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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여행/도쿄 東京

#4. 도쿄 자유 여행 가볼만한 곳 '고쿄(皇居, 황거)'. 천황이 사는 궁궐. 고쿄 방문기

날이 밝은 도쿄여행 4일차.

 

어제 빡쎄게 디즈니랜드를 돌아다녔더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참 힘듭니다. 그래도 여행은 일찍 일어나는 자가 승리하는 법. 오늘도 열심히 움직여봅시다.

 

친구네 집 근처인 히바리가오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또 1시간 정도 걸려 제일 처음 일본으로 입국했을 때 내린 역인 도쿄역에 다시 도착했습니다. 도착한 날에는 사실 지하에서 밥먹고 바로 지하철 타고 숙소로 가서 밖을 못봤는데 이제서야  밖에서 봅니다.

 

드디어 밖에서 만나는 도쿄역.

 

'도쿄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 같은 관문 역입니다. 청사를 옆에다 아예 새로 지은 서울역과 다르게 근대에 지어진 청사를 여전히 사용하는 중. 유럽 여행을 혹시 네덜란드로 다녀온 분이라면 뭔가 기시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네덜란드에 있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모델로 삼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런 거 몰랐는데 암스테르담 다녀오니까 확실히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나라 서울역은 참고로 스위스에 있는 루체른역의 옛 역사를 본따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작 루체른역은 무너졌지만.

 

쨌든, 오늘 목적지는 도쿄역이 아니고 도쿄역에서 쭉 걸어가면 나오는 곳.

 

 '고쿄(皇居, 황거)'입니다.

 

'고쿄'는 우리 말로 읽으면 '황거' 즉, '황제가 사는 거처'라는 뜻입니다. 간단하죠? 19세기 이후 일본의 천황이 옮겨와 살고 있으며 작년인 2019년 바뀐 '나루히토 덴노'를 비롯해 현재까지 다섯 명의 천황이 거주했던 곳입니다.

 

전 천황인 아키히토, 현 천황인 나루히토

 

우리나라에는 왕이 없으니까 청와대로 비교하기는 좀 그렇고 다른 나라를 예로 들면 영국의 버킹엄 궁전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일본 천황가가 공식석상에 잘 안 나오는 편이라 그런지 인지도는 거기에 비하면 많이 딸립니다. 아마 중국의 자금성, 우리나라의 경복궁은 많이 들어봤어도 바로 옆나라 일본의 궁궐은 생소한 느낌.

인지도도 자금성이나 경복궁에 비해 딸리는데 건물도 사실... 거의 대부분 20세기에 새로 지은 것들입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미군이 도쿄에 공습을 가했고 이 때 폭격 맞고 대부분 건물이 부서져서 그렇게 됐습니다. 사실 도쿄에 오래된 건물이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 반대로 교토는 이런 공습이 없어서 문화재들이 많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도쿄 대공습 당시 사진.

 

사진에서 보이듯이 미국의 폭격으로 당시 도쿄는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라졌습니다. 거의 서울 정도 되는 면적의 도심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죠. 불바다가 된 도쿄는 얼마나 뜨거웠는지 강에 사람들이 뛰어들어도 강이 끓어올라 삶겨 죽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전쟁을 왜 일으키면 안되는지에 대한 강력한 교훈.

(근데 아베는 왜 그러냐)

 

뭔가 고쿄보다 다른 얘기를 더 많이 한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알아보고 도쿄역에서 나와 쭉 걸으면 고쿄 외원으로 들어가는 다리인 '니주바시(二重橋)'가 나옵니다. 다리 길이에 비해 너비가 넓어서 다리 느낌이 사실 안 나긴 하지만.

 

고쿄로 들어가는 입구인 니주바시.
니주바시에서 본 해자와 성.

 

이 '니주바시'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데 1924년 '김지섭' 의사가 폭탄 의거를 감행한 곳이 바로 이곳 니주바시이기 때문입니다.

