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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모스크바 Москва

[모스크바 여행] 공동묘지가 관광지인 곳. 모스크바 '노보데비치 묘지( Новоде́вичье кла́дбище)' : 흐루쇼프 무덤 , '백조의 호수' 실제 배경 찾아가보기 - DAY.5

새로 날이 밝은 러시아 여행 5일차입니다.

 

아침에는 대학탐방하러 시내 외곽에 있는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대학탐방은 네이버 블로그에 따로 올리고 있으니 거기 꼭꼭 참고해주세요.

 

아침부터 대학교랑 참새언덕 보고 오니 날씨가 다시 어제처럼 흐려져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시간없으면 빼려고 생각했던 노보데비치 수도원으로 향합니다. 여기는 공사 중이라고 해서 안 가려고 했는데 날씨 안 좋아서 딱히 가고싶은데도 없으니 뭐...

언제나 그렇듯 화려한 지하철역.

지하철역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크렘린마냥 붉은 장벽이 서있는 노보데비치 묘지가 보입니다.

 

노보데비치 묘지

Новоде́вичье кла́дбище

 

모스크바 강이 휘어져 흐르는 강 안쪽에 있는 공동묘지입니다.

 

아니 왜 공동묘지를 관광해? 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러시아와 소련의 유명인사들이 묻힌 무덤이고 바로 옆에 이 공동묘지를 관리하는 '노보데비치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 정도로 상당히 러시아에서 중요한 유적지입니다. 때문에 관광객들도 그냥 많이들 찾는 곳. 묘지공원이라 보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요.

 

 

(조금 음산해보이는 공동묘지 입구)

 

공동묘지인 만큼 입장료는 따로 없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쭉 뻗은 길과 함께 누가 묻혔는지를 빼곡하게 적어놓은 표가 있습니다.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거 보면서 하나하나 찾으면 되는데 문제는 러시아어라서 러시아어 읽을 줄 모르면 어차피 어딨는지 모르는 건 매한가지.

 

스탈린에 이어 러시아의 권력자로 군림했던 '니키타 흐루쇼프'나 '보리스 옐친' 등 정치인이나 유명 작곡가, 작가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데 그렇게까지 다 관심있는 사람은 아니니 그냥 천천히 둘러보기로.

 

공동묘지가 유명한 건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 묻혀서 그런 게 아니라

공동묘지 자체가 예술작품이라도 되듯 하나하나 정말 예쁩니다. 살아생전 모습을 조각으로 장식해놓은 경우가 많은데 이게 무덤 맞나 싶은 비쥬얼.

 

위에 있는 사람은 '보리스 오글레브스키'라는 사람입니다. 가족 분들도 같이 묻혀있고 군인이셨나 보네요.

아니 무덤이 예뻐서 사진을 찍다니... 무슨 고분도 아니고.

숲도 울창해서 이렇게 날씨 흐릴 때 거닐기 딱 좋은 곳입니다. 너무 밝은 것보다 약간 흐린 날씨가 공동묘지의 묘한 쓸쓸함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날씨 흐린 거에 대한 일종의 정신승리입니다. 핳

규모가 정말 거대한데 똑같이 생긴 무덤이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공원묘지나 납골당만 가다가 이런 곳에 오니 낯설면서도 신기한 광경.

살아생전 특징이 다들 잘 묻어납니다. 근데 이런 디자인은 죽기 전에 본인이 요청하고 하는 건가? 아니면 유족들이 원하는 모습을 정해서 만드는 건가? 흠...

유독 멋있었던 묘지.

살아생전 간지가 느껴지는 무덤입니다...

유-쾌

진짜 조각 하나하나가 작품인 곳.

멋집니다.

벽에 이렇게 조그맣게 장식된 비석들도 있습니다.

대체로 군인들이나 정치인 비중이 높아 보입니다. 보통 소련 시절 제일 큰 공을 세운 영웅들은 크렘린 벽에 묻고 그 다음 급의 군인들은 여기 안장됐다고 합니다.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물론 영광.

 

위에 보이는 것처럼 가끔 중국인? 같은 동양인도 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도 묻혀 있습니다. 러시아에 기여를 많이 한 인물인 듯.

역사가 오래된 공동묘지이다보니 오래된 무덤들도 이렇게 있습니다.

아마도 파일럿?

여러 군인들 무덤.

 

무덤들 구경하면서 제일 끝으로 가면 그 유명한 소련의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의 무덤이 나옵니다. 아무리 다 관심없어도 여기는 놓칠 수 없지.

니키타 흐루쇼프 무덤.

 

유명세에 비하면 다른 무덤에 비해 비교적 평범해보이는 모습입니다.

스탈린 이후 1953년부터 대략 10년 간 러시아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던 인물로 여러모로 평가가 많이 엇갈리는 인물입니다. 소련 및 러시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점만큼은 변함이 없는 듯.

그렇지만 확실히 이런 묘지에 비하면 덜 화려하긴 하죠? 세상 누가 봐도 비행기 파일럿이었던 분.

