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여행 4일차.
고쿄를 둘러본 후 라멘까지 먹으니 벌써 1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도쿄는 정말 이동시간이 길어서 그런가? 조금만 봤는데도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오늘의 사실상 마지막 목적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디즈니랜드 만큼이나 오래 걸리는 곳이라 반나절을 사실상 투자해야하는 곳이죠. 바로
도쿄국립박물관(東京国立博物館)

도쿄국립박물관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중앙박물관'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의 거의 모든 시대 유물과 한국, 중국, 캄보디아 등 해외 유물까지 다루고 있는 일본 최대의 박물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특별전이 아니면 사실상 만나기가 쉽지 않은 중국이나 동아시아를 벗어난 지역의 유물도 다수 소유하고 있는 게 특징.
(이래서 식민지 침략한 놈들의 박물관은 참... 더럽게 화려합니다.)
다만, 의외로 규모는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보다 작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는 문화재는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해 각 지역의 대표 국립박물관에 대부분 모아 보존하고 전시하는 편입니다. 반면에 일본은 각 지역 절이나 사설박물관에서 자체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은 편. 일본 국보 1호로 많이 알려져 있는 '광륭사 반가사유상' 역시 국립박물관이 아닌 광륭사 내 국보관에서 자체적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거의 우리나라 전 지역의 문화재를 다 볼 수 있는 것과 다르게 여기는 도쿄 주변의 유물이 대부분이긴 합니다. 그래도 일본에서 가장 큰 박물관인 건 변함없는 사실. 동시에 유물 공개를 유달리 안하려고 하고 사진 찍는 걸 좀 병적으로 싫어하는 일본에서 자유롭게 방대한 유물을 돌아보고 사진 찍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일 먼저 입구에서 입장권을 사서 들어갑니다. 성인은 610엔(약6,100원), 대학생 이하는 410엔(약 4100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월요일에는 박물관이 쉽니다.
대학생인 걸 알리려면 반드시 학생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유럽과 다르게 우리나라 대학생 학생증도 먹히니까 꼭 제시하고 입장하시길.

암튼, 안에 들어가면 크게 세 가지 건물이 바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정면에 보이는 본관.

일본의 유물만 집중적으로 전시하는 메인 전시공간입니다. 생긴 건 최근에 지은 것 같은데 보기와는 다르게 건물도 꽤 오래된 편. 1937년에 세워진, 80년이 넘어가는 문화재입니다. 즉, 박물관 자체도 문화재. 예전에 있던 건물이 무너진 후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본관 기준 오른쪽에는 비교적 최근에 만든 것 같은 건물이 있으니 '동양관'. 이름 그대로 일본 이외의 아시아 지역의 유물을 따로 전시합니다. 사실 도쿄국립박물관이 다른 박물관에 비해 유독 독특한 점이 있다면 이 외국 유물 컬렉션이 탄탄하다는 것. 물론 이게 좋게 모인 건지는 글쎄...

마지막으로 왼쪽에 보이는 '표경관'. 여기는 특별전 할 때 빼곤 문을 열지는 않습니다. 1909년에 지어진 100년이 넘는 건물로 역시 문화재. 그냥 와 예쁘다~ 하고 넘어가시면 될 듯.

아, 참고로 도쿄국립박물관은 앞서 말했듯이 일본의 박물관치고는 매우 드물게 사진촬영이 자유롭습니다. 유물에 손상을 주는 플래시 사용을 제외하면 특별히 문제는 없는 편. 단, 일부 유물은 사진 촬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가끔 표시 놓치고 사진부터 찍다가 표시를 뒤늦게 발견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근데 직원이 별로 신경을 안 쓰긴 하는 듯.
이외에도 '헤이세이관(평성관)', '법륭사(호류지) 보물관'도 있는데 이건 본관 근처에서는 안 보이니까 나중에 따로 이어서 설명할겠습니다. 일단 박물관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본관부터 가보겠습니다.

내부도 꽤 고풍스럽습니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이 굉장히 현대적이라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미지.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은 현대에 새로 지었으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
참고로 국립중앙박물관보다 조금 좁을 수도 있다곤 했지만 그래도 엄청 넓어서 제대로 보려면 하루 종일 있어도 모자랍니다. 그렇지만 박물관 문닫기 전까지 시간은 반나절밖에 없어서 빠르게 보려고 합니다. 과연 다 볼 수 있을까....?
전시실 구조까지 신경 쓰면서 보진 않고 그냥 동선 따라 구경했습니다. 박물관 전시실 동선 안내가 잘 되어 있는 편.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첫 번째는 시대 순으로 보여줍니다. 조몬, 야요이 시대 건너 뛰고 고분시대(약 4~6세기 경) 유물부터 보여주긴 하지만.

6세기 고분시대에 만들어진 춤추는 하니와(일종의 토우). 도쿄 근처의 '사이타마현'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역시 일본의 하니와와 토기, 동종입니다. 셋 다 일본 고대문화를 상징하는 유물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헤이안, 가마쿠라 시대의 유물들이 쭉 지나갑니다. 사실 중국 유물은 이전에 많이 보기도 해서 일본 유물을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저는 소원 제대로 성취합니다.

9세기 헤이안 시대에 만들어진 약사여래좌상.

가마쿠라 막부의 창시자 '미나모토모 요리토모'의 목조좌상. 무려 일본 중요문화재.

쭉 가다보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용천청자가 나옵니다. 용천청자는 청자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작품인 만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면 꼭 메인 유물로 전시하는 편. 우리나라도 국립중앙박물관에 하나 있는 걸로 압니다. 진짜 '맑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청자. 다만, 이건 일본 유물은 아니고 중국 유물이긴 합니다.


