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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여행/노보리베쓰 登別

#3. 일본 홋카이도 겨울여행, 노보리베츠 지옥계곡 온천 + 야생여우 - 흰 눈 위를 뛰어다니는 여우가 예쁜 천국 같은 지옥계곡

홋카이도 여행 3일차. 오전부터 도착한 곳은 바로 '노보리베츠'.

 

노보리베츠가 유명한 건 바로 '천연 야외온천'. 계곡에서 온천수가 콸콸 쏟아지는 덕분에 온천으로 이뤄진 연못, 온천 계곡, 유황이 부글부글 끓는 장소 등등 마치 지옥을 생각나게 한다고 해서 '지옥계곡'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느낌을 체험해주는 건 정말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동네 하천에서 김이 올라오는 부분. 평범한 시골이면 얼어 붙거나 할텐데 상상도 못할 모습입니다. 저번에 다녀온 비에이의 흰수염폭포가 생각나는 모습. 끓는 계곡물이라니...

2020/01/23 - [일본 홋카이도 여행/비에이 美瑛, 노보리베쓰 登別] - #2. 비에이 1일 투어 코스 - '흰수염폭포(しらひげの滝)'와 '시로가네 온천(湯元白金温泉)' + 눈 맞으며 즐기는 홋카이도 야외온천과 온천수가 흐르는 파란색 폭포 + 폭포를 닮은 '비에이 사이다'

 

#2. 비에이 1일 투어 코스 - '흰수염폭포(しらひげの滝)'와 '시로가네 온천(湯元白金温泉)' + 눈 맞으며 즐기는 홋카이도 야외온천과 온천수가 흐르는 파란색 폭포 + 폭포를 닮은 '비에이 사이다'

비에이 투어. 점심도 먹고 슬슬 해가 정상을 찍고 내려가려는 찰나입니다. 투어는 투어 코스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던 비에이 최강 스릴 아이스 롤러코스터덕분에 분위기가 급반전되었습니다. 앞에 있던 비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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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김이 올라오는 계곡물

길을 따라 노보리베츠 온천으로 쭉 올라갑니다. 진짜 온천호텔들이 많던데 여유가 된다면 이런 데서 하루 묵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는 길에 '곰 목장' 가는 길도 있습니다. 요금이 비싸기도 하고 곰 목장에 딱히 관심은 없어서 패스.

멀리 곰목장 가는 케이블카가 조금 보입니다.

올라가는 길목에 '염마당(閻魔堂)'이라는 작은 사당이 나옵니다.

 

지옥계곡이란 컨셉에 맞춰 염라대왕을 모시는 곳인데 나름 이곳의 명소. 시간대에 잘 맞으면 움직이는 것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최첨단 염라대왕이라니.

지옥계곡 입구의 '염마당' 사당.
1시인가? 그때가 되면 표정이 변하거나 움직인다고 하는 최첨당 염라대왕 사당입니다.

암튼, 여길 지나면 이제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으로 가는 입구가 본격적으로 나옵니다.

그에 앞서 근처에 '노보리베츠 센겐(泉源)공원'이란 곳이 있습니다. 작은 공원이지만 내려가면 실시간으로 유황온천이 솟아나는 구멍을 볼 수 있습니다! 특유의 계란 썪는 것 같은 유황냄새가 더욱 진하게 나는데 장관입니다. 여기서부터 정말 와, 지옥계곡에 내가 왔구나 하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센겐(泉源)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온천수의 근원입니다. 근처에 가면 진짜 따뜻해요.

공원 보고 다시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으로 올라갑니다. 가는 길에 '유테쿠(湯澤) 신사'라는 작은 신사도 있고 거대한 도캐비(오니) 동상도 있습니다. 컨셉 하나는 참 충실하다는 느낌이 절로 납니다. 이런 저런 조형물들은 대부분 지금에 이르러서야 꾸몄을텐데 과연 옛날에도 지금과 같이 지옥으로 생각하고 사람들이 경외롭게 봤을지... 뭔가 궁금하긴 합니다.

