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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여행/도쿄 東京

#6. 도쿄 신주쿠 맛집 '돈돈(焼肉どんどん)' - 일본와서 비싼 돈 내고 한국음식 먹어보기

도쿄여행 6일차.

 

가마쿠라에서 반나절을 보낸 후 다시 전철을 타고 도쿄로 돌아왔습니다.

 

진짜 3개밖에 보지 못했는데도 시간이 금방 사라져 버립니다. 가마쿠라가 좋아서 한 장소에서 좀 더 오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겠지만 역시 1시간이 넘는 거리라 왕복하는데 시간을 좀 많이 썼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도쿄 시내에서 출발했다면 더 나았을 지도.

 

가마쿠라를 보고 나니 도쿄는 완전히 밤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항상 지나치기만 하고 제대로 가보지 못한 신주쿠. 저번에 롯폰기 힐스에서 내려다보기만 한 곳인데 이제 직접 방문했습니다.

신주쿠 도착.

밤이 늦었지만 밥은 꼭 먹어야 합니다. 배가 너무 고파... 그리고 오늘이 사실상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이어서 진짜 제대로 맛집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오늘 먹어볼 것은 야키니쿠.

야키니쿠는 이름 그대로 하면 '구운 고기'로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재일교포들이 일본에 그대로 남아 살게 되었습니다. 그때 먹고 살기 위해 우리나라 고깃집을 일본 스타일에 맞게 개량한 음식이 바로 오늘날 일본에서 많이들 먹는 야키니쿠입니다.

 

즉, 한국 고깃집. 일본 음식이라고 아는 분들도 많은데 야키니쿠집에서 주로 파는 게 갈비나 막창이고 반드시 김치, 냉면이 있는 걸 보면 한국음식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일본 스타일 한국음식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약간 우리나라의 경양식 돈까스 같은 느낌? 

 

그런 야키니쿠를 먹으러 신주쿠의 번화가 중 하나인 가부키초에 왔습니다.

네온사인이 거리를 수놓은 가부키초.

가부키초는 도쿄의 대표적인 환락가로 각종 술집과 노래방, '무료안내소'라고 적힌 성인업소 등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본답게 이런 와중에도 치안 자체는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여긴 골목 골목 다니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야쿠자들이 있다고 하니...

 

그래도 큰 거리로 다니면 워낙 중심가이기도 해서 큰 문제는 없의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우리나라도 청량리 같은 곳은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여기 이상으로 음습한 편.

 

신주쿠 가부키초에서 가볼 야키니쿠 맛집은 '돈돈(焼肉どんどん)'입니다.

야키니쿠 맛집 돈돈.

이것 저것 맛집을 많이 검색해보긴 했는데 일본 야키니쿠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나라 고기집에 비해 가격대가 꽤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좀 고기를 먹고 오려면 최소한 3,000엔(약 3만원)에서 거의 시작합니다...

 

아무리 제대로 맛집을 찾는다곤 하지만 한 끼에 3만원이라는 지출은 너무 타격이 커서 열심히 고르고 고른 끝에 그나마 싼 곳을 찾아 겨우 도착했습니다. 싸면서 평가가 괜찮은 집은 흔치 않은 편.

입구에 있는 메뉴판.

저녁 8시를 넘겨서 갔는데도 웨이팅이 있어 30분 정도 기다린 후 입장했습니다. 가니까 기다란 바 형태의 자리를 안내해 주더라고요. 이거 어째 첫 날 갔던 도쿄역의 오코노미야키 맛집이 생각나게 합니다.

2020/02/02 - [일본 도쿄 여행/도쿄 東京] - #1. 도쿄 자유여행. 도쿄역 맛집 '덴코세카(電光石火)' -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를 만나다

 

#1. 도쿄 자유여행. 도쿄역 맛집 '덴코세카(電光石火)' -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를 만나다

도쿄여행 1일차. 라곤 하지만 오늘은 저녁에 도착해서 신세 지낼 친구 집으로 향하는데 시간을 다 쓸 예정이라 관광할 여유는 없습니다. 애초에 캐리어까지 끌고 다니며 관광하는 게 꽤나 무리한 일정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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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테이블도 있긴 하나 자리가 없는 관계로 바형 테이블에 착석.
화로가 놓입니다.
한글 메뉴판도 있긴 합니다.

