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 2일차.
사실상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 아사쿠사입니다. 그렇게 많이 돌아다닌 것 같지는 않은데 포스팅은 7개 정도 나오는 기적이 만들어졌습니다. 역시 티스토리 블로그가 네이버보다 더 편한 것 같습니다. 핳
앞서 아사쿠사의 숨겨진...까지는 아니고 나름대로 추천해볼만한 이색 명소로 아사쿠사 관광센터를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아사쿠사와 아사쿠사의 상징, 센소지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합니다.
일단 지하철을 타고 아사쿠사역에 내리면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카미나리몬(雷門)'. 아사쿠사뿐만 아니라 도쿄의 상징으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요소입니다. 문 앞에 달린 거대한 빨간 등이 특징.
번개문이라는 뜻인데 문 양 옆에 일본에서 믿는 번개의 신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걸로 보입니다. 보통 절에는 양 옆에 일본에서는 금강역사를 모시는 편인데 확실히 특이한 부분이긴 합니다.
카미나리몬을 지나면 본격적인 아사쿠사 거리가 펼쳐집니다. 각종 먹을 거리나 기념품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음... 저는 딱히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뭔가 일본 문화에 푹 빠진 미국이나 유럽 외국인들이 좋아할 것 같은 취향의 물건들이 거의 대부분. 게다가 일본에서는 죄책감이 없어서 욱일기를 정말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일본 여행 가서 이런 전통거리 갈 때마다 참 눈살이 찌푸려지는 순간.
거리 자체는 짧아서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빨리 걸으면 5분 안에도 돌파할 수 있을 듯. 다만 인파가 너무 많긴 합니다.
쨌든, 그렇게 거리를 지나면 센소지의 인왕문(호조몬)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절 구역이 시작됩니다.
천초사(浅草寺, 센소지)
우리식으로 읽으면 '천초사', 일본식으로 읽으면 '센소지'입니다. 보통은 이런 센소지라는 이름보다 이 일대 지명인 '아사쿠사'가 절 이름인 줄 아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사실 저도 한 동안 그런 줄 알았습니다.
이 사찰은 7세기 말 도쿄에 어부들이 세운 절이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관음보살을 모셨다곤 하는데 그때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후 에도시대 사찰 모양으로 현재 크기만큼 커졌습니다.
그렇지만 역사는 오래됐어도 건물들 대부분은 1960년대 복원된 것들. 즉, 오래된 유적은 아닙니다.
도쿄 안에 있는 건물들은 아무리 길어도 200년을 결코 넘기지 못합니다. 덕분에 한 나라의 수도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단 1건도 없는 특이한(?) 이력을 자랑하는데 이는 1930년대 '관동 대지진'으로 한 차례 도쿄의 모든 건물이 사실상 파괴되었고 1940년대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이 도쿄 대공습을 실시하면서 도쿄에 있는 목조 건물은 단 1채도 남김없이 불타버렸기 때문에 정말 유적지가 없는 수준.
지진은 자연재해지만 도쿄 대공습은 자업자득이긴 합니다. 이때 교토도 같이 날아갈 뻔 했으나 다행히 문화재 보호 인식이 조금은 있어서 전통도시 교토는 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편.
오래되진 않았지만 도쿄를 대표하는 절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그런만큼 교토나 나라의 진짜 오래된 절에 비빌 순 없겠지만.
암튼, 관광객 입장에서는 사실 예쁘면 그만입니다. 게다가 밤까지 무료로 이렇게 일본틱한 풍경을 보여주는 곳은 센소지가 유일해서 사람들이 진짜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아마 도쿄에서 오사카나 교토까지 가기는 워낙 멀어서 그냥 일본의 전통사찰 오우! 이런 거 보고싶은 외국인들이 다 여기로 몰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충 구경하면서 가다보니 해가 질 때 쯤이 된 저녁이라 절이 슬슬 야경으로 물들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낮의 모습을 못 본 게 조금 아쉽긴 해도 이런 모습도 상당히 예쁘긴 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본당과 오층탑이 나옵니다. 물론 둘 다 나무는 아니고 콘크리트로 재건한 모습. 일본은 초기 전쟁 났을 때 부서진 유적을 콘크리트로 많이 복원을 했는데 덕분에 요즘 와서 후회를 하는 중.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티가 안 나긴 합니다.
근데 오층탑은 전통 모양 그대로 한 게 아니라 그냥 나라나 교토에 있는 오층목탑을 베껴온 것 같긴 합니다.
본당 안으로 들어가면 일본의 절이 그렇듯 우리나라와 다르게 신발을 신고 돌아다닙니다. 그냥 맨바닥. 그리고 불상도 잘 안 보입니다. 응?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매우매우 드물지만 건물 안에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이 있습니다. 일본 절에 갈 때마다 늘 신기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본당 나갔다 오니 더 어두워져서 야경이 선명해집니다. 뒤의 하늘은 짙게 파란 탓에 야경이 더더 멋있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 절에 왔으니 운세를 한 번 뽑아보기로 합니다. 운세 같은 건 안 믿어서 잘 안 하기는 하는데 이번에는 새해 근처이기도 하고. 올 한 해 운을 한 번 테스트해본다는 느낌으로 100엔 내고 뽑았습니다.
일단 '길(吉)'이 나와서 대충 운세 자체는 좋은데 하필 여행 할 때 불운이 조금 있을 거라고 합니다. 뭐라고? 하필 올해가 휴학해서 제 인생 여행 하이라이트인데!
암튼, 이렇게 운세가 마음에 안 들면 운세를 안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옆에 있는 막대기에 묶어 놓으면 일종의 액땜이 된다고 하네요.
(그러나 2020년 2월 기준, 여행 가는 곳 족족 비(대만)나 눈보라(홋카이도)가 오는 걸로 봐서는 운세가 안 버려진 것 같습니다. 아니, 이 정도가 좋은 거면 원래는 얼마나 나쁜 거길래...)
어쩌다보니 저도 믿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8월 이후 여행에서는 날씨운이 상당히 좋고 소매치기로부터 가방도 되찾는 등 여행 운빨 최고를 달리는 걸 보면 다행히 상반기에 액땜을 잘한 게 아닌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운세도 한 번 돌려보고 다시 아사쿠사역 쪽으로 걸어갑니다. 밤이 되니 확실히 야경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진짜 도쿄에서 본 야경 중 top 3 안에 드는 최고의 야경 명소. 대충 사진을 찍어도 웬만한 화보급 사진을 뽑아줍니다. 콘크리트라도 복원하길 잘한 듯.
이후에는 그냥 상점가나 유리공방 등을 구경하다가 다시 지하철을 타러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2일차가 사실상 끝이 났습니다. 이곳 저곳 둘러보다보니 원래는 낮에 오려고 했던 아사쿠사 일대도 결국 저녁에 오고 말았습니다. 역시 여행에서는 여기 저기 다니다보면 정말 계획대로 안 되는 게 많은 듯. 그래도 그게 또한 자유여행의 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일은 도쿄 시내가 아닌 디즈니랜드. 하루 종일 있을 예정인데 놀이동산인 만큼 빡쎄게 놀아야 겠습니다.
이상! 도쿄 센소지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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