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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수즈달 Суздал & 블라디미르 Владимир

[모스크바 근교 여행] 블라다미르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벨리 토폴(Белый тополь / Hostel Belyy Topol)' 후기 : 도착하니까 불꽃놀이라 관광객을 환영해주는 미친 동네 - DAY.3

러시아 여행 3일차의 마지막 일정. 바로 숙소 찾아가기입니다.

 

사실 원래 예약했던 숙소가 뜬금없이 내부공사를 한다고 2주 전에 취소를 해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예약을 했습니다. 원래 하려던 곳보다는 조금 멀어졌지만 그래도 괜찮겠지... 했는데

너무 어둡다.

 

기차역 앞에 있는 마트를 지나니까 이렇게 어두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20만 넘게 사는 중소도시인데 아무 것도 없는 거야? 진짜로??

(그래서 더 어둡게 해드렸습니다.)

 

혼자 캐리어 덜컹덜컹 끌고가고 있으니 누가 덮칠까봐 무섭기도 하고... 그래도 덩치가 있으니 러시아 강도랑 싸워도 지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암튼, 그런 생각을 하려고 해도 망할 오르막 길이 너무 빡쎄서 무서울 틈도 없었습니다. 기차역이 왜 이렇게 밑에 있는 건데 대체.

그래도 거의 20분 가까이 캐리어를 끌고 고생해서 올라오니 멀리 숙소가 보이기 시작.

 

오늘 하루 블라디미르에서 1박을 할 숙소는 '호스텔 벨리 토폴'입니다.

 

호스텔 벨리 토폴(Hostel Belyy Topol)

Белый тополь

 

 

구글맵에는 'White Poplar'라고 검색해야 나옵니다. 아고다에는 위에 적어놓은 영어명으로 검색하면 되고요.

 

블라디미르가 그래도 제법 큰 도시라 게스트하우스가 몇 개 있긴 합니다. 불행 중 다행. 없었으면 1박에 3만원이 넘는 비싼 호텔에 잘 뻔 했네요,,, 그럴 바에야 기차역에서 노숙을 하지.

 

모스크바보다는 살짝 비싸긴 하지만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겠죠? 게하가 없는 동네도 가끔 있으니.

외관은 이렇습니다. 위치가 걸어오기에는 좀 먼데(블라디미르역에서 대략 800m) 또 버스를 타고 오기에도 어차피 버스 정류장까지 멀어서 참 애매모호한 위치. 택시가 제일 낫긴 하지만 밤이라 택시가 잡힐 가능성도 음... 

 

근데 이건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고 기차역이 유독 낮은 곳에 있어서 블라디미르에 있는 숙소 전부가 이런 상황입니다. 어떡하겠습니까 받아들여야죠.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저번 모스크바보다는 확실히 숙소같이 생겨먹어서 알아보기에는 쉬운 게 불행 중 다행.


고생해서 왔으니 빠르게 안으로.

로비는 이렇습니다.

 

시원한 기능이 없는 냉장고(그럼 냉장고가 아니지)가 있는데 슬프게도 이 호스텔 근방에 편의점이든 마트든 아무 것도 없으므로 저게 유일한 희망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기차역 앞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잔뜩 장 봐 오는 건데...

 

간단하게 체크인을 하고 방을 안내 받았습니다.

따란.

 

총12인 1실이란 엄청난 규모입니다. 근데 왔을 땐 저밖에 없었고 나중에 새벽 1시 쯤인가? 다른 한 명이 더 들어오긴 했지만 거의 혼자 지냈네요. 여기가 12인 꽉 찼을 생각을 하니 어우... 끔찍합니다. 유럽은 진짜 24인 1실도 있고 가격 싼 걸 무기로 너무 수용소처럼 게하를 운영하는 것 같아요.ㅋㅋㅋㅋ

간단한 캐비넷.

침대는 평범합니다. 저번 랜드마크 시티 호스텔보다는 훨씬 깔끔하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유럽은 믿을 수 없으므로 열심히 벌레퇴치제 뿌렸습니다.

당연하게도 에어컨은 없고 저 선풍기가 유일한 희망. 다행히 9월 넘어가는 시점이라 엄청 덥진 않았습니다.

콘센트는 두 개 씩.