고쿄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두 번 의거의 장소가 되었는데 첫 번째는 앞서 말한 '니주바시'이고 두 번째는 아주 잘 알려진 '이봉창' 의사의 '사쿠라다몬 의거'입니다.

 

1932년 일본 천황을 암살하기 위해 폭탄을 투척했으나 실패한 의거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의 최고 통수권자가 사는 중요한 장소이니 당연히 독립운동가들의 주요 타깃이자 일본의 최우선 방어구역이였습니다.

사쿠라다몬은 어쩌다보니 결국 가보질 못했습니다. 다음에 오면 꼭 가봐야겠습니다. 일본의 천황이 사는 곳이라 좀 껄끄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외국에서도 열심히 이어간 독립운동의 흔적이 서려있는 곳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이렇게 다리를 지나면 넓은 정원이 펼쳐지고 오른쪽에 보면 고쿄로 들어갈 수 있는 다리가 보입니다.

 

넓은 광장. 여름에 매우 더울 듯.
고쿄 안으로 들어가는 다리.

 

고쿄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흥미로운 관광지는 아니라서 굳이 안에 안 들어가고 밖에서 보고 가는 편입니다. 아마 고쿄 방문했다는 사진들의 거의 대부분은 밖에서 찍은 안경다리 사진일 겁니다. 그렇지만 고쿄는 하루에 300명 한정, 현장에서 접수를 받아 내부에 투어를 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 일본은 천황이랑 관련된 궁궐 총 5개를 개방하고 있는데 하나 빼고는 전부 무료입니다. (하나는 교토에 있는 '가쓰라 이궁')

저희는 운좋게 이 300명 안에 들어가서 안에 들어가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투어는 '길경문'이라는 문 근처에서 시작합니다.

 

투어 신청하는 곳.

 

기다리는 장소에 들어가면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해요.

투어는 일본어와 영어로 진행됩니다. 본인이 그나마 잘 알아듣는 언어를 고르면 되겠죠? 그리고 가기 전에 여권 정보 같은 인적사항을 적고 갑니다. 이거는 한글 안내도 친절하게 되어 있어서 적는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근데 한글 안내 예시용 이름이 '이승엽'입니다.ㅋㅋㅋㅋㅋ)

 

이승엽? 이쯤되면 중국인 예시 이름이 궁금해진다.

 

이렇게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가이드 분이 나오라고 해서 같이 들어갑니다. 당연히 여기는 천황이 사는 곳이라 곳곳에 경찰이 서 있긴 하나 생각보다 그렇게 딱딱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약간 잘 꾸며진 저택 같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본격적인 투어 시작. 가이드 분과 함께 이동합니다.
앞에 외국인 응? 평창?

 

제일 처음 나오는 게 3층 누각. 아까 니주바시 근처에서 본 누각도 상당히 아름다웠는데 여기는 더 예쁜 것 같습니다.

고쿄에 대해 약간만 더 얘기하면 여기 자체는 원래 '에도성'이리고 해서 도쿠가와 막부가 살던 곳입니다. 근데 19세기 초 대화제와 지진으로 에도성이 거의 무너져 폐허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막부가 폐지되고 천황의 직접통치로 바뀌게 됩니다.

그에 따라 교토가 아닌 수도인 에도 즉, 도쿄에 직접 천황이 올 필요가 생겨 에도성 자리에 천황의 궁궐을 짓게 된 겁니다. 터와 성벽은 천황이 살던 시절보다 더 긴 셈. 동시에 천황보다 낮았던 막부 대장의 집을 현재 천황의 거처로 쓰는 아이러니함도 약간 있습니다.

 

제일 먼저 보이는 3층누각.
일본 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우리나라 경복궁이나 중국 자금성, 혹은 다른 유럽이나 중동의 궁궐과 비교했을 때 건물들이 전반적으로 매우 수수하고 장식이 덜합니다. 바꿔 말하면 엄숙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경복궁도 사실 당대 다른 나라 궁궐에 비하면 매우 검소하게 지은 편이나 그건 원래 조선이 작은 정부를 지향해서 사치를 멀리해서 그런 거고

 

여기는 정말 권력이 약해서 화려하게 짓지 못한 겁니다. 천황이 정말 제대로된 권력을 행사한 건 100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저런...

