼레이드 때문에 좀 어수선해도 사람들 바글바글하니 활기찬 느낌은 듭니다. 코로나 시국에서는 이제 보기 힘든 광경이 돼버렸는 게 아쉽네요. 사진으로 보니 뭔가 씁쓸
드물 게 우리나라 태극기와 북한 인공기가 같이 펄럭이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사이가 묘하게 떨어져 있는데 일부러 그런 건가?
(이 내막에 대해서는 북한군 만난 포스팅 참고)
붉은광장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성 바실리 대성당'과 크렘린 탑.
어릴 적 놀이터에서 본 양파머리 지붕들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죄다 여기서 따왔나봐요. 다른 러시아 교회들과 아예 다른 스타일의 알록달록한 색감이 밤이 되니 더 환상적으로 빛납니다. 러시아 전체를 통틀어서도 여기를 흉내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피의 구원 사원'을 제외하고는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크렘린도 여전히 예쁩니다. 밤에도 안에 열어주면 진짜 예쁠텐데...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네요. 내일 안에도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돌아다녔는데 낮에 봤던 곳 풍경이 이렇게 색다르게 바뀔 수 있는 게 바로 야경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그냥 평범한 거리도
분수도 훨씬 아름답게 바뀝니다.
진짜 유럽에 온 기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모스크바의 밤.
시간이 사실 이 때 좀 있었던 터라 다른 곳의 야경도 보러 갔으면 좋았을 걸... 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스크바대학교랑 모스크바 시티 야경 사진으로 보니까 진짜 예쁘던데 시간 내서 가볼 걸 아쉽...
그래도 좀 피곤하긴 하니 숙소로 돌아갑니다. 분명 오늘은 평소보다 여유롭다고 여겼는데
막상 또 걸음 수는 어제랑 엄청 차이나진 않네요. 뭐지?
암튼, 그래서 그런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 근처 지하철역으로 가니
지하철역에서 현악 사중주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ㄷㄷㄷㄷㄷ
러시아는 길거리 공연 클라스도 남다르네요. 이걸
이런 지하철역에서 들을 수 있다니.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냥 쿨하게 자기 갈 길 가기 바쁩니다.)
덕분에 한참동안 보다가 나왔습니다. 유럽 와서 처음으로 길에서 공연하는 사람에게 돈을 줬던 날.
왕좌의 게임 BGM도 연주해 줍니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니 우리 숙소 근처도 밤 되니까 꽤 예쁘네요?
아름답게 빛나는 '스레텐스키 수도원'. 이런 곳이 숙소 근처에 있었다니. 낮에도 한 번 와볼 걸.
이후에는 혹시 뭐 사먹을만한 식당 없나 찾아다니다가
마오쩌둥 컨셉의 바도 발견했습니다. 세상에 모택동 방석이라니...(중국인들은 못 깔고 앉는 거 아니야?)
성모 마리아 가정교회를 마지막으로 이제 정말정말 저녁거리 사서 숙소로.
이번에도 저녁은 도시락. 우리나라에서보다 러시아에서 라면 더 많이 먹는 듯.
기대했던 대로 모스크바의 야경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붉은광장이 좀 더 깔끔한 상태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대신 저번에 북한군을 만나는 최강의 여행운도 생기긴 했으니 나름대로 만족해야죠.
내일이 이제 모스크바를 떠나는 마지막 날. 벌써 4개의 도시를 떠나보내게 됐네요. 짧은 시간 안에 참 많은 곳을 돌아다닌 듯. 하루에 2~3만 보 씩 걸어야 만들어질 수 있는 기적(?)입니다.
내일은 날씨가 부디 맑기를 바라며 이상,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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