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여행 2일차.
아침에 가볍게 신도시 모스크바 시티를 구경하고 모스크바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구 시가지로 돌아왔습니다.
사람들마다 여행의 스타일이 참 가지각색인데 그 중에서 오히려 유명한 곳은 거르고 진짜 알려지지 않은 곳들만 골라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보통 여행 N회차인, 여행 고인물들이 대부분이죠. 저역시 여행 경력 면에서는 초보 티는 벗었다고 생각하지만 러시아 모스크바는 1회차인 만큼 유우명한 곳들 위주로 둘러볼 겁니다. (홍대병 놉)
그렇기에 모스크바에서 제일 유명하고 아예 러시아의 상징이라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크렘린 궁'
크렘린궁
Кремль
정확히 말하면 '크렘린'이라고 부르는 게 맞습니다. 크렘린은 러시아어로 그냥 '성채'를 뜻하는 말. 그래서 러시아의 주요도시마다 우리나라 읍성처럼 크렘린이 하나씩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만큼 유명한 곳은 없기에 보통 그냥 '크렘린'을 얘기하면 100에 90은 모스크바 크렘린을 얘기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청와대'라는 말이 단순히 건물을 얘기하는 걸 넘어서 우리나라의 핵심권력, 행정부 그 자체를 상징하는 말로 쓰이듯이 '크렘린'도 러시아 행정과 권력의 중심, 그리고 한 때 소련과 미국이 냉전을 벌이던 시기에는 제1세계의 본부로 미국 '백악관'을 얘기하듯 제2세계의 본부로서 일컬어지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현재는 붕괴한 소련의 심장이었던 만큼 냉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러시아의 대표 역사유적. 백악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아니니까 여기가 백악관보다는 가치가 높습니다(?)
더 길어지면 너무 설명설명으로 서론을 채울 것 같아 좀 더 뒤에서 하기로 하고 일단 입구부터 찾아 봅시다.

크렘린 들어가는 메인 입구는 '트로이츠카야 탑(Троицкая Башня)'을 찾으면 됩니다. 생긴 건 탑이 다 거기서 거기라 구글지도나 얀덱스맵 키고 잘 찾아오세요. 찾기 어렵진 않습니다.

어차피 주변에 가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합니다. 인기 있는 곳이라 코로나 걱정 따위 없던 2019년의 시간에서는 이런 풍경이 일상.

일단 티켓부터 사러 갑시다.

이렇게 티켓 키오스크랑 그냥 직원한테 사는 두 줄이 있는데 이상하게 직원한테 사는 줄이 압도적으로 길고 키오스크는 한산합니다. 어차피 영어로도, 러시아어로도 앞에서 설명할 자신은 없으니 전 바로 키오스크로 직행.

참고로 크렘린 입장료 체계는 심하게 복잡합니다. 들어가고싶은 곳에 따라 입장료가 달라집니다. 이게 자유여행을 오면 혼자서 해내야 하니 제일 헷갈리는 부분.
저는 일단 입구에서 크렘린 내부 교회군 입장권(700루블 = 11,300원)과 내부 박물관 입장권(500루블 = 8,100원)을 구매했습니다. 만약 박물관에 관심이 없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크렘린만 둘러보고 싶다면 교회군 입장권만 구매해도 괜찮습니다.
참고로 내부 박물관도 전부 되는 건 아니고 '무기고 박물관'은 별도입니다. 그밖에 이반대제의 종탑 전망대는 또 별도로 구매해야하고 예약까지 필수. 아니 뭐가 이렇게 복잡해,,,,

이쁜 입장권.

내부 지도. 궁전이긴 한데 거대한 정원이 기본옵션인 다른 유럽의 궁전들에 비하면 약간 작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입장권 제시하고 안으로 들어갑시다.
크렘린은 정확히 언제 처음 지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약 1000년 전인 11세기에는 여기에 루스인들이 세운 요새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점차 발전해나가고 있던 사이 1200년대 몽골군이 침입해서 가루로 만들어 버립니다. 역시 몽골군은 함부로 건들면 안돼요.
자연재해급 존재인 몽골군 1차침략 후 다시 견고한 요새로 지어졌고 덕분에 2차침입은 가루가 되지 않은 채 버텨냅니다. 이후 '모스크바 대공국'의 궁전으로 크게 번성했고 러시아가 공국들을 통일해 제국이 된 후 수도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긴 후에도 중요한 왕궁으로서 계속 그 위세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렇지만 18세기 예카테리나 여제의 대대적인 보수,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나폴레옹 침략으로 대파괴 등등을 거치며 옛날 모습은 거의 잃었고 결정적으로 1910년대 소비에트 혁명 후 소련의 행정중심이 되면서 과거 제국 시절 흔적들을 지우고자 많은 건물들이 철거되었습니다. 즉, 지금보는 크렘린의 모습은 소련 시절의 모습.
그래도 다 부수지는 않았고 나름대로 소련 시절하고 러시아제국 시절하고 조화는 이루고 사는 편이긴 합니다. 안 그랬으면 유네스코 세계유산도 물건너 갔겠죠?

