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 6일차, 드디어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일정입니다.
실질적으로는 한 4~5일? 정도를 모스크바에서 보냈죠. 유럽 여행 중 러시아에서 특히 더 오래 머무르는데 첫 시작이 모스크바로 기분 좋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선 러시아...
그치만 얼른 상트페테르부르크 가고 싶습니다. 전에 알아봐놓은 맛집이 상트에 있어서 헿
숙소에 미리 맡겨둔 짐을 챙겨서 기차를 타러 갑니다. 고속열차를 타도 되지만 그러면 숙박비가 추가로 드니까 숙박비 아낄 겸 침대기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보는 모스크바 지하철을 지나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목적지 '레닌그라드스키역' 도착입니다.
레닌그라드스키 역
Москва Ленинградская
전에 세르기예프 파사드 여행을 하면서 얘기를 했는데 러시아는 특이하게 출발지점의 지역명이 아닌 도착지점의 지역명을 역명으로 삼습니다. 그러니까 부산으로 가는 경부선 서울역의 이름을 '부산역'으로 짓는 방식. 때문에 이 역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날 이름인 '레닌그라드'에서 따온 것입니다.
요 근처에 기차역만 3개가 몰려있는데 각 기차역 별로 가는 방향이 아예 다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과 청량리역이 한 군데 몰려 있으면서 건물이 각각 따로 따로 있는 느낌.
하나씩 소개하면
요 둥근 돔이 달린 곳은 '콤소몰스카야역'. 여기는 그냥 모스크바 지하철역입니다. 기차는 없어요.
밖으로 보이는 모스크바 기차역 앞의 풍경. 사람들 많은 걸 보니 코로나 시국에서는 뭔가 낯설게 느껴지네요.
오른쪽에 보이는 거대한 첨탑이 달린 건 '야로슬라브스키역'. 전에 다녀온 세르기예프 파사드 방향으로 가는 기차역입니다.
그리고 이 건물이 바로 레닌그라드스키역. 여기로 들어가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습니다. 딴데서 헤매다가 기차 놓치는 일은 없도록 합시다.
시끄러운 내부. 대체 왜인진 모르겠는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침대기차를 타겠다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타는 게 낫지 않나?)
안에는 매점도 있어서 이것 저것 먹을 거리도 팝니다. 러시아는 기차 내에 식당칸이 있긴 한데 거길 쓰는 사람은 별로 없고 어차피 밤에 달리는 침대기차라 운영하지도 않기에 배고플 경우를 대비해 야식을 행겨놓는 게 좋습니다.
초밥도 파네요. 퀄에 비해 가격이 좀 살인적이지만. 유럽은 우리나라에 비해 초밥이 많이 비싼 편입니다.
대신 저렴한 맥주는 널리고 널렸습니다. 이런 큰 병들이 2000원도 안 하는 혜자스러운 가격.
이건 좀 마음에 안 드는 문화인데
러시아는 맥주를 차갑게 안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맥주를 비롯해 모든 종류의 음료가 냉장고가 아닌 그냥 상온에 내놓고 파는 경우가 비일비재. 덕분에 대형마트가 아닌 이상 시원한 음료를 러시아에서 구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거 중국도 그러던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냉장고에 자물쇠까지 달아두는 경우도 봐서 전기세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암튼, 맥주는 패스. 아무리 술에 강한 러시아지만 저는 토하면서 기차 타고 싶진 않기에 생략.
전광판에 저렇게 기차 타려면 몇 번 플랫폼으로 가야하는지 나오고 언제 기차가 도착했는지 모두 나옵니다.
그러나 워낙 역이 복잡한 관계로 아무리 늦어도 외국에서는 열차 출발 1시간 전에는 여유롭게 도착하는 미덕을 지니도록 합시다.
여기가 플랫폼. 사람 진짜 많죠?
우리나라에서는 ITX-청춘에서만 볼 수 있는 2층기차도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여기 저기 생각보다 자주 보여요.
하지만 제가 탈 기차는 1층짜리.
