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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수즈달 Суздал & 블라디미르 Владимир

[모스크바 근교 여행] 유네스코 역사도시 '블라디미르(Владимир)' 구 시가지 여행 : 성 우스펜스키 대성당, 황금의 문 - DAY.4

유럽여행 4일차, 러시아 블라디미르입니다.

 

수즈달 당일치기 여행을 끝내고 다시 숙소가 있는 블라디미르로 돌아왔습니다. 숙소가 싸서 여기 머무르긴 했는데 그렇다고 자고만 갈 순 없으니 기차 출발하기 전 한 1시간 정도 짧게 블라디미르 시내도 둘러보기로 합니다. 수즈달에 비하면 너무 대우가 짠가

블라디미르로 돌아오니 마중 나온 고양이

갑자기 제 앞에서 그루밍쇼를 시작합니다.

유연하게 구석구석 햝아줍니다.

이것이 러시아 고양이의 청결유지 비결.

 

오늘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그루밍을 보여주는 고양이가 사는 곳, '블라디미르'입니다.

 

블라디미르

Владими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기차 타고 2시간 조금 안되게 달리면 도착하는 도시로 '블라디미르 주'의 수도 역할을 하는 중소도시입니다.

 

인구는 대략 35만 명 정도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준.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준 대도시? 정도 급이죠. 블라디미르 주 전체 인구의 1/4 정도가 여기 몰려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꽤 대도시이긴 하네요.

 

11~14세기 경 중세 러시아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블라디미르-수즈달 공국'에서 수즈달에 이어 수도 역할을 했던 중요한 도시입니다. 때문에 수즈달과 함께 도시의 오래된 유적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죠. 모스크바 주변에 있는 대표적인 역사도시.

일단 거리의 풍경은 흔한 러시아의 도시입니다. 소련 시절의 흔적인지 러시아 도시들은 어딜 가든 참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상.

산책 중이신 아저씨.

요렇게 도시의 주요한 관광지들을 쭉 모아놓은 안내판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없어서 큰 도로가에 있는 곳들 위주로 쭉 가봐야겠습니다. 여행 하다보면 늘 시간과 돈과의 싸움입니다.

도시 안쪽으로 갈수록 옛날 유럽 도시 느낌이 슬슬 나기 시작.

제일 먼저 보이는 건 '보고로디체 로즈데스벤스키 수도원(Богородице-Рождественский монастырь)'

 

 

(이름이 너무 길어...)

 

방문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기록상으로는 대략 1192년, 12세기 경에 지어진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다만, 정확한 건 아니고 이 시기에 처음으로 이 수도원이 기록에 등장해서 실제로는 더 오래 전에 지었을 수도 있긴 합니다.

 

오랫동안 수도원으로 지냈으나 소련 시절 많은 수도원들이 그렇듯 일부는 철거되고 일부는 KGB 등 정보기관의 구금소 등으로 사용되다가 소련 붕괴 후 지금과 같이 다시 복원된 곳.

 

그래서 그런지 정말 오래됐다! 란 느낌은 조금 덜하긴 했습니다.

신부님? 으로 보이는 분들이 한가롭게 다니시는 중.

수도원 중간에 이렇게 나무숲이 있는 특이한 구조.

누구 무덤이지?

수도원답게 종탑과

작은 성당이 안에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미 수즈달에서 실컷 본 여러 수도원과 크게 다르진 않네요.

그렇지만 고양이는 특별합니다.

화보 급으로 나온 새끼 냥냥이.

왤케 예쁘니??

(길냥이 화보집 내고 싶다... 내 소장 용으로)

 

이렇게 대충 둘러보고 밖으로 나옵니다. 갔을 당시에는 별 생각 없었는데 이렇게 중요한 수도원인지는 이제야 알았네요.ㅎ


수도원을 나와 다시 블라디미르 구 시가지로 향합니다.

러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공서 건물.

기이하게 화려한 꽃밭과 동상.

쭉 사람이 별로 없다가 관광지 근처에 가니 좀 바글바글합니다.