그렇기에 1000년이나 된 오래된 궁전보다는 소련과 제정러시아의 유적이라 생각하고 보면 이해가 됩니다. 저도 그렇게 보고 이제 진짜진짜 안으로 들어갑니다.

요런 대포들과 함께

제일 먼저 보이는 건 매일 유리청소를 하는지 번쩍번쩍한 '국립 크렘린 궁(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Кремлёвский дворец)'.
1960년대 현대 소련 시절 만들어진 공산당 간부들의 회의장이었던 곳입니다. 지금은 정치적 목적 외에도 공연장으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유리에 건물들이 반사되어 거울처럼 빛나는 게 특징.

요렇게 러시아 군인들도 지나갑니다.
크렘린궁은 지금도 러시아 대통령이 실제로 거주하고 집무를 보는 공간입니다. 그런 것치고는 생각보다 관광이 자유롭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서 들어가면 안 되는 구역도 많고 곳곳에서 경비들이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약간 더 자유로운 일본 도쿄의 '고쿄' 구경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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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쿄 자유 여행 가볼만한 곳 '고쿄(皇居, 황거)'. 천황이 사는 궁궐. 고쿄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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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금지구역.

아까 왔던 길. 소련의 붉은 별이 망한 후에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성당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차르 대포(Царь-пушка)'.

우리 말로 바꾸면 '황제 대포', '왕대포'입니다. 그냥 짱 큰 대포.
세계에서 제일 큰 대포라고 하는데 어차피 만들고 한 번도 쏜적이 없는 대포입니다. 관광객 인증샷용 같은 존재에요.

반대편에 보이는 '크렘린 상원' 건물. 우리로 치면 국회의사당 역할을 일부 합니다.
차르 대포 너머로 이제 진짜 입장권으로 들락거릴 수 있는 교회군이 나옵니다. 정교회 국가였던 만큼 러시아는 크렘린 안에 교회를 여러 개 지어두는 게 전통.

하늘색 지붕이라서 오늘 날씨랑 잘 어울리는 첫 번째 교회가 '십이사도 교회(церковь Двенадцати Апостолов)'.
17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교회입니다. 용케도 살아남았군.

육중한 디자인이 묘하게 마음에 드는 여기는 '성 도미션 성당(Успенский Собор)'. 우스펜스키 성당이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동유럽 여행하다보면 종종 똑같은 이름의 성당을 만나는 경우가 잦습니다. 15세기에 지어진 크렘린 내 최고령 성당. 다른 성당이나 교회랑 비교해보면 확실히 늙어(?) 보입니다.

전체적인 크렘린 전경. 뭔가 궁전 안에 횡단보도가 있으니까 좀 낯설게 느껴지지 않나요? 저는 그랬습니다. 근데 이 넓은 횡단보도에 사람도 거의 없으니 더더욱 낯섦니다.

반대편으로 건너와서 본 풍경. 크렘린 교회군이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 이렇게 경치가 좋은데 왜 나밖에 없는 거... 자꾸 경비하시는 분들이 조금만 도로에서 벗어나도 안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자유롭게 다들 돌아다니지 않고 성당있는 쪽만 다니는 편입니다.
근데 횡단보도 건너는 건 뭐라고 하진 않습니다. 다만, 매우 예의주시해서 지켜볼 뿐.

중간에 보이는 이 가장 화려하고 흰빛의 성당은 '이반대제 종탑(Колокольня Ивана Великого)'. 스파스카야 탑과 함께 러시아의 랜드마크 크렘린의 랜드마크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른 한창 조선시대였던 1508년 무려 81m의 높이로 지어올렸습니다. 지금봐도 높은데 그땐 진짜 마천루였을 듯.

횡단보도 반대편에는 이런 한적한 공원도 있습니다. 크렘린에서 사람 한 명도 안 보이네요.

이런 예쁜 정원이 있는데 왜 아무도 보러 오지 않는 거야 흑흑...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에서 저만 아는 비밀공간이 탄생했네요.

근데 공작분수대라니, 이런 건 처음 봅니다.