줄 서 있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표검사를 여기서 진행하는데 스마트폰으로 보여줘도 되고 미리미리 인쇄해와도 됩니다. 저는 혹시 스마트폰 잃어버릴 때를 대비해서 그냥 전부 인쇄본 하나씩은 장만하고 다녔습니다.
이제 드디어 공개되는 러시아 침대열차 3등칸 내부 두구두구
따란.
첫 인상은 닭장. 뭐지 여기?
6인1실... 이 아니라 한 칸 당 왼쪽에 침대 4개, 오른쪽에 침대 2개 씩 있습니다. 3등칸에서 프라이버시 따위 없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본 모습.
그나마 1층이라 잘 때는 편합니다. 2층은 넘나 불편... 참고로 제대로 된 계단이나 사다리도 없으니까 재주껏 올라가야 합니다.
반대편 침대 2개짜리 쪽은 이런 풍경. 오른쪽에 보이는 테이블을 밑으로 내려서 평평하게 만들면 침대가 되는 구조입니다.
3등칸의 상태는 이러한데 가격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는 8시간 여정에 1,588.4루블(약 3만원).
거리로 따지면 멀지만 가격은 우리나라 KTX보다 훨씬 싸고 대략 서울에서 대구 갈 때 ITX 새마을 비용이랑 얼추 비슷합니다.
단, 러시아는 출발 한 달이나 2주 전에 예매하면 예매할수록 가격이 심하면 절반 이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현장에서 구할려면 자리도 많이 없고 가격도 이거 2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예매를 해야하는 건 침대기차의 경우 1층이 압도적으로 편하기 때문에 편안한 밤을 위해서라도 미리미리 1층 자리를 선점해두는 게 중요. 게다가 운 나쁘면
요런 화장실 바로 옆 칸에 배정될 경우 화장실 냄새와 함께 밤을 지샐 가능성도 있습니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로망을 가지고 있고 나중에 통일되면 부산에서 기차타고 유럽을 간다고 상상하지만...
정말 불편합니다. 일단 제가 키가 178cm 정도 되는데 구부리고 자야할만큼 침대는 짧습니다. 건장한 성인남자는 팔 하나 정도는 튀어나오는 희생을 감내해야할 것.
게다가 냉난방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긴 하나 일단 러시아인 만큼 냉방보다는 난방이 우선이라 잘 때 좀 덥습니다. 그렇다고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걍 참고 자야해요.
마지막으로 짐칸도 좀 애매하고(침대 밑) 그 외 기차가 달릴 땐 와이파이고 데이터고 뭐고 터지는 게 단 하나도 없으므로 휴대폰도 미리 저장해둔 영화 정도나 보는 것 외에는 할 게 없습니다. 러시아는 기차역 근처에서만 데이터가 터지지 나머지 지역은 전부 먹통.
이런 상황인데 이걸 일주일 넘게 타고 있으라고? 흠... 저라면 안 할 듯. 어차피 씻기도 힘들고. 저도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보고 싶긴 한데 이거 보고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불꺼진 밤의 풍경. 시끄럽다가도 불 꺼지면 정말 귀신같이 조용해집니다.
요렇게 콘센트가 자리마다 하나씩 있어서 충전은 용이하게 할 수 있어요.
(사진으로 보니 왤케 안락해 보이지)
잠이 안 올 것 같았는데 오늘 하루 종일 걸음수 보니
3만5000보나 걸었더라고요. 유럽여행 66일 통틀어서 제일 많이 걸었던 하루였습니다. 덕분에 불편함이고 뭐고 그냥 꿀잠잤습니다. 눈 뜨고 일어나니 상트페테르부르크
사건도 많았고 재밌는 일도 많았던 유럽여행 첫 일정인 모스크바 일대. 이제 여기를 지나 러시아에서 마지막으로 거쳐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합니다. 거기는 날씨도 맑고 모든 게 잘 풀리기를 바라며.
이상! 모스크바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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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IN
до свидания москва!
(잘 있어라 모스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