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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모스크바 Москва

[모스크바 여행] 놀이동산에 온 것 같아요. '성 바실리 대성당(Храм Василия Блаженного)' : 러시아의 랜드마크. 테트리스의 성지 - DAY.6

유럽 여행 6일차, 러시아 모스크바입니다.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하루, 마지막으로 가볼 곳은 성 바실리 대성당. 생각해보니 붉은 광장은 계속 왔지만 정작 성당 안으로는 들어가본 적이 없어서 모스크바 뜨기 전에 가보려 합니다. 사실 성당 안은 그동안 좀 많이 가서 꼭 가야되나 하는 시큰둥함이 있긴 했지만...

 

그나저나 붉은광장은 2일차, 5일차, 6일차까지 세 번이나 왔습니다. 모스크바의 여행의 알파이자 오메가.

아, 요건 그냥 주의사항인데 사진 왼쪽 벤치에 올려져 있는 닭 같이 생긴 비둘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비둘기는 죄가 없는데 신기하게 생겼다고 사진을 찍으면 사진 값을 요구하고 아예 막 몸에 얹고 인증샷 찍은 후 비싼 사진촬영료를 내라고 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 저도 멀리서만 그냥 봤습니다. 안 그래도 보니까 누구 한 명 호구 잡아서 진행시키고 있더라고요.

(정확히는 모르나 굉장히 비싼 액수를 요구한다고 하니 눈도 마주치지 말고 갑시다.)

저런 비둘기보다 모스크바의 길거리가 더 아름답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참 예뻐요.

다시 찾은 굼.

전에 행사 할 때보단 조금 한산해진 붉은광장. 저번에는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레닌 묘가 보입니다. 그러나 가는 건 여전히 막혀있네요.

 

레닌 묘도 가보고 싶었는데 몇 년 후에나 러시아 다시 오면 가봐야겠습니다. 그러므로 붉은광장에서 오늘 가 볼 곳은 러시아의 랜드마크 '성 바실리 대성당'입니다.

 

성 바실리 대성당

Храм Василия Блаженного

 

이름은 몰라도

밑의 사진을 보고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그만큼 모스크바를 넘어 러시아의 상징이자 랜드마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곳입니다. 흔히 '러시아'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의 아마 30%는 이거지 않을까 싶을 정도.

 

다른 것보다 저 알록달록한 양파모양 지붕 때문에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어릴 적 놀았던 놀이터나 놀이동산에 있을 법한 비쥬얼이에요. 성당 맞어?

 

성 바실리 대성당은 1561년 모스크바 대공국의 '이반 4세'가 카잔 칸국을 멸망시킨 기념으로 지었습니다. 무려 460년이나 된 오래된 성당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정말 파격적인 디자인인데 저렇게 알록달록 색을 입힌 건 그로부터 100여 년 후인 17세기 경.

 

러시아를 대표하는 이미지지만 정작 저렇게 색을 다채롭게 칠하는 정교회는 러시아 전체를 통틀어서 여기 뿐입니다. 딱 하나 더 있다면 이 성당을 흉내내서 지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피의 구원 사원' 정도? 굉장히 독특한 케이스가 전체를 대표하는 독특한 사례.

 

당연하지만 크렘린, 붉은광장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습니다. 여기가 안 되면 이상 한 거지.

 

이미지가 이렇듯 강렬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릴 때부터 참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가네요.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입장료는 인당 700~1000루블(1만1,000~1만6,000원)이란 어마어마한 금액을 자랑합니다. 역시 랜드마크

 

저도 입장권 가격 보고 그냥 갈까? 하면서 입구 쪽 기웃거리고 있으니 직원이 갑자기 절 옆에 있는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과 함께 밀어넣어 버렸습니다. 으, 응????

 

기이하게도 유럽에서 가끔 겪었던 일... 생긴 게 패키지 여행객처럼 생겼나봐요. (요금 굳었다 개이득)

어쩌다보니 공짜로 들어가게 된 성 바실리 대성당. 옆에 계신 다른 한국인 분들은 절 별로 신경 쓰시지도 않네요. (아니 신경 써 주세요,,,) 어찌됐든 들어가면 이렇게 대성당 모형이 있습니다. 듣기로는 어느 각도에서 보든 9개의 양파머리 지붕을 다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일본 용안사도 그렇고 이런 썰은 꼭 유명지마다 있나 봅니다.

 

밖에서도 화려한 성 바실리 대성당이지만 내부도 무척 화려합니다.