다시 횡단보도 건너 돌아가는 중. 정면에 보이는 건 '스파스카야 탑(Спасская башня)'입니다. 아마 크렘린 하면 생각나는 가장 대표적인 탑. 생긴 것도 멋있는데 크렘린에 있는 탑 중에서 제일 오래된 연장자 탑입니다. 원래라면 러사이제국의 상징인 독수리 문장이 위에 있어야겠지만 어림도 없지, 바로 공산주의 붉은 별을 달아줬습니다.
이의있습니까 동무?

다음으로 볼 건 '차르의 종(Царь–колокол)'.
세계에서 제일 큰 대포도 있었다면 세계에서 제일 큰 종도 당연히 있어야죠? 무게로나 크기로나 세계에서 제일 큰 종인데 문제는 만들고 얼마 후 불이 나는 바람에 그때 금이 가서 결국 한 번도 쳐보지는 못했습니다. 아니 대포도 그렇고 제일 큰 거 만들어놓고 왜 쓰지를 못하니.

차르의 종은 그렇게 두 동강이 났다.

기념사진용 종을 지나면 나오는 '아르항겔 대성당(Архангельский собор)'.
역시 16세기에 지어진 성당입니다. 아마 러시아를 많이 돌아다니신 분이라면 제일 흔하게 본 모양의 성당일 듯.

그리고 압도적인 화려함을 자랑하는 황금빛 '성모영보 성당(Благовещенский собор)'.
지붕이 다 황금빛이야...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십니다. 보고 진짜 이반대제의 종탑과 더불어 와! 탄성이 육성으로 터져나온 성당. 이게 바로 러시아 대륙의 화려함이다.
15세기 말에 지어진 정교회 성당인데 20세기 초까지 러시아 황실들이 묻힌 공간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왜 화려한지 알 수 있겠네요. 레닌이나 스탈린, 흐루쇼프가 안 부순 게 정말 다행인 곳.

안쪽 내부도 진짜 화려합니다. 완전 내부는 사진 촬영이 안되고 입구 쪽은 이렇게 오래된 벽화들이 쭉 그려져 있습니다.
러시아 정교회들은 다른 천주교 성당이나 교회와 다르게 내부가 진짜 메인이라 봐도 될 정도로 화려합니다. 벽화 장식이 장난아니에요. 각각 무슨 의미인지 알면 좋겠는데 그것까지는 알기 힘드네요.

이번에는 아까 지나친 성 도미션 성당으로 가봅니다.

일단은 성당이 아닌 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운영하는 중.

와.....
이게 바로 정교회의 화려함입니다. 이런 거 보고 이제 서유럽으로 갈수록 내부가 수수해지는(?) 풍경을 보고 있자면 새삼 러시아만의 이 사치스러움이 그리워질 때가 올 겁니다. 특히 저 샹들리에는 정말 우리가 작정하고 최고로 화려한 걸 만들어보자!란 생각으로 갈아넣어 만든 것 같은 위용을 자랑합니다.
유럽은 정교회, 천주교, 개신교 각각의 교회가 가진 매력이 다 다릅니다. 신기하게도 나중에 만들어진 교회로 갈수록 조금씩 더 수수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뭔가 개신교일수록 교회가 크고 거대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유럽은 반대네요.

성당 안 구경 다 하고 다시 본 이반대제 종탑.
저기는 예약제로 해서 종탑 꼭대기에 올라가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저기서 보는 경치가 진짜 멋지다고 하는데 결국 전 맞는 시간대에 예약실패로 못봤네요. 흑흑... 모스크바 한 번 더 와야겠습니다.

휑한 광장 같은 크렘린 궁.

스파스카야 탑 뒤로 러시아의 진짜 상징이자 테트리스(?) 성 바실리 성당도 보입니다. 근데 오늘 뭔 행사가 있어서 타워크레인 많은 게 영 거슬리네요.

출구로 나가는 길. 다시 봐도 참 화려하죠?

이 길을 따라 쭉 가면 출구로 나갈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화려한 건 그랜드 크렘린 궁.
크렘린 궁은 진짜 와... 무기고 박물관까지 합해서 입장료로 3만원 가까이 썼는데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곳...물론 러시아가 입장료가 대체로 비싼 편이라 지출타격은 좀 크지만.ㅠㅠ
박물관은 패스하더라도 진짜 크렘린은 가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유명한데는 패스~ 이런 마음으로 넘기지 마시고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닌 크렘린 관광은 필수 of 필수입니다. 러시아의 여러 성당들을 여행 내내 다녔지만 크렘린에서 본 성당이 그 정교회 성당의 전형을 한 번에 다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러시아스러움의 끝판왕이자 모음집 같은 곳. 입장료 값을 제대로 해줍니다.
다음에는 크렘린 안에 있는 박물관들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여기 또 박물관이 너무 많아...
이상,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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