회피천목. 재를 덮어 쓴 것 같은 윤기가 없는 색감이 특징. 남송~원나라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13~14세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잘 보기 힘든 온전한 형태의 갑옷과 칼 유물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칼 관련 유물은 지금 써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 날이 서 있습니다. 관리를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거지?ㄷㄷㄷㄷ 특히 중간에 있는 국보로 지정된 가마쿠라 시대 단도는 정말... 방금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 진심으로.

일본의 갑옷. 17세기 에도시대의 도마루 갑주라고 합니다.

14세기 가마쿠라 시대의 단도. 700년 전 껀데도 지금 당장 써도 될 만큼 칼날이 예리합니다.

창처럼 생긴 칼. 17세기 에도시대의 작품.
다음으로 나온 건 의복과 우키요에. 우키요에는 우리나라도 조선 후기 서민들 사이에 서화가 유행한 것처럼 일본에서 서민들 사이에 유행한 그림을 얘기합니다. 보통 일본하면 잘 떠오르는 전통 그림이 대부분 우키요에.
이게 나중에 도자기 포장지로 쓰여 유럽으로 수출될 때 같이 넘어가는데 여기에 반해서 아예 유럽 화가들 사이에 일본 우키요에를 따라 그리는 게 엄청난 유행이 됩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빈센트 반 고흐'. 뜬금없이 그의 작품 중 후지산 그림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가 정말 빈센트 반 고흐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런 점을 보면 동서양의 조화같아서 신기합니다.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양의 일본 오타쿠(?))

'우키요에'. 에도시대에 유행하던 각종 풍경화나 유곽, 일상의 풍경 등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리고 방문했던 2019년이 돼지의 해(일본에서 맷돼지)라 멧돼지 관련 유물도 작게 특별전을 열고 있었습니다. 무려 정말 멀리 잡으면 약 3000년 전의 토제 돼지 장식도 전시하고 있어요. 작지만 그래서 그런지 귀엽습니다.

이 쪼그만한 토제 멧돼지 장식은 무려 조몬시대(기원 전 2000~400년) 경 만들어졌습니다. 당연히 중요문화재.
이렇게 보면 1층이 끝난 겁니다. 거의 전시 유물의 1/20? 정도만 사진으로 올렸는데도 많습니다.
다음 층은 아예 입구부터 오오오오 하게 되는 유물이 나옵니다. 불상 같이 생겼지만 일본 전통 신인 '하치만 신'을 나무로 조각한 좌상. 14세기 가마쿠라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가마쿠라 막부 때 만들어진 하치만신 좌상. 보통 승려 복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드물게 귀족 복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목재 좌상이나 입상 등 유물이 나오는데 모두 퀄리티가 장난 아닙니다. 그리고 계속 보다보면 가마쿠라 시대의 유행이 어떤 거였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어요. 사실감이 넘치면서 옷 주름 같은 것까지도 섬세하게 조각한 게 특징.

불교의 신인 변재천좌상. 역시 13세기 가마쿠라 시대 작품.

자혜(지에)대사 좌상. 가마쿠라 시대 작품. 중요문화재입니다.
그외에도 여러 유물들이 존재. 이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 자체도 엄청난 장점이지만 제가 지금까지 가본 박물관 중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유물 사진이 잘 나오는 박물관입니다.
주변은 밝아도 전시장 내부는 유물이 있는 곳을 제외하곤 극도로 어둡게 해서 빛 반사도 덜하면서 유물의 색감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이런 점이 전 예전에 다녀온 대만의 국립고궁박물원보다 좋았습니다.

마키에 무악무늬 벼루함. 에도시대 작품인데 먹가는 것도 이렇게 화려하게 만듭니다.

가마쿠라 시대 태도(太刀). 아니 일본 칼 유물은 왤케 다 칼날이 예리해? 중요문화재.

에도시대 풀꽃무늬 접시. 차랑 같이 내오는 다과를 담으면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

1860년~1862년까지 쓰인 만엔 짜리 오반. 에도막부 최후 시기에 만들어진 겁니다.
그리고 본관 전시실 끝에 가면 '아이누족'의 유물도 일부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이누족은 일본 홋카이도 지방에 살던 민족으로 일본 본토의 민족과는 생김새나 문화 등이 굉장히 다른 편. 다들 처음 보면 러시아 사람 같다는 얘기도 합니다. 다만, 19세기 이후 이주정책이 시작되면서 서부 개쳑 시대의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억압과 강제 이주 등등으로 이제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제서야 일본의 소수민족으로서 이렇게 연구가 이뤄지는 현실이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찌보니 제가 도쿄에 이어서 다녀온 홋카이도의 민족이기도 합니다. 전에 소개했지만 홋카이도에 있는 대부분의 지명은 아이누족 언어에서 따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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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은 홋카이도에서의 2일차입니다. 빡쎈 일정을 잡아놓은 탓에 아침 일찍 일어났네요. 오늘은 삿포로 중부 내륙에 자리 잡은 '비에이'와 '후라노'라는 동네를 하루동안 투어하는 프로그램을 신청, 가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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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누족의 복식인 아투시. 아이누족 사진 보면 자주 보던 건데 여기서 실물을 보네요.
이렇게 보면 본관은 전체를 다 둘러본 겁니다. 워낙 넓기도 하고 특히, 5층이나 되는 동양관을 놓칠 수 없기에 좀 빨리빨리 보고 간 감이 없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한 번 오기 참 어려운 외국에서의 박물관 탐방인데.
다음 편에는 이어서 '헤이세이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상! 도쿄국립박물관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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