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 5일차, 모스크바입니다.
내일이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날. 아니 뭐했다고 벌써 첫 도시가 끝이지? 여행하다보면 할 땐 시간이 그렇게 빠른가 싶다가도 막상 지나간 날을 세어보면 엥? 벌써? 라는 생각이 늘 듭니다. 흠?
날씨도 영 흐려서 어디 딱히 가고싶지 않은 오후. 일단 할 건 없어서 붉은 광장 근처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만난 볼쇼이 극장)
날씨는 흐려도 사람들은 많이 다니는 모스크바 시내.
여행 둘째 날에 봤던 니콜스카야 거리도 한 번 더 봅니다.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괜히 크리스마스 분위기.
이때쯤 야경이 생기는 밤까지 정말 할 게 없어서 어딜 갈까 하다가 서점을 한 번 가보기로 했는데
길을 잃었습니다. (여기가 어디야)
원래 서점이 있다는 자리에 다른 게 들어서서 완전 허탕친 상황. 이래서 러시아에서는 구글맵 믿으면 안돼....
그러다가 거리 제일 끝에
뭔가 성당? 수도원같이 생긴 곳이 보여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건 또 봐줘야지 않겠습니까.
우연히 들어간 모스크바의 잘 알려지지 않은 수도원 '보그로디체 탄생 수도원'입니다.
보그로디체 탄생 수녀원
Богородице-Рождественский монастырь
생각해보니 처음 가보는 수녀원. 보그로디체 탄생 수녀원은 1386년에 세워진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수녀원이라고 합니다. 역사가 상당한 수녀원이었군요. 갈 땐 수녀원인 것도 몰랐는데...
러시아 정교회 수도원답게 입구에 거대한 종탑이 서 있습니다. 19세기에 건립된 멋있는 종탑. 저기도 올라가보고 싶다...
근데 여기도 노보데비치 수도원처럼 공사 중. 요즘 모스크바는 수도원 공사 시즌인가요?
그래도 나름 예쁩니다.
수녀 한 분이 보입니다. 수녀원이라는 걸 이렇게 대놓고 알려주는데 왜 여행 땐 몰랐지...
딱히 뭐가 있는 건 아니라 가볍게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밖에 나오니까 이콘을 그리고 있더군요. 이게 수녀원보다 더 신기합니다. 성화 그리는 걸 직접 볼 일이 드문데... 암튼, 좋은 구경 하고 갑니다.
자유여행 하면 정말 이렇게 뜻하지 않은 여행지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추가됩니다. 아무리 계획을 열심히 짜놔도 막상 가면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라 눈돌아가기 바빠서 계획 따위 어느샌가 잊어버리고 딴 길래 새는 게 저의 여행 스타일. 계획은 큰 틀일 뿐입니다. 핳
다시 서점 찾으러 시내 가는 중.
러시아 관공서?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자주 보이는 공유 킥보드. 2019년에는 유럽에서 정말 어딜 가든 굴러다니길래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면 재밌겠다" 생각했는데 여행 갔다오고 나니 슬슬 서울 중심으로 이게 보이더라고요. 그치만 유럽에서는 생각보다 비싸서 한 번도 타보진 않았습니다.
1896년에 지어진 건물.ㄷㄷ
처음의 목적을 다시 찾아 서점을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모스크바의 한 서점.
교보문고마냥 거대한 규모는 아니고 그냥 딱 동네서점 정도 크기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아는 책 찾아보기.
어린왕자가 제일 먼저 보이네요. 역시 세계인의 베스트셀러.
아늑한 서점 내부.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푸틴 화보집.
(아니 세상에)
월 별로 우리 멋있는 대통령 각하의 사진이 풀 스크린으로 걸려있습니다. 2020년 내내 푸틴을 감상해 보세요!
... 이런 게 정말 있구나. 러시아 가면 푸틴 화보달력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실제로 볼 줄이야. 이번에 또 법 바꿔서 한 10년 넘게 더 집권할 것 같던데 2021년 버전도 지금쯤이면 나왔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여행하다보면 푸틴 버전 마트료시카도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기념품이니 하나 사두면
(손님이 보고 날 이상하게 취급하겠지)
푸틴 달력 같은 거 말고 다른 것도 구경합시다.
익숙한 해리포터. 우리나라랑 비슷한...가?
입구에 있는 각종 음료들. 우리나라 밀키스가 러시아에서 잘 나간다던데 진짜인가 봅니다.
(옆에 방사능통은 푸틴의 암살용이니 모른 척 넘어갑시다.)
책은 안 사고 선물용으로 엽서를 하나 사서 갔습니다. 엽서 예쁜 거 많이 팔아서 좋네요.
(그치만 뒤에 있는 푸틴 컵이 너무 시강이다)
다시 나온 모스크바의 시내.
해가 질려면 아직도 멀어서 벤치에 앉아 시간도 좀 때우고 전화도 하는 등 오랜만에 여행에서 여유를 좀 부렸습니다. 4일 고생해서 다녔으니 하루 정도는 이렇게 있는 것도 괜찮네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이제 야경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밝게 조명으로 빛나는 줌 백화점.
이제 본격적으로 모스크바 야경 보러 붉은 광장으로.
여행하다보면 한 번 쯤 숙소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뒹굴거리는 날이나 그냥 이렇게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날이 꼭 있어야할 것 같아요. 여행 자체가 비일상이라 그 와중에 일상처럼 보내는 날이 있으면 정말 색다르거든요. 내 돈 써서 온 여행지에서 뭔가 낭비하는 그 특유의 힐링(?)이 좋습니다.
이상, 모스크바 어느 곳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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