엄청 장수하신 분도 계십니다. 바로 작년에 돌아가셨네요.

최근에 만든 무덤일 수록

더 화려해지는 듯? 이분은 뭔가 배우나 가수 같은데 훈장으로 보이는 게 주렁주렁ㄷㄷ

무려 19세기에 태어나신 분도 계십니다. 일제강점기도 끝나기 전에 돌아가셨네요.

오래된 비석들.

전부다 관리를 안 하는건지 아님 오래된 무덤은 그냥 이렇게 방치하는 건지 풀숲에 점점 뒤덮혀 가는 무덤도 몇몇 있었습니다.

전화박스 모양?

담장 너머에는 한창 공사 중인 노보데비치 수도원이 보입니다.

이제 거의 한 바퀴 다 돌아봤네요.

나름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본 '니콜라이 고골'의 무덤. 러시아의 대표적인 문학가입니다.

 

돌아다니다보니 유명한 인물들만 찾아서 가이드를 해주는 경우도 있던데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으시다면 여기는 투어로 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냥 무덤만 둘러봐도 하나하나 전부 예술작품이라 좋긴 하지만 누군지 사실 궁금하니까요. 나중에 러시아어 좀 더 배워서 오면 더 재밌을 것 같은 곳.

이제 밖으로. 인생 첫 공동묘지 여행 잘 봤습니다.

 


묘지를 봤으면 바로 옆의 세계유산 '노보데비치 수도원'도 봐야겠죠?

이 흰 벽이 노보데비치 수도원인데

보시다시피

공사 중입니다.

 

그래도 문을 열고 입장료까지 받고 있긴 했습니다. 조금만 공사하는 거면 가보겠는데 너무 전체적으로 다 뜯어고치는 보수공사 현장이라 굳이 시간내서 가볼 필요는 없을 듯하여 패스. 나중에 공사 다 끝나고 와야할 듯.

 

대신

맞은 편에 있는 '노보데비치 호수'로 가봅시다.

흔히 차이코프스키의 명곡 '백조의 호수'의 실제 배경이라 알려진 장소입니다. 여기서 떠다니는 백조의 모습을 보고 그 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모르시는 분이라도 들으면 다 아는 곡이니 밑의 노래 들으면서 포스팅 감상하시죠.

 

(너무 익숙해...)

 

그렇기 대문에 여기 오면 백조가 유유자적 헤엄치는 그런 평화로운 호수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귀엽게 생긴 오리와

비둘기가 압도적으로 많은 호수입니다.

(아니 백조 어딨어)

 

백조는 다 은퇴했는지 초록빛깔 호수에는 호수 색이랑 똑같이 생긴 오리와 비둘기들만이 거의 점령한 상태였습니다. 차이코프스키... 뭘 보고 작곡한 겁니까

그래도 뭐 호수 자체는 이쁩니다.

날씨가 좀 더 맑았더라면 더 예뻤을 노보데비치 수도원. 안에서 보는 것보다 그냥 호수랑 같이 감상하는 게 더 나은 듯.

공사 중이지만 않았어도ㅂㄷㅂㄷ

비둘기랑 친해지기.

많이 아파보여서 건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미안...

이렇게 보니 백조의 호수 같기도 하고??

역시 백조는 없습니다. 먹을 거에 환장한 서울역 비둘기 같은 놈들만 공원을 점령했을 뿐.

(예쁜 서울역)

 

백조의 호수는 나름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정말 별 거 없고 비둘기들만 잔뜩 있어서 실망의 연속이었습니다. 노보데비치는 묘지만 좋지 수도원은 공사 중, 호수는 비둘기 점령상태... 뭘까 여긴.

 

백조는 볼 수 없는 백조의 호수였습니다.


이후에는 근처 마트에서 나중에 숙소가서 마실 러시아 맥주를 골랐습니다.

 

이번 유럽여행에서 하나 정한 목표가 있었는데 각 나라별로 그 나라 맥주 하나씩은 꼭 마시기.

 

러시아에서 당첨된 건 어딜가나 흔한 '발티카 맥주'. 종류가 다양한데 장점은 저 큰 캔 하나가 고작 50루블(약 800원)ㄷㄷㄷㄷ 오줌이라고 불리는 필라이트보다도 싼 가격입니다. 러시아 맥주 특유의 쓴 맛이 강해서 맛도 꽤 괜찮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러시아 맥주 구하기가 어려운데 비슷한 걸 찾고싶다면 중국 '하얼빈 맥주'가 사실상 러시아 맥주이니 그거 드시는 걸 추천

맥주도 샀으니 이제 다시 중심가로 돌아갑니다.

 

어제 너무 고생해서 그런지 오늘은 좀 설렁설렁 다니는 날... 이라기엔 많이 걷긴 했지만.

 

날씨 흐려지면 여행에서의 텐션도 많이 낮아지는 것 같아요.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습니다. 내일은 부디 쨍쨍 맑기를.

 

이상, 모스크바 노보데비치 묘지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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