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은 홋카이도에서의 2일차입니다. 빡쎈 일정을 잡아놓은 탓에 아침 일찍 일어났네요.
오늘은 삿포로 중부 내륙에 자리 잡은 '비에이'와 '후라노'라는 동네를 하루동안 투어하는 프로그램을 신청, 가게 되었습니다. 면허가 없는 관계로 렌트카를 빌려 자유여행을 하는 건 어렵겠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다는 느낌? 지금 보니까 인당 5만9,000원이네요.
암튼, 약속한 장소인 삿포로역으로 갑니다. 제가 좀 일찍 갔는지 별로 없던데 점점 사람이 모여들어 다 모은 후 버스 타고 출발. 코스에 따라 팀이 갈리더군요.


오늘 하루 거의 400km라는, 서울에서 부산 가는 급으로 움직이는 코스는 대략 이렇습니다.
스나가와 하이웨이 오아시스(휴게소)
크리스마스 트리 나무(차창 밖으로 봄)
마일드 세븐 언덕(차창 밖으로 봄)
오야코 나무(차창 밖으로 봄)
세븐스타 나무
켄과 메리의 나무(+ 카페)
비에이(점심)
시로가네 온천
흰수염폭포
청의 호수
닝구르테라스
죄다 나무 나무...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흰 눈으로 뒤덮힌 홋카이도의 이미지와 다르게 홋카이도는 겨울이 비수기라고 합니다. 덕분에 겨울에 가면 요런 유명한 나무들 중심으로 투어가 만들어집니다. 호불호를 좀 많이 탈 것 같은 느낌.
사실 이번 투어에서 목표는 별 거 없습니다. 오직 '눈'. 진짜 남쪽지방에 사느라 제대로 쌓인 눈밭을 거의 못봐서 그냥 눈만 무지막지하게 쌓인 거 보고싶네요. 예전에 무슨 방송에서 버스보다 높이 쌓인 눈길을 따라 가는 게 너무 인상깊었는데 과연 진짜로 그럴지?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중간 휴게소인 '스나가와 하이웨이 오아시스(砂川ハイウェイオアシス館)'입니다.
여행사에서는 뭔가 대단한 관광지처런 소개해놓긴 했지만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르는 휴게소입니다.

근데 눈이 와서 그런지 건물은 은근 멋있습니다.
여기 휴게소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슈크림이 명물이라 해서 둘 다 사봤습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한쪽은 줄이 길고 한쪽은 거의 없어서 유명한 거 먹자는 심리로 줄이 긴 쪽 선택.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휴게소 음식이잖아...


아이스크림은 그냥 아이스크림입니다. 일본에서는 어느 지역을 가든 늘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별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녹차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
슈크림 역시 비슷비슷하지만 진짜 진심 어마어마한 존맛탱이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입 제대로 베어물면 슈크림이 터져나오기 때문에 주의. 이것 때문에 가이드 분한테 놀림당했습니다. ㅂㄷ
휴게소 지나서 조금만 가면 드디어 첫 번째 목적지가 나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 나무'
비에이에서 드디어! 첫 번째로!! 가는!!!!! 6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인 어마어마한 그 관문이 되는 최강 관광지는 바로!!!!!!!!!!!!!!!!!!!!!!!!!!!!!!!!!!!!!!!!!!!!!!!!!!

...?
이렇게 생겼습니다. 참고로 차 안에서 그냥 지나가면서 봅니다. 내려서 보면 불법이라네요.
저 외딴 나무가 뭐가 유명한가 싶긴 한데 진짜 별 거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되게 크리스마스 트리 닮지 않았음? 해서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와~~~~~
예쁜 건 인정하지만 이런 길가의 나무도 관광지로 인정해주는 비에이의 관대함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아직 실망하긴 이릅니다. 이어서 나오는 두 번째!!! 두 번째는 뭔가 다르겠지!!!! 두 번째로 나오는 비에이의 명물 '마일드 세븐 언덕(マイルドセブンの丘)'!!!!!
'마일드 세븐'은 옛날에는 자주 들어본 담배 브랜드죠? 일본 담배회사인데 그 담배 광고에 나와서 유명해진 언덕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드라마에 나와서 유명해진 제주도의 '섭지코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었지만

뮈지? 담배핀 후 여러 분의 남은 수명? 앙상해진 폐 건강? 그런 공익광고에 등장한 건가요?
원래도 나무밖에 없는 언덕이긴 한데 이처럼 황량한 이유는 2018년? 쯤 저기압이 불어 나무가 다 날아가 버리려서 그렇습니다. 사실 원래는 저 눈밭이 전부 밭이고(개인 소유 땅이므로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그 밭의 방풍림으로 쓰던 거였는데 바람 못 막고 다 날아가서 다시 심을 계획도 없다고 하는군요. 진짜 이건 그냥 차창 밖으로 1분만 봐도 충분합니다.
뭐, 뭐죠? 이 허무한 기분은??
그렇게 차밖으로 본 두 개의 관광지(?). 그 마저도 크리스마스 트리 나무는 하필 제가 앉은 좌석의 반대방향에 있는 바람에 사진만 겨우 하나 건지고 제대로 감상도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분 크리스마스 트리 제대로 보고 싶으시면 차가 직진하는 기준 오른쪽 창가자리를 얻도록 하세요.
쨌든, 이어서 세 번째 관광지 '오야코 나무(親子の木)'가 나옵니다.

저 눈밭 말고 중간에 보이는 작은 나무 3그루가 관광지입니다. 이름의 뜻은 나무 두 그루와 중간의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마치 부모와 자식 같다고 해서 오야코(친자)나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전설이라도 하나 만들어두는 게 좋지 않을까... 길을 잃은 가족이 얼어죽었는데 홋카이도의 신이 불쌍히 여겨 나무로 환생시켰다는, 대충 그런 거라도 하나 붙여놓으면 좀 더 납득가능한 관광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심지어 여기는 멈추지도 않고 그냥 가면서 설명해주셨어요.
흠... 뭔가 시작이 불안불안한 비에이 투어. 오늘 제대로 보고 가는 거 맞겠죠...?
2부에서 추가로 다루겠습니다.
20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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