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 6일차, 모스크바입니다.
모스크바에서 볼 곳 다 보고 이제 저녁 먹을 시간. 생각해보니 카페 무무를 제외하고는 모스크바에서 외식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이번 유럽여행은 경비도 아낄 겸 숙소에서 간단하게 해결한 적이 더 많았네요. 유럽 외식 물가가 비싼 것도 있고.
모스크바를 뜨기 전 마지막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왔으니 바로 맥도날드.
모스크바 맥도날드 1호점
저녁노을이 따사롭게 감싸고 있는 이 길쭉한 건물이 바로 맥도날드, 그것도
러시아에서 가장 처음 생긴 맥도날드입니다.
1990년 아직 소련이 있던 시기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맥도날드가 1호점을 모스크바에서 내서 상당한 화제가 되었죠. 냉전의 종결이란 상징적인 의미로도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맥도날드는 코카콜라와 더불어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늘 불립니다.
오픈 당시에 이 1호점에 무려 3만 명이나 몰리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는 곳. 우리나라도 88올림픽 전에 맥도날드 처음 생겼을 땐 화제였는데 공산권이었던 소련은 정말 더했겠죠.
지금이야 이제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붉은광장 바로 옆이라 입지가 좋아서
사람들로 바글바글합니다. 특이하게 가로로 길쭉한 모양. 보통 2, 3층을 더 올리는 흔한 맥도날드하고는 다른 모습입니다.
사실 예전에는 각국의 맥날에 꼭 가서 그 나라만의 고유메뉴를 먹어보는 게 목표였는데 맥도날드가 음... 생각보다 저렴하지가 않아요.ㅠㅠ 그리고 구 시가지 여행 할 때만 찾는 것 자체가 일인 경우가 많아서 유럽에서는 결국 러시아랑 핀란드, 폴란드, 스위스에서나 겨우겨우 먹어봤네요. 까비
그래서 러시아는 이렇게 먹어볼 수 있어서 다행.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키오스크가 있습니다.
언어 선택 가능. 한국어는 없지만 영어 있는 것에 만족
각종 세트 메뉴. 우리나라에도 있는 소고기나 치킨버거 외에도 생선버거, 고메치즈버거 등등 다른 종류도 보입니다.
맥도날드 순회를 다니는 맥덕후들의 로망은 바로 이 지역마다 다른 고유의 메뉴 때문.
빅맥 같이 어디나 있는 메뉴도 있지만 저 쿼터파운더치즈 같이 생긴 '빅 테이스티 윗 베이컨' 같은 거나 '로얄 윗 베이컨' 같은 건 우리나라에는 없는 메뉴죠.
옆에 저 단독 50루블(약 800원) 짜리 햄버거도 보입니다. 옹.... 일단 저거 디저트(?)로 하나
세트는 뭘 할까 하다가 그릴 고메치즈버거 세트로 주문. 사진으로 봐서는 브라오쉬번을 쓰고 치즈를 더 넣은 것 같아서 웬지 옛날에 잠깐 있었던 시그니처 버거랑 쿼터파운더치즈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비쥬얼입니다.
세트 가격은 339루블(약 5,400원)로 우리나라보다는 살짝 저렴합니다.
유럽은 참고로 소스 기본제공이 아니라 무조건 사서 먹어야 합니다. 우린 케첩을 진짜 막 퍼주는데 여긴 아쉽.
그밖의 디저트들. 맥도날드 디저트는 아이스크림 빼고 먹을만한 게 없어... 그래도 궁금하니 딸기 크림치즈 파이 도전.
분주한 맥날 매장.
어느 나라를 가든 언어만 바뀌었지 맥날 매장 분위기는 거의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이것이 프랜차이즈의 힘.
다 음식을 받은 후에는 적당한 자리를 물색하다가 너무 불편해서
건너편 KFC로 넘어왔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지만 이렇게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미안해 KFC...)
그래도 그럭저럭 받아온 저만의 루스키 맥날 세트
맨 왼쪽의 고급진 버거가 고메치즈 소고기버거, 옆에 사이드처럼 감튀와 햄버거가 함께 있습니다. 맥날 감튀는 언제나 진리
제가 손이 좀 작긴 하지만 그래도 여자 손보다는 큰 편인데 와... 치즈도 두툼하게 얹어줘서 너무 좋았습니다. 거의 쿼터파운드치즈 수준? 러시아 맥날엔 쿼파치가 없으니까 딱 얘가 그 포지션입니다.
사이드(??)로 시킨 800원 짜리 햄버거. 닥 비쥬얼만큼의 맛입니다. 옛날에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란 메뉴를 1600원에 팔았는데 그거랑 거의 비슷한 느낌. 저거 한 다섯 개 사서 먹어도 배가 안 찰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고메치즈버거 세트, 크림파이, 햄버거 총 합쳐서 517루블(8,200원).
잔뜩 시켰는데도 1만원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행복
맛은 참... 안정적입니다.
고메치즈버거의 녹진한 치즈를 느끼고 싶었지만 그런 것 없이 참 평범했습니다. 앞에 얘기한대로 거의 쿼파치랑 맛도 느낌도 정말 비슷비슷.
나머지도 대체로 평범했습니다. 러시아 맥날에서는 뭔가 독특한 걸 맛보긴 어려운 듯(그렇다고 안 먹는 생선버거를 시키기는 좀 그래...)
붉은광장 바로 옆에 있으니 뭔가 공산주의 한복판에서 자본주의 스멜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러시아에서 맥도날드 가면 그 묘한 느낌이 있어요.ㅎ
자본주의를 잔뜩 느끼고 다시 밖으로.
아직 해가 지진 않아서 붉은 광장에는 약간의 노을만 졌을 뿐입니다. 저기 사진 중간에 돌아다니는 귀부인은 신경쓰지 마십시오. 사진 찍으면 돈을 요구하는 흔한 유럽의 풍경일 뿐입니다.
그래도 밤까지 기다리니
이렇게 예쁜 야경을 보여주네요. 역시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기 마지막까지 참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는 모스크바입니다. 아 글 쓰고 있으니 또 가고 싶네
유독 아름다운 붉은광장에서의 마지막 야경
지하철 타러 돌아가는 길에도 펼쳐지는 야경. 상트페테르부르크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
마르크스 동상도 마지막으로 보고
볼쇼이 극장까지 확인하면 이제 기차 타러 갈 준비 끝.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서 가서 맡긴 짐을 되찾은 후
레닌그라드스키역으로 갑니다. 6일동안 정들었던 모스크바도 이제 안녕이네요.
이상, 모스크바 맥도날드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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