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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여행/삿포로 札幌

#5. 홋카이도 여행 삿포로 '홋카이도 신궁(北海道神宮)' 여행 - 일제강점기, 조선신궁의 모델이 된 역사의 한 편 + 삿포로 마루야마 공원 설경

하코다테를 보고 나니 드디어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날인 5일차가 밝았습니다.

 

이제 홋카이도의 밤도 끝입니다. 어제 좀 마지막 날이라고 열심히 놀려고 했으나 체력이 망해서 결국 그냥 잤네요. 이 짓은 여행 갈 때마다 반복인 듯합니다.

 

마지막 날이라고 그래도 어제와 다르게 해가 화창하게 떴습니다. 그래도 웃는 얼굴로 마무리하자는 홋카이도의 인사?

마지막은 화창하게

그래도 홋카이도가 저희를 버리진 않았습니다. 잘 차려입고 아침밥 먹으러 나온 순간

?

뒷통수를 후려줍니다. 세상에 1시간만에 빙하기가 왔나? 영화 투모로우는 의외로 고증이 잘 된 편이었다는 게 새삼 느껴집니다. 눈폭풍을 예고도 없이 때리는 게 어딨어

 

암튼, 눈폭풍을 맞으며 오늘은 삿포로 시내를 마지막으로 가볍게 둘러볼까 합니다.

 

잘 생각해보니 공사 중인 오도리공원 빼고는 삿포로에서 뭐 구경한 게 도대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최소한의 관광이라도 해야 그래도 4박이나 머무른 도시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길을 나섭니다.

2020/01/23 - [일본 홋카이도 여행/삿포로 札幌] - #1. 삿포로 자유여행 '오도리 공원(大通公園)', '삿포로 TV 타워(さっぽろテレビ塔)' - 삿포로 대표 야경맛집 + 국내 최초(?) 삿포로 눈축제 준비과정 여행기

 

#1. 삿포로 자유여행 '오도리 공원(大通公園)', '삿포로 TV 타워(さっぽろテレビ塔)' - 삿포로 대표 야경맛집 + 국내 최초(?) 삿포로 눈축제 준비과정 여행기

홋카이도 여행 1일차. 저녁인지 야식인지 헷갈릴 시간이지만 삿포로 라멘 한 그릇으로 배도 제대로 채웠습니다. 첫 끼 치고는 좀 대충 아무데서나 때운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들긴 하지만... 어차피 맛집 같은 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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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일 처음 향한 곳은 '마루야마 공원(円山公園)'

삿포로 마루야마 공원

일본 대도시에 가면 꼭 하나씩 있는 마루야마 공원입니다. 교토에도 있고, 도쿄에도 있고... 그리고 공원 근처나 안에 중요한 관광지가 하나씩은 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홋카이도는 일단 눈밖에 없습니다.

 

정확한 목적지는 마루야마 공원이 아닌 홋카이도 신궁이기에 안쪽으로 걸어갑니다. 눈이 내려서 공원 전체가 흰색으로 변했는데 걷기가 참 좋습니다.

 

걷다보면 홋카이도 신궁에 딸린 작은 신사가 3개 나오는데 나오는 순서대로 '가이타쿠 신사(開拓神社)', '삿포로코레이 신사(札幌鉱霊神社)', '호타키 신사(穂多木神社)'입니다.

가이타쿠 신사.
삿포로코레이 신사.

 

호타키 신사.

'가이타쿠 신사'는 19세기 홋카이도 개척에 활약한 37명의 사람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입니다. 그 외 신사는 연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홋카이도 자체가 1800년대 일본으로 편입된 일종의 새로운 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사도 좀 적고 신사에서 모시는 신들 역시 현대적인 편입니다.

 

이 세 신사를 지나면 이제 진짜 목적지라 할 수 있는 '홋카이도 신궁(北海道神宮)'이 나옵니다.

 

 

'신궁'은 보통 신사보다 한 단계 높은 경우를 얘기하는데 대부분 일본 천황이나 천황과 관련된 신을 모십니다. 애초에 '신토'라는 종교 자체가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신앙인 만큼 천황이 교주인 동시에 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곳 홋카이도 신궁은 1872년 메이지 천황이 홋카이도 개척 삼신(국토의 신, 개척의 신, 의약과 주조의 신)을 모시게 하여 지은 곳입니다. 역사 자체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죠. 이후 메이지 천황 본인도 죽은 후 이곳의 신으로 모셔져 현재 4명의 신이 모셔져 있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쇼토쿠 태자와 더불어 천황가 인물 중 가장 존경받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제강점기의 본격적인 발판을 마련했고 이 사람 때 일제강점기가 시작됐기에 마냥 좋게 보기는 힘듭니다. 다만, 역사에서는 과연 메이지가 얼마나 일본 근대화에 역할을 했는지, 사실상 주변 인재들이 다 했는지 좀 의문이 가긴해서 이래저래 애매모호한 인물. 일본이 천황사상이 아직 강해서인지 근현대 천황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조명하지 않는 듯합니다.

 

하긴 조명했다간 히로히토부터 전범으로 사실상 분류해야되는데 될리가.

 

그래서인지 다른 신사는 사실 참배를 해도 큰 무리는 없는데 역시 신궁은... 특히 메이지 신궁은 많이 거슬리기에 참배까지 하는 건 패스. 오직 관광객 마인드로 접근했습니다.

홋카이도 신궁 정문.

아, 정문 앞에 타코야키 팔던데 먹을만했습니다. 날씨가 워낙 추워서 그냥 따뜻한 건 다 괜찮은 수준.