유테쿠 신사
마! 여기부터 지옥이다

이렇게 걷다보면 멀리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과 함께 어마어마한 중국인...의 인파가 보이며 제대로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가는 길목에도 곳곳에 김이 피어오르는 지열곡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라 볼수록 신기하네요.

가는 길 입구에서도 피어오르는 증기들.

그렇게 수많은 인파들을 뚫고 안쪽의 전망대로 올라가면 진짜 지옥계곡이 펼쳐집니다.

이곳이 바로 지옥계곡

지옥계곡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계곡 곳곳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게 진짜 지옥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ㄷㄷㄷㄷ 유황 온천을 못 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밖에 계곡 물처럼 뿜어져 흐르는 건 처음 봅니다. 신기한 건 전체를 이루는 바탕은 하얀색 눈이라 뭔가 풍경은 천국인데 형상은 지옥 같은 아이러니한 모습.

 

전망대에서 내려와 밑으로 가면 1861년 지어진 약사여래 사당이 있습니다.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 겨울에 오니 눈 사이로 김이 살짝살짝 피오르는 게 진짜 장관.

약사여래 사당.
눈도 뭔가 구름처럼 몽글몽글하게 쌓여 있습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봅시다. 아예 지옥계곡 중간으로 갈 수 있는 길도 나 있는데 옆으로 김이 피어오르는 온천수가 흐르는 게 몇 번을 봐도 신기하네요.

 

그렇게 계속 중간으로 걸어가면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놓은 분화구? 비슷한 곳이 나옵니다. 여기가 온천의 근원지인가... 그 옆에는 김이 얼어서 마치 꽃처럼 변한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지옥 같이 뜨거운 유황과 차가운 눈의 조화라, 겨울 홋카이도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김
사람들이 동전을 잔뜩 던진 분화구 같은 곳.
김이 얼어서 만들어진 눈꽃까지.

그렇게 안까지 둘러보고 밖으로 다시 나옵니다. 지옥계곡 근처에 언덕으로 올라가는 중간 길목 공원도 있는데 여기쯤 오니 갑자기 아까까진 푸른색을 자랑하던 하늘이 금새 어두워집니다. 뭐지, 풍경이 아니라 날씨가 지옥인가.

 

쨌든 여기서 원래라면 산 위에 있는 분화구 같은 호수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폐쇄... 결국, 어쩌지하고 그냥 공원에서 대충 있으니까 갑자기 사람들이 오오옹!! 하는 소리가 나면서 몰려가길래 보니 여우!!! 야생 여우가 있습니다! 응????

길 잃은 야생여유를 만났다!

와 동물원에서도 많이 본 적 없는 여우를 야생에서 보다니... 사람들이 다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이라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주변에서 사진 찍기 바쁩니다. 여우는 처음에는 관심을 즐기다가 인싸까지는 아니었는데 수많은 관심에 부담을 가진 표정으로 멀리 그냥 가버립니다.

 

사람을 봐도 그렇게 겁을 내진 않는 모습으로 보아 먹을 거라도 줄 줄 알고 기대를 했는 듯. 그러나 매정한 우리 중국인 관광객들과 저는 먹을 게 없어서 공짜로 초상권만 침해하고 갔습니다.

 

그치만 여우는 귀엽습니다.

FOX!
눈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
이게 여우의 귀여움이다!

여우까지 만나다니 역시 이번 여행은 불행이 있으면 행운이 또 추가로 뒤따르는 구조입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건 여행에서 특히 또렷하게 느끼는 기분.

 

그렇지만 점점 거세지는 눈보라에 어떡할지가 앞으로 고민입니다. 흠... 이렇게 허무하게 지옥계곡을 뜰 것인가.

 

다음 이야기는 다시 이어서.

 

이상!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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