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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여행/도쿄 東京

#4. 도쿄여행 '도쿄국립박물관(東京国立博物館)' 여행기 4 - 동양관(東洋館)의 한국 유물 전시실. 도쿄에서 만나는 그리운 우리나라 유물들

도쿄여행 4일차. 도쿄국립박물관입니다.

 

이번에는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마지막으로 가볼 전시관입니다. 바로 동양관(東洋館)

동양관.

동양관은 이름 그대로 일본이 아닌 동양권 나라에서 가져온 유물들을 모아서 전시한 곳입니다.

 

우리나라도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중국, 일본,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 가져온 아시아 유물들이 존재하긴 합니다만, 그렇게 수량이 많은 건 아니라서 의외로 박물관에 있다는 존재도 알기 힘든데 반해 도쿄국립박물관은 규모가...ㄷㄷ 어마어마합니다. 얼마나 훔쳐온 거야

 

일단 동양관이란 이름답게 아예 건물 앞에 우리나라에서 가져 온 문인상이 놓여 있습니다. 먼 타국 땅에서 만나는 반가움... 각각 강원도와 평양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조각 솜씨를 보아하니 왕족이나 꽤 직책 높은 양반의 무덤 앞에 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강원도에서 가져온 문인상. 양반 이상의 무덤 근처에 있던 걸로 보입니다.

 

동양관은 다른 관에 비해서 특히나 넓은 편. 무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총 6개 층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한국부터 중국, 이집트, 페르시아 등 중동 일대, 파키스탄 및 인도 일대, 캄보디아, 멜라네시아 같은 오세아니아 지역까지 커버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원래라면 저층부터 순서대로 보긴 하겠지만 저는 한국관이 있는 5층으로 먼저 올라갔습니다. 사실 꼭 한국관이 아니더라도 지하1층이 있는 만큼 5층부터 보는 동선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관은 진짜 한국 유물로만 가득 차 있는 전시실입니다. 한국인들이 간다면 "일본이 이렇게 유물을 많이 훔쳐 갔나!!!" 라는 분노를... 드러내기 쉬운 곳. 약탈문화재 반환에 관심이 있는 만큼 저도 다른 전시실보다 특히 관심 있게 둘러봤습니다.

 

(근데 나중에 다 둘러보고 알게된 사실이긴 하지만 한국유물보다 중국유물이 몇 배로 많습니다. 중국이 와서 더 분노할 듯)

 

청동여래입상. 어째 경주 백률사에서 나온 불상이 생각나는 디자인입니다.

 

전반적으로 여러 시대의 유물이 있지만 도쿄국립박물관은 우리나라 삼국시대 유물에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유물들을 몇 몇 개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수준. 일본이 약탈해서 우리나라에는 없다!!... 까지는 안 가긴 합니다. 그래도 대부분 상당한 수준의 걸작. 분노보다는 저는 외국에서 우리나라 유물을 본 반가움이 더 앞섰던 것 같습니다.

부여에서 나온 백제의 전돌. 바닥에 깔던 용도로 보입니다.

연꽃무늬 수막새. 색과 양식을 보면 고구려 양식으로 보입니다.

역시 부여에서 출퇴된 수막새. 군수리사지는 우리나라 역사 공부하다보면 가끔 등장할 정도로 백제계 사찰 중에서는 꽤 유명한 편입니다.

뼈항아리. 통일신라 때부터 유행한 장례방식입니다.

조선 말기의 소를 탄 동자 모양의 백자 연적. 동자가 귀여워서 찍었습니다.

 

물론그렇다고 아예 여기있는 유물이 다 가치가 별로 없어서 굳이 반환 필요가 없을 정도의 수준은 아닙니다. 몇몇 유물은 정말 한국에서도 거의 보기 드문 희귀 유물. 전시관 내에서도 한국 유물이지만 '중요미술품'이나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건 우리나라에 가져가면 바로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될 수준의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문화재들입니다.

먼저 동물무늬 식판. 우리나라에도 예가 드문 유물로 일본에서도 한국 유물 컬렉션을 언급하면 반드시 등장하는 것입니다. 실물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대략 기원전 3~1세기 경 경주에서 출토된 동물무늬 식판. 무려 중요미술품으로 지정된 가치 높은 유물. 오구라 컬렉션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동양관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유물을 꼽으라면 꼭 '한국'이라는 수식어 없이도 후보에 오를 것이라 단정할 수 있는 가야 금관. 작지만 기품 있고 화려한 장식이 눈에 띄는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경상남도 사천에서 출토된 5세기 경 금관. 가야연맹의 소국 중 왕족이 썼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중요미술품. 오구라 컬렉션.

