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4일차. 하코다테입니다.
하코다테도 슬슬 해가 넘어가려는 낌새가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두 군데밖에 가지 않았는데 너무한 거 아냐... 쨌든, 카네모리 아카렌가 창고를 보고 다음 목적지로 걸어갑니다. 노면전차가 모토마치 안까지는 다니지 않아서 오직 도보만이 유일한 이동수단.
카네모리 아카렌가 창고에서 대략 5분 정도만 걸어가면 하코다테의 명물 '모토마치(元町)'로 이어집니다.
모토마치는 군산의 '근대문화거리' 같은 곳이라 생각하면 좋습니다. 약 150년 전 일본이 서양에 개항했을 당시의 서양 건물들이 쭉 늘어서 있는 골목이죠. 덕분에 일본이지 서양 풍경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남쪽 반대편에 있는 나가사키와도 비슷한 곳이 있죠. 남의 나가사키, 북의 하코다테 같은 분위기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의 개항장과 인천의 개항장 같은 비교가 그나마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토마치 전체는 대략 600m 정도 되는 짧은 거리입니다. 다 둘러보는데 넉넉잡아도 1시간이면 되고 모토마치 거리 끝에 하코다테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하코다테 전망대'로 향하는 케이블카도 있죠. (문제의 시작...)
암튼, 모토마치 거리 탐방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곳에는 '메이지 천황 상륙 기념탑'이 하나 서 있고 뒤로 예쁜 목조건물이 보입니다. '소마(相馬)'라는 회사의 사옥인데 요런 느낌의 건물들이 모토마치에 많다~ 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이렇게 올라가다 보면 제일 먼저 '구 영국 영사관(函館市 旧イギリス領事館)'이 보입니다. 이름 그대로 개항 당시 영국의 영사관이 있던 건물이죠. 확실히 개항도시 분위기가 납니다.
1800년대 중반 개항과 함께 건립되었고 현재 건물은 1913년 세워졌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무려 107년이나 된 연식 있는 근대 건축물. 내부에는 여러 전시가 있는 듯하나 입장료가 있어서 패스. 돈이 많이 궁해서... 참고로 입장료 안 내고도 바로 앞에 있는 '퀸즈 메모리'라는 기념품 샵은 이용할 수 있긴 합니다. 나름대로 여기도 영국 분위기가 나서 정말 저처럼 입장료가 아까운 분들은 기념품 샵이라도 들러보는 걸 추천.
영국 영사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모토마치 공원'이 나옵니다. 원래는 여기 모토마치 일대에서 가장 아름 다운 건물인 '구 하코다테 공회당'이 있어야 하나!.... 저희가 갔을 때는 공사 중이었습니다... 하코다테는 정말 이래저래 아쉬움을 많이 남기는 동네가 되겠군요. 어쩔 수 없으니 다음 기회를 노립시다.
대신 옆에 역시 서양식 건축인 '구 홋카이도청 하코다테지청 청사'가 있습니다. 여기는 열려 있는데 현재는 하코다테 관광정보센터 역할을 겸하는 중입니다.
사실 이때 불안감을 감지했습니다. 아까부터 언덕에 계속 케이블카(로프웨이)가 보이는데 왜 운행하는 게 한 대도 없는가...
결국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관광센터 안으로 들어갔고 직원으로부터 전해들은 말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케이블카 운영을 안 한다고 합니다.
...........?
?????????????????????????????????????????????????????????????
그렇게 사라지는 하코다테 최고의 관광지. 아니 일본 3대 야경명소라서 엄청 기대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대체...
솔직히 4시간이나 시간을 써가며 여기 온 이유 중 거의 30%는 야경 때문인데 지금 30%의 기대감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올라가는 버스라도 없겠냐고 여쭤보니 겨울에는 도로가 얼어서 버스도 없다고 합니다.
...
겨울에 여행왔다고 이런 대접을 하다니... 기억하겠다 하코다테.
결국 남은 건 등산인데 차도 미끄러지는 산을 1시간이나 등산할 재주는 안 되기에 빠른 포기.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그 후에는 모토마치 공원을 그냥 걸어다녔습니다. 근처에 '사천왕'이라는 패기 넘치는 이름의 하코다테 근대 개혁의 주요 인물 네 명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다들 무사출신인 것 같은데 한 분 빼고는 모두 서양식 복장.
전망대 못 가는 건 못 가는 거고... 일단 모토마치를 좀 더 둘러보기로 합니다. 근데 여기는 꼭 유명한 건물을 가지 않더라도 그 거리를 걷는 것 자체만으로 꽤 좋은 곳입니다. 외국 가면 흔히 걷고 싶은 거리? 라는 느낌입니다. 하핳 좋다... 하하하핳
그렇게 걷다보면 모토마치에서 특히 아름다운 비탈길인 '하치만자카(八幡坂)'가 나옵니다. 아마 모토마치를 상징하는 명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에 '하치만궁'이라는 신사가 있는 곳이라 '하치만자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일본 드라마나 광고 등에서 종종 등장하는 곳! 뒤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특히나 아름답습니다.
여기는 워낙 유명해서 그런가? 눈도 훨씬 잘 치워져 있는 느낌. 물론 차도라서 더 그렇겠지만. 옆의 인도는 여전히 미끄럽습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합시다.
암튼, 이렇게 모토마치 일대를 둘러봅니다. 헣... 야경을 못본다는 소식의 충격이 너무 쎕니다. 덕분에 시간 하나는 널널해져 버렸네요.
남은 시간동안 뭐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보기로 합니다.
이상! 하코다테 모토마치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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