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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여행/노보리베쓰 登別

#3. 홋카이도 당일치기 여행코스 '노보리베츠(노보리베쓰)' 지옥계곡 "오유누마 족욕장(大湯沼川天然足湯)" - 이것이 바로 야생 온천!

홋카이도 여행 3일차. 노보리베츠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을 보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온천 호수 등을 여유롭게 볼 계획이었으나... 동절기에는 거기로 가는 길이 막혔습니다. 갈려고 하니 팬스가 쳐져 있고 안내판에 가면 안 되는 코스를 친절하게 적어놓았더군요. 근데 사실상 지옥계곡 전망대 빼고는 전부 금지.

응 전부 못 가

근데 자세히 보니까 펜스 너머로 걸어간 발자국도 몇 개 보이고 간간히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한두 명 정도 넘어가기는 하더군요. 근데 저러다가 사고 나면 책임도 자기가 져야하고 잘못하면 찾지도 못하니...

 

외국여행 철칙. 현지에서 하지 말라는 건 절대 하지말자.

 

그래서 어떡할까 하며 눈도 피할 겸 잠깐 관광안내소의 기념품가게 주인 분께 여쭤보니 위로 올라가는 코스 중 딱 한 군데, '오유누마 족욕장;은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거기로 가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좀 돌아가는 길이긴 하지만 이거라도 안 가면 너무 억울할 것 같어.

오유누마 족욕장 올라가는 길.

지옥계곡 입구에서 출발해서 오유누마 족욕장까지 가는 데 거의 걸어서 30분 가까이 걸린 것 같습니다.ㄷㄷ 원래 한 1.3km 정도 지옥계곡에서 떨어진 곳이라 20분? 정도 걸리는 편이라서 애초에 멀기도 하지만 눈까지 내리는 상황이라 걷기 더 힘들었던 게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는 길 자체는 눈이 내려서 운치도 있고 온천 호텔 구경하면서 갈만하긴 했습니다. 주변에 정말 온천호텔들이 많더군요. 저처럼 당일치기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여유를 가지고 돈에도 마침 여유가 더 있다면 1박 정도 온천호텔에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 너무 추워서 저나 동생이나 모두 왤케 안 나오지... 하면서 걷긴 했지만.

 

그렇게 호텔들을 쭉 지나서 오유누마 족욕장을 가는 본격적인 입구는 '석수정'이란 온천호텔 다음에 나오는 파란색 도깨비입니다.

오유누마 온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파란 도깨비

파란 도깨비를 지나면 이제 큰 길이 사라지고 진짜 온천계곡으로 가는 작은 숲 길이 쭉 이어집니다. 산 길이 다 막혀서 어쩌다보니 노보리베츠 지옥계곡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돼버린 '오유누마 족욕장(大湯沼川天然足湯)'입니다.

 

오유누마 족욕장은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에서 보통 오유누마 호수를 간 후 내려오면서 방문하는 코스가 일반적이지만, 어쩔 수 없죠... 막힌 것을.

하얀색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김이 펄펄 올라오는 오유누마 계곡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생긴 건 그냥 우리나라의 산에 있는 계곡인데 눈이 내리는 와중에도 얼기는 커녕 김이 막 올라오는 신비로운 풍경. 제 볼은 거의 얼기 직전이면서 물은 얼지 않는 마법같은 모습입니다.

족욕장을 가는 입구.
벌써부터 김이 올라오고 있는 계곡 물.

그렇게 계곡 입구인 다리로부터 한 5~7분 정도 걸어가면 족욕장에 도착합니다. 족욕장이라고 해서 별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앉을 수 있는 나무평상과 앉을 때 쓰는 깔개가 있는 정도입니다.

 

겨울이어서 통제 중이라 그런지 저희가 왔을 땐 중국인들 한 팀 빼고는 아무도 없었고 그 팀도 가니까 거의 30분 가까이 저하고 동생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많을 줄 알고 걱정했는데 완전 꿀이었습니다. 야외온천을 30분이나 독점하다니... 어제 다녀온 비에이는 탕 하나에 거의 10명 넘게 옹기종기 모여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

우리밖에 없는 오유누마 족욕장.

몸까지 담그는 건... 무리고 진짜 딱 족욕하기 좋은 곳. 안은 약간 돌이 있긴 한데 거의 대부분 고운 진흙입니다. 진흙도 화산지대라 그런지 완전 새까만색. 게다가 폭포 근처로 가면 갈수록 물온도가 조금씩 올라갑니다. 그 이유는 진흙을 대충 발로 후벼서 파보면 더 뜨거운 물이 올라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것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온천수가 위에서 내려오는 것도 있지만 밑의 땅도 자체적으로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 것 같습니다. 진짜 진흙 안은 모래찜질 하는 것보다 더 뜨겁습니다. 좀만 잘못 넣으면 약한 화상 입을 것 같은 수준.ㄷㄷ

화산재 같은 까만색 진흙.
이것이 행복

진짜 옷만 가져왔어도 몸을 담갔을 것 같은 천국 같은 곳.

(대신 나오는 순간 얼어죽었겠지)

 

위로는 눈이 펄펄 내리는데 밑에는 펄펄 끓는 온천수가 다리를 휘감으니까 무릉도원이 따로 없습니다. 여긴 정말 안 오면 후회하는 곳. 전 지옥계곡 구경가는 것보다 차라리 여기를 오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로하스 PPL. 제 최애 음료수입니다.
인적 드문 산속, 혼자 쓰는 족욕장.
사진 잘 나왔습니다.

솔직히 몇 시간이고 있고 싶었지만 다음 목적지인 효토마츠리가 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노보리베츠역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방법도 동일. 노보리베츠 온천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갑니다.

 

아, 근데 생각보다 노보리베츠에는 기차가 아주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라서 미리 기차 시간표를 알아보고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잘못하면 몇 십분이고 하염없이 기차역에서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다시 노보리베츠역으로.

이어서 갈 곳은 도와호 근처에서 열리는 효토마츠리. 과연 갈 수 있을 것인가.

 

이상! 노보리베츠 오유누마 족욕장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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