 

여기까지 보면 제가 '오구라 컬렉션'이라고 써 놓은 걸 보실 수 있는데(자, 이제 분노타임)

'오구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 경상도 일대에서 사업을 한 '오구라 다케노스케'라는 인물이 수집한 유물 컬렉션을 얘기합니다. 단순히 돈으로 사 모으는 수준을 넘어 도굴까지 간접적으로 주도하는 등 약탈범죄도 서슴치 않았던 인물. 덕분에 오구라 컬렉션은 일본으로 넘어간 한국 유물 중에서도 특히나 가치가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오구라 컬렉션은 광복 후 전부 일본으로 넘어갔고 그가 죽은 후 모두 현재 여기,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되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오구라 컬렉션의 일부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경남 창녕에서 출토된 금동관모와 관장식. 역시 가야의 소국, 그 중에서도 최근 알려진 '비화가야'의 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연히 중요문화재. 오구라 컬렉션.

팔 보호대와 금동신발. 앞서 본 관모와 마찬가지로 창녕에서 출토. 역시 중요문화재입니다. 이 또한 오구라 컬렉션.

 

위에 소개한 두 유물은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아무리 가치를 낮게 잡아도 최소 보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오구라 컬렉션이 가진 가치와 그 범죄성을 잘 알고 있어 한일협정 당시 문화재 반환 목록에 넣었으나 일본은 개인의 사유재산이란 명목으로 거부하며 결국 실패했습니다.

도쿄국립박물관에 가서 제가 평소에 관심 가지던 오구라 컬렉션을 보고 오니 참...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사실 여기 말고 중국 문화재는 진짜 약탈 수준의 스케일이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유물에 더 마음이 가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암튼, 이 오구라 컬렉션 중에서도 정말 걸작을 뽑아 전시했는지 유물 수준이 다들 상당합니다. 유물이 오구라 컬렉션인지 찾고 싶으시다면 설명판에 영어로 'Gift of the Ogura Foudation'이라고 적힌 걸 보면 됩니다.

6세기 경 굵은 고리 귀걸이. 경주 보문동 부부총에서 출토된 귀걸이와 거의 비슷한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이게 왜 중요미술품으로 지정이 안 되었는지 의문입니다.

차양달린 철제 투구. 부산 동래에서 출토. 오구라 컬렉션.

용무늬 환두대도.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양식의 칼입니다. 원형이 진짜 잘 남아 있습니다. 역시 창녕 출토에 중요문화재. 아마 신라에서 하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구라 컬렉션.

 

고대 유물 외에도 어느 박물관에 가든 한국관 필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고려청자를 비롯해 조선시대 분청사기, 백자 같은 유물이 있습니다. 약간 국립중앙박물관 미니버전 같다는 느낌이 전반적으로 듭니다.

안 나올 수가 없는 고려청자. 요코가와 타미스케라는 사람이 기증했다고 합니다.

고려청자는 다들 수준이 높긴 하나 제 개인적으로는 도쿄박물관에서만 있다! 정도의 엄청난 작품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건 여전한 상감청자. 외국에서 보니 반갑습니다. 얘도 오구라 컬렉션이었네,,,

분청사기 장군. 고려 말~조선 초에 유행한 자기입니다.

역시 안 나올 수가 없는 청화백자. 학이 뭔가 대충 그린 듯한 느낌이 드는 게 포인트. 이것도 요코가와 기증.

조선에서 만들어진 이도 찻잔의 일종... 이라고 하는데 이건 솔직히 저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히로타 마츠히게의 기증품.

 

그리고 곱은옥, 혹은 곡옥이라 불리는 유물도 있었는데 금제 곡옥과 토제 곡옥은 저도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처음 봅니다. 아주 드문 예입니다.

금제 곡옥은 예시가 드문 편인데 여기서 보게 됩니다. 저도 이런 건 처음 봤습니다. 오구라 컬렉션에 있던 유물.

 

토제 곡옥. 경주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양식도 처음 보네요. 이것도 오구라 컬렉션.

 

마지막으로 본 건 거대한 최충헌 묘지석. 최충헌은 역사 교과서에서 한 번 쯤 외웠을 고려 무신정권의 최씨정권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묘지석까지 파왔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여기까지가 한국관. 사실 유물 사진을 많이 넣어서 그렇지 생각만큼 넓진 않습니다.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하는 전시실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꼭 된다면 이런 유물들도 우리나라가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소중한 유물인 만큼 가치를 따지기에 앞서 고국에서 꼭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먼 타국 땅에서 우리나라 유물을 만나면 좀 반갑긴 합니다. 약탈은 아니지만 중국에서 고구려 유물을 본 느낌? 그래도 프랑스처럼 어디 도서관 구석에 처박아두지 않고 이렇게 전시실에 빛이라도 받게 해주는 게 참 다행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음은 이제 나머지 중국과 파키스탄, 캄보디아 등의 다른 아시아 유물들을 다뤄보겠습니다.

 

이상! 도쿄국립박물관의 동양관 한국전시실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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