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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수즈달 Суздал & 블라디미르 Владимир

[모스크바 근교 여행] 수즈달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대, '리조폴로젠스키 수도원(Ризоположенский женский монастырь)' : 엘리베이터 없던 시절 종지기 체험 - DAY.4

유우우우럽 여행 4일차, 러시아 수즈달입니다.

 

수즈달 크렘린이랑 목조건축 박물관을 보고 이제 수도원들을 보러 가야하는데....

길을 잃었습니다. 지도앱이 있어도 길을 잃는 기적의 방향감각.

멀리 수즈달 크렘린이 보이고

저 너머에 가야할 리조폴로젠스키 수도원이 보이긴 하는데 어째 길은 보이지 않는 상황.

 

주변 마을을 뒤져봤지만 여기가 정말 끝이라는 듯 알려줘서 한 10분 정도 떠돌아다니다가 진짜 길이 아닌 것 같은 언덕을 내려가는 게 무려 구글지도에서 알려주는 길이라는 걸 깨닫고 비탈길을 내려갑니다.

저 들판 길이 정식 루트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길이라고 하니 암튼 경치를 바라보며

열심히 걷는 중. 이렇게 러시아여행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도 가는 길 경치는 예뻐서 다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지만 시골인 건 변함이 없습니다.

예쁘면 됐짐 뭐

 

그렇게 논 옆 길 같은 길을 따라 걸으면 다시 교회들이 보입니다.

수즈달에서는 정말 어딜 가든 교회가 있네요. 동네에 사람은 없는데 교회가 이렇게 많으면 유지가 되긴 하려나?

어딘가 조금 부실해 보이는 나무다리.

(불안)

이제 좀 길 다운 길이 생겼나 싶었는데

여길 또 뚫고 가라고 합니다. 아니,,,, 아무리 지름길이라지만 이런 걸 갈 순

있습니다. 시간 절약은 여행의 숙명.

거미줄까지 있는 걸 봐서는 제가 이 동네 사람들도 잘 안 다니는 길을 개척하고 있나 봅니다. 고생형 여행기에 너무나 부합하는 상황이라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


그렇게 험난한 길을 뚫고 뚫어 도착한 '리조폴로젠스키 수도원'입니다.

 

리조폴로젠스키 수도원

Ризоположенский женский монастырь

 

 

(리조폴로젠스키 수도원 뒷문)

 

리조폴로젠스키 수도원은 1207년 세워진 러시아에서도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그런 곳 치고는 관리가 좀 안 되는 것 같긴 하지만.

 

다만, 그때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건 아니고 러시아의 상당수 성당이나 교회들이 그렇듯 전쟁과 공산주의 정권 등을 겪으면서 많은 훼손이 있었다가 최근에야 다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여기도 그런 곳 중 하나.

어쩌다보니 저는 뒷문으로 들어갔는데 여기는 입장료는 무료.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라 그런지 그냥 열어놓았습니다.

(몰래 들어가는 것 같아)

성당과 함께 리조폴로젠스키 수도원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종탑이 보입니다. 높이 약 72m로 수즈달 전체에서 지금도 제일 높은 탑. 18세기에 세워진 수즈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즈달과 블라디미르의 교회들이 모두 그렇듯 흰색 벽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까마귀가 앉아 있으니 괜히 있어 보이는 무덤.

사진에 다 담기 힘들 정도로 높습니다. 72m면 모스크바에 있는 큰 성당이랑도 맞붙을 수 있을 정도의 규모. 이 정도 크기니까 옛날에 교회에서 종 한 번 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들었다는 이야기가 좀 더 생생하게 공감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수도원의 부속시설.

전체적인 모습.

꽃을 어마어마하게 심어놨습니다. 덕분에 정원 둘러보는 기분.

벽돌이 떨어져 나간 외벽은 까마귀 모임 장소로 바뀌었습니다. 안 그래도 좀 낡아서 약간 을씨년스러울려고 하는데 까마귀가 단체로 정모하고 있으니까 더 그런 느낌. 해코지 할 건 없으니 친하게 지내기로 약속합니다.

멀리 보이는 첨탑 두 개 달린 문은 모스크바에서도 봤던 것 같은 모습.

여기의 상징인 종탑은 올라가볼 수 있습니다.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못 푼 한을 풀 수 있겠네요.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 조용히 요금을 받는 입구가 있습니다. 입장료는 100루블(약 1,600원). 저렴하네요.

저렴한 이유는 72m 짜리 탑을 직접 걸어서 올라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엑

직접 걸.어.서

(언제 다 올라가지)

그래도 이렇게 시계도 전시돼 있고 안 쓰는 종도 안에 있습니다. 박물관 역할도 하는 건가?

빡쎄게 열심히 올라가면 이렇게 종탑 꼭대기 도착. 나중에 독일 갔을 때 이거 두 배는 되는 탑도 올라가야 하니까 연습이라 생각하고 계단을 열심히 탔습니다. (개선문도 추가)

종탑에 올라가본 건 살면서 처음.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종이 진짜 많습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풍경.

수즈달에서 제일 높은 탑 답게 수즈달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산 따위 거의 없는 저 광활한 마더로씨아의 지평선을 보십시오.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습니까

미니어처 같은 리조폴로젠스키 수도원.

멀리 다음에 갈 수도원도 보입니다.

용기있는 한 아재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걸 도전합니다. 이래야 러시아 사람 답지

그러나 꼭대기에는 막혀서 실패.

(저는 무서워서 포기)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말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입니다. 대도시 모스크바와는 아예 다른 러시아의 시골 전경.

크렘린보다 더 성처럼 보이는 '성 에브피미예프 수도원'. 좀 있다 가야할 곳.

성벽마저 흰색인 '포크로브스키 수도원'. 저기는 시간이 되면 가보는 걸로.

가까이서 본 종들.

지금 종 울리면 저 귀 나가겠죠?

아니 저 불안한 사다리를 왜 자꾸 도전하는 건데

 

종탑 안은 생각보다는 좁습니다. 그런대로 사람들이 꽤 모여서 경치를 감상하는데 러시아답게 안전하다는 기분은 들지 않습니다. 애초에 200년 가까이 된 유적지에 너무 많은 걸 바라진 맙시다.

이제 다시 밑으로(휴대폰이라든가 카메라라든가 떨어뜨렸다는 상상을 하니 어우,,,)

 

빠르게 볼 수 있는 내려가는 길.

다시 밟은 지상.

 

이제 수도원 밖으로 나갑니다.

다음 목적지로.

 

다른 곳과 다르게 여기는 원래 가려던 곳은 아니고 지나가는 길에 있길래 그냥 들러볼까? 하고 온 곳이었는데 뜻밖의 전망대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여행지는 진짜 자유여행 올 때만 만끽할 수 있을 듯. 다른 수즈달 여행 소개한 블로그 등에는 왜인지 항상 빠져있더라고요. 어차피 수즈달 크렘린에서 가는 길인데 음?

 

올라가는 길이 빡쎄긴 해도 그건 유럽에 있는 모든 종탑에 해당하는 문제이니 수즈달 전경 구경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기왕 수즈달이란 잘 오기도 힘든 곳까지 왔는데 안 보고 가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

 

이상, 수즈달 리조폴로젠스키 수도원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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