 

성 우스펜스키 성당 앞에 오면 작은 광장과 공원이 있습니다. 성당 보러 온 사람도 많지만 그냥 여기 동네 분들이 마실 나오듯 소풍 온 분들도 많아 보였습니다.

광장 앞에 있는 '블라디미르 850주년 기념탑'. 그러고보니 어제 블라디미르 도시 탄생 기념일이라고 도착하자마자 불꽃놀이 축제하고 난리였죠. 도시 탄생 기념일에 우연히 맞춰 오는 여행 운빨은 대체...

러시아의 기상이 느껴지는 장난감.

 

기념탑 뒤로 블라디미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성 우스펜스키 성당(Свято-Успенский кафедральный собор)'이 보입니다.

 

 

슬슬 저녁이라 이 예쁜 성당이 좀 어둡게 나오는 게 아쉽.

 

수즈달과 마찬가지로 흰금 조합으로 이뤄진 성당입니다. 특유의 높은 황금색 첨탑이 특징. 여기 역시 11세기 경 블라디미르-수즈달 공국이 한창 번성할 때 지어진 곳으로 한 때 모든 러시아 정교회의 총본부라 할 수 있는 대주교가 있었던 중요한 곳입니다.

 

안에 들어가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패스.


주변에도 볼 거리는 충분.

경찰이랑 열심히 얘기 중인 한 아저씨. 뭔지는 모르겠는데 차가 진짜 올드카라서 찍었습니다.

트롤리버스 전선들이 가득 매운 블라디미르 시내.

맥도날드도 보이고 제법 도시 느낌이 납니다.

경치가 좋아보이는 곳이 지도에서 보여서 안쪽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시간도 별로 없다면서 이런 건 또 잘 찾아가는 중.

약국박물관 앞에 있는 약사 동상.

돌하르방도 아니고 코만 왤케 맨질맨질해

전망대 옆에는 화가 동상도 있습니다.

러시아인들의 코 사랑.

멀리 아까 보고 온 우스펜스키 성당이 보입니다.

 

경치는 음... 평범하네요. 여기가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와봤습니다.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황금의 문으로.

여기가 바로 블라디미르의 상징 '황금의 문(Zolotyye Vorota)'

 

1164년 경에 지어진 도시 관문입니다. 러시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도시 관문이라고 하네요. 이름 그대로 황금 돔이 덧 씌워져 있는 형태. 블로그로 볼 때보다 실물이 생각보다 꽤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처에는 성당 같이 생긴 작은 박물관과

블라디미르에서 거의 유일하게 현대적인 '아카데믹 드라마 극장'도 있습니다. 뭔가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블라디미르랑 어울립니다.

반대편에서 본 블라디미르 황금의 문. 옛날 숭례문처럼 도로 중앙에 서 있습니다. 개선문이나 수원에 있는 팔달문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이런 관문 유적이 그렇게 드물진 않은데 생각해보니 유럽 여행 하면서 이렇게 문만 있는 곳은 여기밖에 못 본 것 같긴 합니다.

9월이라 좀 추울 것 같은 분수대

이렇게 보면 블라디미르 여행 끝. 짧지만 그런대로 알차게 볼 곳은 다 봤습니다.

이제 트롤리버스 타고 짐 맡겨둔 숙소로 돌아갑니다. 버스인지 전차인지 모르겠는 이 트롤리버스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얘기하겠습니다. 옛날 공산주의 진영 국가들에서는 자주 보이는 교통수단.

숙소에서 짐 챙긴 후 이제 블라디미르역으로.

 

블라디미르란 도시는 수즈달을 보고 온 분들에게는 조금 심심하거나 아까 봤던 거잖아?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만약 순서를 짠다면 블라디미르를 본 다음에 수즈달을 보는 게 감동이 더 잘 올 듯. 저는 시간분배에 여유가 좀 없어서 시간이 더 걸리는 수즈달을 먼저 가긴 했지만. 그래도 황금의 문과 우스펜스키 성당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화려한 건축물이라 흥미로웠습니다.

 

블라디미르도 작정하고 돌아다니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 만큼 수즈달이랑 블라디미르 중 어디를 중점에 둬야할지는 여행자 각자의 판단. 저는 물론 수즈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으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상, 블라디미르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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