 

방은 평범합니다. 침대도 그냥 깔끔하고. 이런 게하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내부 시설도 이 정도면 충분하긴 하죠.

 

다음으로는 공용주방.

정말 평범하게 생긴 주방. 웬만한 주방도구는 다 있어서 요리해서 먹기에는 딱일 듯. 조식은 미리 신청을 하면 한 4000원? 정도 가격에 해주는데 다음 날 일어나서 가족끼리 온 분들이 아침식사 하는 거 보니까 메뉴가 음... 4000원 주고 먹을 퀄리티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

게하에 늘 있는 세계 각국의 메모지. 저도 한국어로 하나 남겼습니다. 유일한 한국어

싱크대

요리공간. 전자레인지에 전기포트 등등 라면이나 즉석식품 끓여먹을 때도 큰 문제는 없을 듯. 저번 첫 게하에 비하면 시설이 확실히 낫습니다.

 

다음으로는 세탁방.

총 두 대의 세탁기. 장기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세탁기가 있을 때 빨래를 무조건 해치워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세탁기가 없어서 빨래방까지 가야하는 사태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밀린 빨래 바로 해치웠습니다. 50루블(약 800원) 내면 빨래랑 건조기 다 쓸 수 있어요.

요것도 세탁기.

 

마지막으로 화장실.

샤워부스가 마음에 들지만 슬프게도 12인 1실임에도 화장실이 이게 전부입니다.

 

다른 칸 없이 진짜 이게 끝. 즉, 누군가 샤워를 하거나 볼일 보면 다른 누군가는 샤워도, 볼일도 볼 수 없는 무서운 구조. 혼자 자서 다행이다...

샴푸는... 저게 다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뜨거운 물은 잘 나오는 샤워기라는 것. 러시아가 추워서 그런지 냉방장치는 거의 없는데 난방장치는 비교적 잘 돼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그냥저냥 깔끔하고 평범한 유럽의 게하. 엄청난 단점도, 장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조식이 없는 게 아쉽긴 한데 그거야 신청을 하면 준다고 하니 심각한 불만사항은 아닌 듯.

저는 비상식량으로 잔뜩 챙겨온 도시락으로 아침은 해결했습니다.

 


솔직히 블라디미르에서 숙박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이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가격정보를 말씀드리면

 

제가 예매했을 당시 기준 1박에 약 8,000원(500루블)이었습니다. 역시나 저렴한 러시아의 게스트하우스. 현장결제를 해야해서 현금이나 카드가 필요한 게 조금 번거롭긴 했지만 크게 신경쓰일 요소는 아닌 듯. 이 정도면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다 넘길 수 있겠죠? 역시 러시아가 여행 물가는 저렴해서 좋습니다.

 

블라디미르에 애초에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이 별로 없으므로 숙박을 해야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으니 추천할 수 밖에 없네요. 돈을 아껴야 한다면 추천.


숙소에서 빈둥대면서 오늘도 걸음 수를 체크해 봅니다. 이게 진짜 하루를 마치는 일과 같이 돼버렸어

오늘도 정말 많이 걸었습니다. 매일 이렇게 걸으니 조만간 발에 물집 잡힐 날이 머지 않았군요.

 

그렇게 누워서 쉬고 있으니 뭐 터지는 소리가 밖에 나길래 불꽃놀이라도 하나? 하고 갔더니

어? 진짜 불꽃놀이 하네???

(빵)

 

아니 관광객이 많이 없다곤 하지만 나 왔다고 도시에서 불꽃놀이도 해주는 거야? (감동)

수천 키로 떨어진 러시아 어느 시골도시에서 즐기는 불꽃놀이. 사실 좀 멀어서 열심히 줌 땡겨서 찍은 겁니다.

암튼, 시작이 좋은 블라디미르 여행.

 

나중에 호스텔 직원 분한테 불꽃놀이 왜 하는 거냐고 여쭤보니까 오늘(8월 31일)이 마침 블라디미르 시 탄생 기념일이라고 합니다. 날짜 하나는 기가막히게 잡아서 찾아왔네요.

 

나쁘지 않은 숙소, 불꽃놀이 환영인사까지 받은 블라디미르. 내일 수즈달과 함께 하루종일 있을 예정인데 기대가 됩니다.

 

이상, 블라디미르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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