맥주도 제일 싼 걸로 한 잔 씩 시키고 바로 고기 고기 고기 모드로 돌입... 하기 전에 김치도 시켜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한리필 반찬인 김치가 여기서는 처음부터 추가해야되는 메뉴. 그래도 고기에 김치가 빠질 순 없어서 시켰지만 아까운 마음이 듭니다.

일단 나온 맥주.

김치 이후 제일 처음 시킨 건 이 집의 간판메뉴라고 하는 '네기탄(파 우설)'. 이름 그대로 파를 올린 우설(소 혀)입니다. 우설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거의 안 먹고 일본에서만 많이 먹는 거라 꼭 시켜보고 싶었습니다.

네기탄. 파를 올린 우설.
다 구우면 대충 이렇습니다.

맛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그리고 특수부위라 고기잡내가 좀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거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혀를 먹는다는 기분은 듭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소고기 부위랑은 완전히 딴판인 맛입니다. 좀 비싼 걸 빼면 아주아주 만족.

 

이후부터는 갈비 같은 평범한 거 위주로 시켰습니다. 갈비는 일본어로도 '가루비'. 애초에 재일교포에 의해 건너온 음식인 만큼 한국식 표현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막창 같이 우리나라에서 자주 먹는 메뉴들도 많이 팔고 있습니다. 일본 야키니쿠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따로 파는 소고기, 돼지고기, 내장부위 등등을 한 식당에서 다 취급한다는 정도?

소갈비
구워줍시다.

막창도 시켜봅시다. 일본에서는 막창을 보통 '호루몬'이라고 부릅니다. 이게 한국에도 없고 일본에도 원래 있던 말이 아니라 참 독특한 말. 막창은 우리나라보다 씹을 땐 좀 더 부드러워 비계가 많다는 느낌이 드는데 막상 먹으면 더 많이 씹어야 넘어갑니다.

양념 호루몬(막창)
역시 불이 잘 붙습니다. 불불

그리고 고깃집 가면 당연히 후식으로 시키는 냉면. 일본에서의 냉면이 궁금해서 시켜봤습니다. 다만,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760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너무 비싸... 게다가 양도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최소한 육수라도 듬뿍 주는데 참

일본에서 냉면(이라고 주장하는 음식)

일본에서 나오는 냉면은 한국음식이란 걸 어필하려고 하는지 특이하게 김치가 올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치미 국물을 쓰면서 김치 맛이 나는 경우는 있어도 이런 건 처음 봅니다. 그리고 삶은 계란이 아닌 반숙 계란이 올라갑니다. 맛은 꽤 그럭저럭. 김치가 들어가서 사실 김치말이국수에 가깝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처음 알았는데 일본 고깃집에서는 불판에 불이 붙으면 얼음을 얹어서 끄더라고요. 이건 우리나라에 역수입해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음구이.

야키니쿠 집이 처음이라 비교를 못하니 좋다 나쁘다라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사실 고깃집에서 고기 구워먹는데 맛 없기도 힘들고...(근데 그 힘든 걸 나중에 오사카 가서 해냅니다)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가격... 우리나라에서는 2만원 안쪽으로 먹어도 배가 터지게 먹을 수 있는데 여기는 적당히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인당 3만7,000원 정도 나왔습니다ㄷㄷㄷ 야키니쿠... 일본에서 만나는 맛있는 한식이지만 지갑이 털릴 각오를 어느 정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1박만 지낼 숙소로.

도쿄여행 6일차. 저는 만족스러웠던 야키니쿠 맛집 돈돈이었습니다. 야키니쿠를 먹어보고 싶다면 신주쿠에서는 확실히 추천할만한 곳. 근데 그렇게까지 특별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현지화된 한식의 전형이라 할 수 있어서 외국에서 한식이 어떻게 팔리고 있나 궁금하신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이상! 가부키초 돈돈에서 김나신이었습니다.

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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