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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여행/삿포로 札幌

#1. 홋카이도 자유여행 삿포로 라멘 맛집 '에비 히데 라멘(海老秀)' - 평범하디 평범한 된장라멘의 세계

삿포로 여행 1일차

 

도착하고 역 앞에서는 "눈 별로 없네. 날씨도 별로 안 춥고"라고 얘기했지만

 

숙소 근처로 가니 점점 늘어나는 눈.

 

놀라운 점은 눈을 치우는 게 아니라 진짜 쌓고 쌓아 돌처럼 딱딱하게 굳히는 독특한(?) 문화. 덕분에 무진장 미끄럽습니다. 홋카이도 사람은 혹시 미끄러지지 않는 뭔가 비법같은 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걸어다니면서 보니까 다 미끄러져서 넘어집니다. 빙판에 넘어지는 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 제가 처음 느낀 삿포로의 인상

눈눈 삿포로
쌓이다 못해 굳어버린 눈

제일 먼저 예약해둔 호텔에다가 짐을 박아둔 다음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오니까 9시 쯤 됐더군요.

 

때문에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들은 죄다 문을 닫았습니다. 하... 에어부산 저주하겠다

 

날씨 탓에 물론 연착된 게 제일 크긴 하지만 그래도 연착의 항공사 에어부산의 잘못이 과연 1도 없을까? 란 생각을 하면서 음식점을 찾아 돌아다닙니다.

 

원래는 삿포로에 가면 많이 먹는 '스프카레'나 '징기스칸'을 노리고 있었는데 가는 곳 족족 다 문을 닫아서 선택지가 거의 없더군요. 결국에 라멘공화국 근처에 있는 작은 라멘집을 삿포로에서 먹을 첫 음식으로 삼았습니다.

 

삿포로 라멘맛집 '에비히데 라멘(海老秀 狸小路二丁目店)'

위치는 삿포로의 중심지 '스스키노'에서 멀지 않습니다. '다누키코지'라고도 하는 곳 근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애초에 삿포로가 100만 대도시인 것 치고는 시내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라서 어디든 걸어서 가기 무리가 없는 편입니다. 문제라면 너무 추워서 다니기 힘들 뿐...

 

삿포로에는 여러 유명한 음식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건 '라멘'. 라멘이 유명한 일본에서도 지역명이 붙어 있는 라멘은 이곳 '삿포로 라멘'과 멀리 반대편 규슈에 있는 '하카타(현재 후쿠오카) 라멘'밖에 거의 없죠. 그만큼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라멘고장입니다.

 

덕분에 삿포로에 가면 각양각색의 라멘 맛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라멘이 어차피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싶어서 별로 맛집을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몇 번 먹으니까 라멘만큼 맛집 별로 맛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게 있나 싶긴 합니다. 진짜 하늘과 땅 차이

 

그치만 이번에는 그냥 열려 있는 집에 갔습니다. 어차피 이 추운 날씨에 문 열린 집이 맛집이지, 뭐가 더 있겠습니까

밤이라 좀 한산한 삿포로 시내
삿포로 에비히데 라멘.

그래도 가기 전에 정말 최악인 곳을 가면 안 되니까 자유여행객의 영원한 친구, 구글평점을 찾아봤습니다.

 

제가 갔을 땐 3.9 정도였고 대략 1년 정도 시간이 흘러 지금 확인해보니 3.8 정도입니다.

 

일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구글 평점이 약간 박한 편인데 4.0 이상이면 그냥 들어가도 후회는 없는 맛집, 3.7~3.9 정도면 그냥저냥 맛없다고 할 수는 없는 평타 이상은 치는 맛집. 3.0~3.5는 호불호가 갈리거나 좀 하자가 있는 음식점. 그 밑으로는 음... 안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것도 대충 그렇다는 거지 항상 맞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까지 경험 상으로는 4.0 이상 맛집이 실패한 적은 없습니다. 유럽 같은 다른 지역도 어느 정도 통하기 때문에 외국 나가서 맛집 찾는 게 좀 익숙치 않다면 구글 평점을 잘 살펴보는 게 좋아요.

 

각설하고 내부로 들어가 봅시다. 내부는 바 형태의 평범한 모습. 그리고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판기 형태의 주문부스를 볼 수 있습니다. 먹고싶은 메뉴 버튼 누르고 돈 집어넣으면 끝. 아날로그 키오스크?

 

아날로그 키오스크
전형적인 일본 다찌형 주방과 좌석.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니까 메뉴가 나옵니다. 역시 라멘은 패스트푸드가 맞군요.

이것이 바로 삿포로 라멘

삿포로 라멘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미소된장'을 베이스로 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보이는 된장국수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죠? 거기에 이 집은 독특하게 새우를 베이스로 육수를 내서 은은한 새우향이 나는 게 특징.

 

맛은 엄청 우와!!!! 하는 수준은 아니고 그냥 괜찮다 정도. 새우를 막 좋아하진 않는데 국물 자체는 시원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감동적은 맛은 아니더라도 실패하지는 않는 집이다! 정도가 감상이겠네요.

 

장점이라면 차슈를 다른 집에 비해 많이 넣어준다는 점?

완식

이런 집에 오면 뭔가 "고독한 미식가"가 된 기분입니다. 괜히 침묵하고 속으로 맛있다는 말을 연발해야할 것 같은 기분. 혼자오진 않았지만.

밤의 삿포로

다먹고 나니 이제야 좀 살 것 같네요. 무슨 저녁을 9시 돼서나 먹는 건가 대체... 그나마 저 집이라도 문을 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밤이 되니 야경도 조금 나오고 옛날 영화에 나올 법한 노면전차가 젖은 도로바닥 위를 달립니다. 묘하게 낭만적이네요.

밤을 달리는 노면전차

근데 진짜 느립니다. 노면전차 심각하게 느린데?? 나중에 갈 하코다테는 그럭저럭 탈만한 속도가 나오던데 대체 왜... 우리나라도 요즘 트램 도입하려는 도시가 조금씩 늘고 있는데 부디 잘 들였으면 좋겠네요. 우리 창원에도 제발 트램이든 뭐든 지하철 같은 것 좀 나왔으면...

 

이상! 삿포로 라멘 맛집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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