암튼, 아까 누각 지나서 조금 더 걸어가면 '궁내청' 건물이 나옵니다.

 

궁내청.

 

궁내청은 일본 천황가의 재산 및 복장, 일상생활 등 거의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국가기관입니다. 조금 다르지만 비서실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근데 비서지만 오히려 천황보다 권한이 강합니다. 천황의 생활 전반을 여기서 통제하기 때문.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도 그닥 이미지가 좋지는 않습니다. 일본이 약탈한 우리나라 문화재를 여기서 비밀리에 관리한다는 음모론도 있고... 암튼, 근데 그런 명성(?)에 비하면 건물 자체는 정말 평범하게 생겼습니다. 그 말로만 듣던 궁내청을 직접 보게 되니 신기하긴 합니다.

궁내청을 지나면 이번 투어의 최고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장화전(長和殿)'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나온 건물 중에서는 제일 궁궐 건물 같은 이름.

 

메인 건물이라 할 수 있는 장화전.

 

이곳은 일본말로는 '조와덴'이라고 부르는데 주로 외부인이나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쓰입니다. 천황가의 사랑채와 같은 곳. 특징은 가로 길이가 163m나 되는 엄청난 너비. 처음 만나면 우리나라 '종묘'가 바로 떠오를 정도입니다. 근데 길면서도 동시에 장식성이 매우매우 절제되어 굉장히 엄숙하게 느껴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길쭉한 장화전.

 

장화전을 지나면 끝의 현문관을 나서게 됩니다. 여기를 지나면 보통 밖에서 많이 보는 '세이몬이시바시(正門石橋)'를 안쪽에서 볼 수 있다는 특전.

 

세이몬이시바시와 함께 반대편에 있는 흰색 누각은 '후시미야구라(伏見櫓, 복견노)'라는 감시탑입니다. 이곳이 보통 고쿄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이몬바시 근처에서 바라본 누각, 후시미야구라.
고쿄 안쪽에서 바라본 세이몬바시와 치요다구 일대. 일본의 정치와 경제 중심지입니다.
다시 돌아가는 길.

 

여기서는 사진은 찍게 해주는데 대신 다리 난간에는 절대 못올라가게 막습니다. 혹시 떨어질 걸 방지하기 위함인가?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까 싶으면 경비들이 와서 제지를 합니다. 덕분에 저를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최대한 발이 닿지 않는 범위에서 사진을 찍으려 기를 씁니다.

이렇게 여기까지 보고 다시 되돌아갑니다. 근데 지금은 겨울이라 그렇지 여름에 투어하면 진짜 덥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늘이 없습니다. 도쿄의 여름은 서울보다 덥다던데 오시는 분은 화이팅.

 

내려가는 길.
일본의 과거와 현재?

 

내려오는 길에 매화가 펴 있는 걸 봤습니다. 거대한 성벽 근처였는데 1월에 매화가 피니까 뭔가 신기합니다.

 

그 외 육중한 성벽 등을 좀 더 본 후 아까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다시 돌아갑니다.

 

고쿄에 핀 매화. 우리나라보다 일찍 피는 듯?
거대한 성벽.

 

이렇게 약 1시간~1시간30분 정도 진행된 투어는 종료. 사실 영어로 설명하긴 했지만 제가 워낙 대충 들어서 그런지 기억에 잘 남지는 않습니다...ㅎ 늘 투어 가면 이렇습니다. 제가.

 

투어 끝.

 

이제 남은 공간인 고쿄 근처 공원을 한 번 둘러보기로 합니다. 여기가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고쿄라고 알고 관광해가는 포인트일 겁니다.

 

고쿄 공원 일대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 적어보겠습니다.

 

이상! 고쿄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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