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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여행/하코다테 函館

#4. 홋카이도 4박5일 여행, 하코다테 '모토마치 성당(カトリック 函館 元町教会)'과 '하리스토스 정교회 성당(ハリストス正教会)' - 미니 유럽 분위기, 모토마치의 하이라이트

홋카이도 여행 4일차, 하코다테입니다.

 

하... 하코다테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하코다테 전망대로 향하는 로프웨이가 기상악화도 운행이 중지돼서 마음이 착잡합니다. 이러려서 4시간을 기차타고 여기 왔나...

 

모토마치에서 들은 충격적인 소식으로 사실상 하코다테에서의 밤일정이 완전히 사라진 가운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정처없이 모토마치를 떠돕니다. 뭐하지 진짜...

그 와중에 예쁜 노란 소화전.

일단 운행 중지된 케이블카를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닌만큼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하고 모토마치의 남은 명소들을 더 둘러보기로 합니다. 거리 자체도 예쁘지만 골목에 100여 년 전 일본이 한창 개항할 시대의 유적이 몇몇 남아있습니다. 군산 근대골목 같은 기분이 듭니다.

모토마치.

이러한 모토마치에서 가볼 명소 중 하나는 거의 비탈길 끝에 있는 '모토마치 성당(カトリック 函館 元町教会)'입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는 꽤 초창기에 기독교가 들어왔지만 1% 대로 기독교 인구가 매우 적은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특이하죠. 그런 일본이지만 여기 '모토마치 성당'은 1924년 건물이 세워진 이래로 상당히 오랫동안 남아 있는 가톨릭 성당입니다.

모토마치 성당 입구.

아까 입구만 거의 살짝 스쳐지나간 구 영국영사관 건물과 다르게 여긴 그냥 종교시설이라 그런지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습니다. 역시 교회랑 절은 무료입장을 해야돼... 더 많은 신도들이 부담없이 입장할 수 있도록.

(이상 매우 자기중심적인 주장)

 

외관은 최근에 리모델링을 한 것처럼 타일이 좀 새 거 같아 보여 우리나라의 명동성당이나 전주 전동성당 같이 아주 오래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짜 유적지 맞나 싶긴 했습니다.

올려다본 모습.

모양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대구에 있는 큰 교회인 제일교회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외부도 물론 아름답지 않은 게 아닌 건 아니지만 내부가 정말 와... 일본이 아니라 유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엄숙한 분위기. 가톨릭 성당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아우라 속에 묘한 편암함이 감돕니다. 진짜 가톨릭 성당이 대체로 그렇긴 하지만 아주 아름답네요.

모토마치 성당 내부.

일반적인 성당에 비해 장식성은 좀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와 반대로 성당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편암함이 매우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종교시설은 절이든 성당이든 어디를 막론하고 어딘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요소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 같습니다. 경외감 속에 녹아있는 포근함이라고 말을 하면 맞을려나?

 

엄숙한 분위기라 막 사진을 찍고 그럴 느낌은 아니라 가볍게 인사만 드리고 밖으로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종교시설에 가면 진짜 일본 신사처럼 천황을 모시는 거라서 역사적 문제 등이 있지 않는 한 간단한 인사나 예배 정도는 드리는 게 그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필요한 예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종교시설은 원칙적으로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인데 손님으로 왔으면 그 공간의 규칙에 따라야하지 않나하는 저의 생각. 그런 것조차 하지 않는 건 너무 그 공간에 온 손님으로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쨌든, 밖으로 나와서 좀 더 언덕 위로 올라가면 성당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규모 자체는 꽤 거대한 편. 우리나라의 초거대 교회나 명동성당에 비빌 수준은 당연히 아니긴 하지만 교회 자체가 드문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언덕에서 바라본 모토마치 성당.

그 다음으로는 모토마치 성당 바로 뒤에 있는 '하코다테 하리스토스 성당(函館ハリストス正教会)'으로 향합니다. 여기가 가장 모토마치라는 언덕 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성당답게 유독 다르면서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하리스토스 정교회 성당 올라가는 길.

하코다테 하리스토스 정교회 성당은 1859년 러시아 공사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위치 자체가 워낙 러시아랑 가깝고 개항이 되면서 아마 다른 열강보다 특히 러시아가 눈독을 들여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건물은 세워진 이후로 약 60년이 흐른 1916년 세웠습니다.

 

정교회를 믿는 러시아에서 세운 덕분에 아까 본 모토마치 성당과 다르게 러시아 정교회 스타일의 건축입니다. 예전 노보시비르스크 갔을 때나 겨우 본 정교회 건물을 일본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역시 홋카이도 답습니다.

정교회 스타일 하리스토스 성당.

건물이 완전히 새하얀 색이라 눈밭하고 정말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완전히 러시아에서 자주 보이는 특유의 양파모양 지붕 디자인이 제대로 구현된 건 아니지만 정말 여기만 보면 무슨 러시아의 작은 도시에 여행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 모토마치의 분위기를 아예 바꿔버리는 느낌입니다. 홋카이도가 일본 내에서도 이국적인 정취라는 이미지에 딱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한 편으로는 듭니다.

정면에서 본 모습.

아쉽게도 문을 열지 않아 안으로 들어가보진 못했습니다. 원래 교회 내부가 제일 화려한 곳은 정교회인데 내부가 정말 궁금하긴 합니다.

 

이렇게 모토마치 맨 위에 자리 잡은 교회들도 다 둘러본 후 밑으로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길도 완전 미끄러운 빙판길이라 조심조심. 두 번 넘어졌다가는 카메라마저 온전치 못할 것 같아 더 조심합니다. 저보다 비싼 겁니다. 흐허

모토마치 밑으로.

다행히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근데 이제 갈 데가 없습니다... 야경은 꼭 보고 가고 싶은데 어쩔지 참 고민입니다. 어찌됐든 일단 전차에 탑승, 대충 하코다테역 근처로 가면서 고민을 좀 더 해보기로 합니다.

독특한 모양의 전차

뭔가 계획대로 되는 게 별로 없는 하코다테에서의 일정은 어떻게 끝이 날지?

 

이상! 하코다테 모토마치 일대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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