요렇게. 기존의 정교회 성당하고는 약간 다른 화려함.

위로 올라가면

아까 본 그 양파머리 지붕 중 제일 중앙에 해당하는 '가장 성스러운 성모 마리아' 성당입니다.

 

구조가 독특한데 각각의 지붕이 일종의 독립된 성당처럼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지붕 끝까지 뻥 뚫려있는 구조. 이런 건 진짜 성 바실리 성당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

엄청나게 화려하네요. 밖에서 봐도 러시아 정교회들은 정말 화려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안에서 보면 그 이상의 화려함에 더 놀랍니다.

다른 지붕들은 각각 다른 디자인. 특히 저 파란 지붕 끝에 지긋이 저를 노려보는 예수님... 꿈에 나올 것 같습니다.

(근데 예수님이 꿈에 나오면 그거 진짜 길몽 of 길몽을 넘어 성몽(聖夢) 아닌가?)

복도에는 어찌보면 이슬람 문화가 생각나는 덩쿨 장식으로 뒤덮혀 있습니다. 수즈달에서 여기만큼 오래된 교회들을 보긴 봤는데 이런 모습을 한 건 정말 못봤습니다. 이반 4세가 카잔 칸국을 무너뜨린 게 어지간히 기뻤는지 정말 취향 듬뿍 남아 특이하게 지었나봐요.

'생명이 충만한 성 삼위일체 교회'. 양파머리라 안에서 봐도 회오리 모양.

'성 알렉산드르 스브르스키 성당'. 붉은 벽돌로 따뜻한 인상을 주는 곳,.

봐도봐도 신기한 구조.

요 지붕도 예수님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뭐지, 입장료 안 낸 거에 양심의 가책이....!

중간 중간 복도들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일반적인 성당은 보통 중앙에 있는 성단을 향해 뻥 뚫려있어서 시원시원한 구조인데 반해 여기는 각각의 지붕에 달린 교회들로 가는 길들이 미로처럼 얼기설기 있어서 성당보다는 성에 온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괜히 이거 보고 크렘린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여...)

마지막 첨탑. 아홉 개 다 보긴 했는데 왜 사진에는 7개 뿐인가...

그밖에 나름 높은 곳이라 경치도 나쁘지 않고

이런 저런 이콘 등 유물도 전시해 놨습니다. 소련 시절에는 국립박물관으로 쓰이기도 했다니까 그 흔적일지도?

 

아,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한켠에서 성가대로 보이는 분이 노래를 부릅니다. (CD 판매는 덤) 수즈달에서 느낀 성스러움을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었네요.

32초까지는 그냥 자리 잡는 시간이라 33초부터 들으시면 됩니다. 영상은 별 의미없고 소리가 중요.

 

이 정도로 보고 이제 밖으로.

솔직히 입장료 비싼 것 때문에 안 들어가려 했는데 진짜... 안 갔으면 후회할 뻔. 이렇게 예쁘다니! 누가 안에 들어가면 성 바실리 대성당은 실망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에 들어가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곳.

 

다 보고는 붉은 광장 반대편에서 한 번 보고 싶어서 가봤습니다.

역시나 여기서 봐야 제대로네요. 사진으로 보면 약간 유치해 보이는데 실물이 정말 깡패인 명소입니다.

 

이 아름다운 성당을 소련 때는 도시계획에 방해된다는 이유(실상은 종교를 싫어하는 공산주의 이념 때문이지만)로 철거하려다가 결국, 그냥 냅뒀다고 하네요. 비슷한 사례로 근처에 있는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철거되고 수영장으로 바뀌었는데... 정말 철거 안 돼서 다행.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전보다는 덜 어수선해진 붉은광장으로 마무리.

 

마음 같아서는 예쁜 붉은광장과 함께 뷰를 즐기고 싶지만 여전히 전에 했던 군악대 페스티벌의 잔해가 남아 있어서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빨리 좀 치워줘,,,

 

그래도 정말 안에 들어가서 다행이고 엄청난 운빨로 공짜로 들어가서 또 좋았던 곳.ㅋㅋㅋㅋ 미안해요 러시아... 다른데는 요금 다 잘 냈어요. 흑흑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낸 돈이 얼만데)

 

유명한데를 싫어하고 사람 많은데를 싫어하는 홍대병에 걸렸더라도 여기만큼은 꼭 가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와볼 가치가 넘쳐나는 곳.

 

이상, 모스크바 성 바실리 대성당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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