꿀맛 타코야키.

신사는 보통 들어가기에 앞서 몇 차례 순서가 있는데

문 앞에 있는 '조즈야(手水舎)'란 곳에 일단 가야합니다.

 

조즈야에 도착하면(이거 순서가 은근히 헷갈려)

바가지로 먼저 왼손을 씻고 그 다음에 오른손을 씻습니다. (그냥 물 퍼서 손에 흘려주시면 됩니다.)

이어 왼손에 물을 받아 입에 머금은 후 입을 헹구고

다시 왼손 씻고 바가지 부분이 위로 향하게 들어 바가지 손잡이 부분까지 씻으면 끝.

... 게 정통이긴 한데 일본 친구 말로는 입에 머금기 좀 그러면 그냥 입 가에 물을 가져다대고 씻는 시늉만 하고 흘려보내도 된다고 합니다. 저도 대충 이렇게 하는 편. 귀찮으면 어차피 패스해도 상관없습니다.

신사 입구의 조즈야.
아니 다 얼었잖아

근데 어우... 물이 진짜 얼음물입니다. 바가지가 아예 얼어서 잘 들어지지도 않던데 이거 더 추우면 물은 제대로 나오려나?

 

조즈야도 대충 보고 안으로 들어가봅시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메이지 천황 등 홋카이도 진출 당시 인물들을 모신 곳이다보니 오래된 건물도 아니어서 좀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눈이 쌓여서 깨끗해 보이는 첫 이미지가 있긴 합니다.

 

홋카이도 신궁 본전.

본전 중간에 있는 흰천에는 국화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국화문은 천황가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만약 저게 달려있으면 어찌됐든 천황가하고 관련이 있다는 소리. 교토에 가면 여러 절에서 저 문양을 내세우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전에 이르면 우리나라 불전함 같은 곳에 동전을 던진 후 박수를 크게 두 번 칩니다. (합장하는 모양으로) 그러고 소원 같은 걸 빌면 될 것 같습니다. 전 그냥 체험삼아 동전만 던지고 딱히 소원은 빌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소원까지 들어주진 않을 듯해서.

여담으로 던지는 동전은 5엔 짜리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5엔이 일본 발음으로 '고엔'인데 이게 '고엔(御緣)' 즉, '좋은 인연'과 발음이 같아 그렇다고 하네요. 없으면 좋은 인연 X2 란 의미에서 10엔이나 50엔도 좋다고 합니다. 일본인 친구 피셜. ... 그냥 1엔 짜리만 아니면 다 되는 거 아닌가?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신사지만 신사 자체가 드문 동네답게 규모가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아담 사이즈. 그 와중에 구경하고 있으니 본전 안으로 신관들이 줄지어 들어갑니다. 복장 하나만큼은 옛날 걸 지키는 게 독특하긴 합니다.

홋카이도 신궁 신관들.

여담으로 홋카이도 신궁은 우리나라의 역사하고도 의외로 연관이 조금 있는데

1925년 서울 남산에도 조선 지역을 대표하는 '조선신궁'이 건립되었습니다. 즉, 조선도 이제 일본땅이니 일본의 신을 섬겨라라는 뜻이었죠. 당시 조선신궁 역시 일본의 창조신이라 할 수 있는 아미테라스 여신과 메이지 천황이 모셔졌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조선신궁이 여기 홋카이도 신궁을 참고해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남아 있는 사진을 보면 상당히 비슷한 것 같긴 합니다.

일제강점기 서울 남산에 있던 조선신궁. 출처: https://museum.seoul.go.kr/archive/archiveView.do?type=D&arcvGroupNo=2858&arcvMetaSeq=25153&arcvNo=74673

지금은 당연히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현재 조선신궁 자리에는 백범김구기념관이 들어서 있죠.

이런 점은 야스쿠니 신사에 왜 그렇게 우리나라와 중국 같은 전쟁 피해국들이 반발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단순히 종교라는 가치를 넘어 일본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던 수단으로서 신토와 신사가 이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처음 지어졌을 당시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할 사람은 하고 딱히 참배해야된다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1930년대 이후 일본이 전쟁을 시작하면서 강제로 신사에 참배하도록 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 있는 약 800곳의 모든 신사는 광복 바로 직후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현재는 흔적만 아주 조금 남아있을 뿐.

때문에 사실 신사참배 자체는 이제 강제성이 없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즐기는 만큼 일본의 문화체험이라 볼 수 있기에 개인의 자유지만 그래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함께 기억하고 즐겼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나가는 방향으로 본 홋카이도 신궁.

둘러보는데 20분도 걸리지 않는 곳인 만큼 보고 나갑니다.

 

나가는 길에 공원 입구 근처에 저번에 비에이에서 본 것보다 더 대충만든 눈 슬라이드가 있더군요. 당연히 안 타볼 수가 없습니다.

이건 백퍼 타라고 있는 거

예상은 했지만 역시 스릴넘칩니다. 근데 전 무거워서 뭔가 많이 안 나가는 느낌. 역시 성인은 무린가

아이들은 쌩쌩 잘 달립니다.

홋카이도 신궁 여행도 이렇게 끝.

 

주요 관광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일본에 처음 온 분이라면 신사라는 일본 문화도 체험할 겸 한 번 쯤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꼭 처음오지 않더라도 홋카이도 여행 중에 신사나 절에 가볼 기회가 그리 흔치 않기도 하니까요.

이상! 홋카이도 신궁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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